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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의 또 다른 측면
게시물ID : sisa_79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12
조회수 : 8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3/14 10:47:21
제가 전에 올렸던 무상급식에 관한 글 : http://tinyurl.com/ykhgucj

얼마전에 제가 무상급식에 대해 글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에 관한 얘기들이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당연히 전면무상급식(최소한 초등학교만이라도)을 시행해야 된다는 쪽이고, 심지어 한나라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 까지도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던 실정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직접, 
“복지 예산을 늘리고 싶어도 북유럽 나라처럼 안된다. 야당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
“당과 정부가 원칙을 정해서 해야 한다”
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즉, 전면 무상급식은 예산 문제상 곤란하고, 부분 무상급식, 즉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자녀 위주로 시행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의 자녀들의 급식까지 정부가 다 대줄 만큼 우리 정부가 한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분명히 반대의 뜻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정몽준 특유의 잘못된 어휘선택이 눈에 뜨입니다. 정부가 "한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예산이 부족한 것이죠. 정부가 예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일 하느라 "바빠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역시 있는 사람들의 자녀에게 왜 무상급식을 하냐는 의견입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님 같은 분도, 무상급식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가 무상급식을 하기는 힘들다. 5만달러는 되야 한다. (북유럽 수준으로)
- 무상급식할 돈이 있으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해 더 유용한 곳에 써야 한다.
- 무상급식할 예산으로 차라리 급식의 질에 투자하게 하라.
라는 것입니다. 

반대하는 측의 논리를 보면, 핵심적으로는 이것 두가지입니다. 
1. 아직 우리나라는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에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
2. 전면 무상급식으로 형편이 되는 집의 자녀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것 보다는,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을 더 도와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찬성하는 측은 대체로 이런 의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 우리의 재정상황은 전면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정도는 충분히 지출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2. 부분 무상급식의 경우, 어느 선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할 지 기준 선정이 어렵고, 또 기준이 잡혀도 그런 구분 자체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 
3. 무상급식은 헌법에 규정된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헌법수호차원의 일이다. 

이런 식으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많은 분들이 더 중요한 문제들을 놓치거나 간과하는 것 같아서 몇가지를 더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분석해보면, 근본적으로 무상급식을 복지나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의무교육의 관점에서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체 반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무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선별시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육 자체를 의무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차원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이미 의무교육이 되어서 수업료 자체를 내지 않고 있는 초중학교 교육비 역시 사회복지의 차원에서 가정형편에 따라 받아야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즉, 연간소득 일억이상의 가정이라면, 연간 초등학교 일인당 정부가 투입하고 있는 교육비 수백만원을 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소득을 올리는 가정의 자녀 학비를 우리 세금으로 내 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럴 여유가 우리에게 있습니까? 아예 학교 건물 사용료, 교재 개발비, 교사인건비, 교육청 공무원 임금 등등 해서 부자집 아이 한명이 초등학교 다니려면 년간 한 천만원씩 받아 버리면 어떨까요? 실제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정부 예산에서 할당된 교육예산은 그 수준을 넘고 있습니다. 올해 책정된 교육예산은 37조5천억 정도 됩니다. 

이런 주장이 말이 안된다는 이유 자체가 바로 "의무교육"의 개념에 있다는 것입니다. 빈부, 성별, 인종을 가리지 말고, 기초적인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지급한다는 의무교육, 우리 헌법에 명시된 의무교육의 개념입니다. 당연히 급식비도 그 의무교육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반론은 바로, 우리 국가의 경제수준이 전면무상급식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부분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의무교육의 개념이 아무리 명확하고, 무상급식의 당위성에 모두가 동의한다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못하는 겁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한쪽은 부족하다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4대강 사업 할 돈이면 몇십년간 무상급식해도 남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감정적으로는 시원할지 모르나, 충분히 정당한 주장은 아닙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가 약간 옆으로 새더라도 이런 관점을 소개할테니 여러분들께서 직접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부가 지출하는 예산은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목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사회 경제를 운용하는 기법으로써의 의미도 매우 큽니다. 즉, 불경기 때에는 지출을 늘여서 경기를 호전시키도록 하고, 돈이 너무 많이 돌면 긴축재정을 운용해서 인플레이션을 막고 하는 운영상의 묘를 살리기 위한 재정운용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투입해야 가장 경기 순환을 활발하게 만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경제개발 초기에는 가장 좋은 것이, 사회 공공시설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로망이 거의 구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고속도로를 하나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려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그 돈으로 건설장비도 수입하고, 각종 건설전문인력을 교육시키게 됩니다. 일정한 예산이 투입되어 현대적인 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면 정부예산이 끊어진 뒤에도 그 장비와 인력으로 지속적으로 도로를 건설하게 되고, 사회 간접자본이 확충되면서 관련 인력들도 취업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해집니다. 

