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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구석
마당이 환하다
햇살은 밝게 비치고
바람이 향기롭게 맴돈다
그런데 저기
마당에서 밀려난 벌레들과
여린 풀들
온갖 잡동사니들은
구석에 모두 모여 있다
가끔 길 잃은 햇살이 한 줌 빛을 뿌리고 가는
어두운 구석
누가 알까
마당이 저리도 환한 것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을
김주대, 이유
바람이 불 때
꽃은 너무도 불안하여 그만 예뻐져버렸다
허영자, 길
돌아보니
가시밭길
그 길이 꽃길이었다
아픈 돌팍길
그 길이 비단길이었다
캄캄해 무서웠던 길
그 길이 빛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장석남, 분꽃이 피었다
분꽃이 피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 바 없이
사랑을 받듯 전혀
심은 바 없는데 분꽃은 뜰에 나와서
저녁을 밝히고
나에게 저녁을 이해시키고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이 세상을
보여주는 건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가지고 왔다고 생각되는
그 비애(悲哀)보다도 화사히
분꽃은 피어서 꽃 속을 걸어 나오는 이 있다
저물면서 오는 이 있다
구재기, 휘어진 가지
열매가
가득 차면
가지는 절로 휘어진다
열매를
다 쏟아내고서야
휘어진
가지는 비로소
똑바로 돌아간다
일 년 전
하던 짓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