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전기수라 하여 글을 읽어주며 밥을 벌어먹는 이들이 있었다 합니다.
오늘에서야 제가 그 전기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장이 길고, 쉼표가 많은 것은.. 춘향전이 원래 판소리에서 온 이야기니, 판소리 말투를 우리가 지금 들으면 저런식으로 얘기하지 않을까 하여 시작한 말투라 그렇습니다.
별로다 싶음 고쳐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 *
지금은 어딘고 하니, 춘향의 사랑방이어라. 몽룡의 꼴을 보라. 향단이 깔아 둔 침상에 길게 누워, 월매가 내온 주안상을 독대하고 있다. 몽룡의 표정을 보니 취기(醉氣)인지 춘기(春氣)인지 얼굴이 붉고 무엇이 좋은지 홀로 히죽대는 꼴을 보니 얼핏 봐선 광인(狂人)같기도 허다.
몽룡의 바짓춤을 보니, 한 것도 없이 기지개를 펴고 앉아 있는데, 홀로 춘향 생각이라도 하는 듯 하다. 몽룡은 이리 눕기도 하고 저리 눕기도 하며 춘향을 기다리는데, 그 꼴이 과히 볼만허다. 몽룡이 몽롱해질 때 즈음 해서 저 멀리 소리가 들리는데,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기이할 법도 하나, 몽룡의 귀는 쫑긋! 삐낀다. 소리는 사랑채 문 앞에서 멈추는데, 몽룡은 그제서야 제 가슴이 좀 떨려 오는 것이었다. 두 남녀가 문 앞을 두고 운우를 앞두고 있으니, 어찌 아니하겠는가.
들어오너라.
몽룡이 마침내 기다리다 지쳐 채근한다. 몽룡의 가벼운 채신과는 상관 없이 공기 중엔 몽룡의 목소리가 무게있게, 농밀하게 퍼지는데, 몽룡은 호롱불 너머 문을 가만 들여다 보는데.
송구하오나,
몽룡은 그 옥같은 목소리를 듣고 순간 아찔힌다. 여인의 목소리는 떨리긴 하나 교태롭고, 어딘지 심금을 울리는듯 하다.
소녀 어둠에 눈이 익어 부시옵니다. 불을 거두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몽룡은 춘향의 목소리에 어른거리는 설렘과 떨림에 제가 더 설레서는 헐레벌떡 불을 꺼버린다.
불이 꺼지고 사랑엔 어둠이 찾아 든다. 어슴프레 사람의 윤곽이 문밖에 비치는듯 하다. 몽룡은 몸을 베게에 기대고선 그 선을 좇느라 눈을 게슴츠레 한다. 춘향이 상체를 조금 숙이더니 말을 잇는데,
소녀의 청으로 낭군께서 불을 거두어 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불을 밝혀드리겠 나이다.
춘향이 이윽고 몸을 숙여 제가 가져온 등에 가만 불을 붙이는데, 문 밖에 불이 밝혀지고 춘향의 고운 태가 문에 어리는구나.
꼴딱 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게 무엇인고 하니 몽룡이 침 넘기는 소리외다. 춘향은 몽룡의 그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롱을 들고 가만 그 옆모습만 봴 뿐인데, 이마는 둥그스름 하니 볼록하여 복이 많고, 코 끝이 버선끝같이 몽톡하니 꼭 그 끝이 춘향의 방뎅이가 아닐까 몽룡은 가슴이 자꾸 치민다. 그 밑으로 떨어지는 도톰한 저 입을 보니 곱게 둘로 나뉘어 피어 있는 것이 꽃같기도하고 과실같기도 하는지, 몽룡은 이내 그 곳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꽃이 만개하여 어서 제게 말을 하기를 달뜨는 것이다.
춘향은 가슴이 떨리는 양, 손을 제 가슴께로 올려 치마를 부여잡고 있는데 몽룡은 홀로 그 모습에 발정이라도 나, 쉰 목소리로 다시한번 들어오라고 채근하는 것이 아닌가. 춘향은 이내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문을 드디어 열더라.
몽룡의 눈은 불빛에 춘향의 속곳에 멀듯하다. 몽룡은 벅찬 숨이 차오는듯하나, 불면 꺼질까 뱉질못한다. 춘향은 속저고리도 아니하고 속치마만 입고 가슴을 부여매고 있는데, 그 하이얀 비단이 춘향이 든 호롱에 눈이 부시는 것이다.
과연 곱고나.
몽룡이 제 궁둥이를 침상에 부비며 자세를 바로 하는데 춘향의 엉덩이 뒤로 뭔가 보이는 것이라. 몽룡이 그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자세히 눈을 뜨고 보니 여우의 꼬리 아홉이 살랑이는 것이 아닌가. 몽룡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깨니 한바탕 꿈이었더라. 몽룡은 짜증스럽게 숨을 뱉고 제 바지춤을 확인하니, 그래도 일은 치루지 않아 다행이더라. 몽룡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는데 그때, 저 멀리서 방자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외치기를
도련니임 도련니이임
허는디, 몽룡도 그 목소리를 듣고 반기어 버선째로 마중을 나가며
그래 그래 방자야아 어찌 되었느냐
방자가 뛰오다 발라당 넘어지는데 몽룡은 또 그것이 제가 넘어진 것 마냥
아이고 이 귀한 몸을 어찌 이리 굴리누
하며 안타까와 하는 것이다.
아구구 도련님, 죽겠구먼요
그랴, 그래서 우째 됐냐.
도련님은 지가 아픈 거시 궁금한게 아니라 그저 궁금만 한갑쥬?
말을 그리 험하게 쓰냐잉
그러면 말 안 할깝다.
아이, 방자야.
하며 방자를 달래는데 둘이 노는 꼴이 꼭 연인끼리나 하는 사랑놀음 같더라.
괴기 또 주시라요.
알았다. 오늘이 닭괴기 먹는 날이여어↗↗! 그래. 시방 뭐라하든?
몽룡이 기어코 화내자 방자가 눈치를 보며 빼쭉거리는데,
밤에 보자 하오.
춘향이가?
갸가 그러겠수. 월매가 그랬쟈.
그래도 좋고나
몽룡은 채신머리 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는디! 아아 밤은 덧글을 주어야 빨리 오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