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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 새여
새여
우는
새여
운명을 사랑한 죄로
너는
울고 있나
박연준, 증발 후에 남은 것
봄의 식물들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자기 순서를
날아가는 새의 힘 뺀 발등
그 작게 뻗은 만세
아래로
날들이 미끄러진다
소복이 쌓이는 새봄
김경후, 속수무책(束手無策)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 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중입니다, 속수무책
고은강, 최초의 습격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껴보기도 전에
꽃이 아름답다는 말을 먼저 배웠다
그 말이 꽃의 아름다움을 꺾었다
나는 꽃을 잃어버렸다
신미나, 이마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