또는 중화학 공업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정부자금으로 정유시설을 대규모로 설립하게 되면, 정부 투자가 끝난 뒤에도 자생적으로 석유관련 공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박정희시절 우리 정부가 수행했던 작업들입니다. 물론 대기업에게 지나치게 자본을 독점시켜주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긴 하지만 전체 경제규모를 늘이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를 봤습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토목,건축이나 중화학 공업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현재로써는 정부 자금이 다시 투입되어도 위와 같은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4대강 사업을 위해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어도 그 결과물이 우리 경제에 그리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바닥을 준설하는 준설선을 대규모로 확보했다 하더라도 공사가 끝나고 나면 어디 다시 준설할 곳도 없고, 쓸모없는 기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포크레인 같은 경건설장비의 경우 우리 사회에서 이미 포화된 수준을 넘어, 포크레인 기사들이 일이 없어서 노는 현상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4대강 사업으로 장비를 더 늘여 버린다면, 공사 끝난뒤에는 더 심각한 장비의 공급과잉 상태가 오게 될 것입니다. 

일본이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아무리 투입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거품붕괴 이후의 일본의 모순된 상황이 바로 그 증거가 됩니다. 

심지어, 정부가 국민들에게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돈을 직접 주는(실제로는 소비를 위한 쿠폰을) 극단적인 방법으로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일본은 국가채무가 200%가 훌쩍 넘는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습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엔화라는 강력한 화폐가 없었다면 일본은 지금쯤 국가부도 상태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남아있는 대안은 바로 국내에서 순환될 수 있는 소비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무상급식의 긍정적인 효과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입니다.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된다면, 한달에 삼만원선의 지극히 작은 돈이지만, 학부모들의 지출을 대신해 주게 됩니다.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서 자녀 급식비로 내던 돈 삼만원이 절약된다면,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될까요? 거의 99% 이상의 부모는 그 돈으로 자녀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학용품을 사주거나, 옷을 사주거나, 하다못해 치킨이라도 한 두어번 더 사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학원비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겠군요. 못 다니던 영어 보습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내게 되겠죠. 

그렇다면 정부에서 투입한 무상급식 예산의 거의 대부분은 다시 사회내의 소비로 순환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 투자금이 순환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내수 진작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도 유사한 개념을 가지게 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월 십만원을 추가로 제공하게 되면, 거의 백프로 소비가 됩니다. 그들은 저축할 여유가 없으며 돈이 생기면 당장 쌀부터 사기 바쁜 상황이니 소비 진작에는 저소득층에게 투입되는 예산만큼 효율적인 방안이 없을 겁니다. 

즉,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될 경우 효율적인 내수 진작의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정된 예산으로 소비를 활성화시켜 내수진작을 하고,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가 있는 현실에서, 과연 예산 투입 우선순위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일년 교육 예산이 37조정도 됩니다. 현재 초,중,고까지 모두 합쳐서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는 급식비 수준이 2조 8천억 선입니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만 따진다면, 1조정도면 충분합니다. 

4대강 사업에 얼마가 들어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략 연간 8조 이상이 들어간다 합니다. 서울시에서 오세훈 시장이 주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에 4년간 8조원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연간 1조의 예산을 들여, 헌법에 명시된 의무교육을 좀더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고, 아직 빈부의 격차 따위로 고통을 겪어서는 안될 어린이들이 가난으로 인해 수치심을 겪지 않고 친구들과 즐겁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1조의 예산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정도로 가치가 없는 투자일까요? 

거기에, 그렇게 투입된 1조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리지 않고 국내 내수 경기를 회복하는 데에 아주 효과적으로 쓰일 것인데 말입니다. 

좌파적 관점에서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국가의 기본입니다. 예산의 효율성, 경제적 효과 따위 고려하지 말고 당장 시행해야 하는 기본조건입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꼭 좌파적 관점에서만 주장할 일이 아닙니다. 

보수 우파적 관점에서도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다 건강하게 키우고 교육시키는 일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 됩니다. 거기다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이해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내수를 회복해서 경기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는 시점에 국산 농산물의 소비를 증가시키고, 중산층 이하 가정의 추가 소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무상급식을 도대체 왜 안하는 지 모를 일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무상급식은 사회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스스로 정한 헌법에 규정해 놓은 "의무교육",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설정해 놓은 "의무교육"의 개념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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