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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내망상 4
게시물ID : humorbest_929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ellaris
추천 : 28
조회수 : 2851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11 15:03:3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8/09 11:45:57
뱀은 무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거야,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만,
뱀의 경우는 기왕 무언가가 되는 거라면 신이 되자고 생각한게 좀 다르긴 했습니다. 

무언가가 되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에서 더하는 것과, 지금에서 빼는 것이죠.
뱀은 첫번째 방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뭐든 닥치고 삼키고 보는 녀석이니까요.

가끔 허물을 벗음으로써 '빼는' 경우도 있지 않냐고요?
그건 고통스러울 뿐더러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과정이라 싫다는군요.
그리고 생각을 해 봅시다. 일단 빼려면 더한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원래 뭐든 시작하려면 든든히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뱀은 더하는 것. 무언가를 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신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릅니다. 뱀도 모른다는군요.
그러면, 무엇인지 모를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은 자명해졌습니다.
여태껏 아는 것은 다 한번씩 삼켜본 녀석이 하는 말이니 믿어봅시다.
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을 먹어 삼켜야만 했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뱀은 이내 고민하기를 멈추었습니다.
음, 고민하려는 시도를 멈추었다는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요.

아무튼 그 때 마침 뱀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요. 왜 몰랐을 까요?
그것은 뱀이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기에 결코 알 수 없는 것이죠.
가장 잘 알고 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반대편, 자기의 꼬리였습니다.

그래서 뱀은 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뱀은 입을 벌려 자신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잘 밖으로 분출되던 뱀의 힘은 다시 온전히 뱀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밖으로 표출되던 힘은 다시 뱀의 입속으로 들어와 또다시 자신의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머리를 시작이고 꼬리를 끝이라 하던, 그 반대라 하던,
뱀은 시작도 끝도 없는 형상이 되었습니다.

마치 뱀의 몸뚱아리가 그러하듯,
뱀의 꿈과 충동과 희망과 욕구와 힘도 모조리 다시 뱀의 소유가 되며 끝없이 커져갔습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자.
알파이자,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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