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성근 감독님과 선수협의 갈등에 대해 제 의견을 조심스럽게 꺼내봅니다. 일단 저는 선수협의 의견에 좀 더 동조하는 편입니다.
김성근 감독님은 당대 최고의 감독님 임이 틀림없습니다. 지도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구요. 다만,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실 경우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직업인입니다. 그들이 받는 돈은 프로야구를 관람하고, 관심을 가지는 팬들의 호주머니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야구를 보는 팬이 만족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직업인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야구를 아주 잘 하면, 많은 돈을 벌거고, 잘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겁니다.
제가 장황하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프로야구 선수들을 직장인으로 봐 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시즌 중에 하루 스물네시간 야구만을 위해 생활했으니, 비시즌에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가정도 챙기고, 친구도 만나고 휴식도 취할 수 있여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라고 그들의 연봉은 10개월에 나눠서 주는 거라 생각하구요.. 성적이 좋지 못한 선수들은 그 기간동안 다시 땀을 흘리며 다음 시즌을 준비할수 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 팀이 비시즌에도 훈련을 시키게 되면, 그리고 시즌 중에도 혹독한 훈련을 시키게되면, 자연히 그 선수들의 성적이 오를거고, 팀의 성적도 오를겁니다. 그럼 다른 팀들도 그에 준하는 훈련을 시키게되고, 프로야구 선수들은 1년 열두달 야구외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환경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견디며 오직 야구만을 위해 살게 될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질테니까요... 실제 김성근감독님이 SK 감독을 할 때 벌어진 일입니다.
과연 프로야구 선수들이 행복할까요? 많은 돈을 받으니 그정도는 감수해야한다 하시겠지만, 많은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고, 그들은 더 열심히 훈련해야만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타고난 사람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죽어라 야구만 하는 상황에서는 더이상 연습생 신화가 나오지 못할겁니다.
"다 선수들 잘 되라고 시키는 거다. 더 훌륭한 선수를 만들기 위해 시키는 거다." 이게 감독님의 뜻일 겁니다. 어디서 많이 듣는 말이지요. 저는 프로야구 판을 고등학교 입시 판에 자주 비교합니다.
자율학습과 사교육이 판을 치기 전에는 누구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공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밤낮으로 공부 열심히 한 학생은 좋은 결과를 보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당시의 교육수준이 지금보다 낮았냐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개천에서 나는 용을 볼 수 없는 시대지요. 모두가 밤낮없이 공부만 하게되니, 좀 더 좋은 선생님에게 따로 배운 학생, 원래 머리가 아주 좋은 학생, 부자집 아들,딸 정도 되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선,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하고, 이를 위해 좋은 중학교, 좋은 초등학교, 좋은 유치원을 가야만 하는 세상입니다.
학생들이 행복하다 생각하십니까? "다 자식들 잘 되라고 시키는 거다. 더 훌륭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시키는 거다." 많이 듣는 말이지요.
이게 프로야구 선수들이 걱정하는 부분일겁니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 다시 가혹해질 까봐... 더이상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질까봐... 아무리 노력해도 풀타임 1군이 될 수 없을까봐.
저는 프로야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방에 사는 엔지니어입니다. 그저 야구를 아주 좋아하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고등학생 자식을 둔 팬입니다.
아들이 입시전쟁터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과 SK가 프로야구판을 뒤흔들었던 과거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써 봅니다.
저랑 생각이 다른 분이 훨씬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봐 주십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