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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문장이 나를 읽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92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1/28 22:14: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상협, 국화향




문장이 나를 읽었다


묵은 옷을 버리면서

나를 버렸다고 생각한 적 있다

당신 등을 안으면서

안긴다고 생각한 적 있다


나의 눈빛

밑줄 치려는

눈빛들, 심드렁히


그 문장은 나를 읽었다


그 여름 장례식장

죽은 건 그인데 내가 울 듯이

읽을 것처럼

 

 

 

 

 

 

2.jpg

 

박수호, 그만하면 됐다




꽃 피고

지고

나뭇잎 푸르러

숲이 깊다

작은 꽃들 모여

무엇을 남기고

무엇은 버려야 할지

망설이는데

그 위에 눈발

하나 둘 셋

 

 

 

 

 

 

3.jpg

 

김수영, 오늘




악수를 한다

삶에 매듭이 또 한 번 생겼다

마주보고 웃는다

들키지 말아야 할 일이 하나 생겼다

술잔을 기울인다

삼켜야 할 뜨거움이 하나 생겼다

당신과 헤어져 오는 저녁

헛되고 헛된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모든 날은 지나간다

그러나 언제나 다시 처음이다

 

 

 

 

 

 

4.jpg

 

천상병,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도 꿈도 아닌 진공의 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갔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5.jpg

 

김선태, 마음의 집




불혹 가까이 노숙하던 마음이 돌아갈 집을 묻노니

폐허의 집은 저만치 버려져 아직 웅크리고 있다

닫힌 봉창을 열고 다친 마음이 들어가 눕는다

마음은 어찌 어둡다 춥다고만 소리소리했던가

이윽고 쓰라린 마음 한 구석이 간신히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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