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간만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 했습니다. 다같이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 서로 바빠서 못보다가, 근 1년만에 만났어요. ^-^
두 녀석 다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해서 본봉 3000만원씩 받고 있더랍니다. 역시나 사회초년생이라 그런지 모이자마자 사는 게 힘든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공허하고,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고, 서글프다고... 그래서 저는 난 진짜 좋아하는 일 해서 즐겁게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연봉을 물어보더군요. " 나? 너희들이 받는거 절반."
그랬더니 갑자기 둘 다 저를 위로하더라네요. 전 별로 위로받을 게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순간 발끈해서 "너희들은 어릴적 꿈이 뭐였냐?" 라고 물어본 후에... 둘다 고민하려고 할 때 말했어요. "난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내 어릴적 꿈이었다. 망할 식히들아" 라고...
직장 잡고 난 이후에 저런 위로나 걱정이나 핀잔을 너무 많이 들어요. "그 돈 받고 일하는 게 불쌍하다." "그딴 것도 직장이라고..." "그걸 왜 하고 있냐?" 등등...
저요? 게임 만들어요. 초등학교 2학년때 386을 처음 사면서 디스켓 한장에 들어있는 1메가도 안되는 게임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그림 일기에는 크레파스로 그린 컴퓨터랑, 디스켓 밖에 없었어요. "나는 오늘 친구랑 컴퓨터를 하고 놀았다. 참 재밌었다. 나도 나중에 꼭 게임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라고요
비록 박봉이라 아르바이트 할때보다 수입도 적고, 새벽에 퇴근하면 출근하는 사람들이랑 마주쳐도, 첫차가 다닐 시간이 지나버리면 그냥 사무실 바닥에 쭈그리고 자더라도, 기껏 퇴근해서 한평남짓한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다리조차 쭉 펴고 잘 수 없어도... 그래도 전 즐거워요.
까짓 돈이야, 많이 벌어서 뭐할려구요? 난다 긴다 하는 예언가들이 인류종말이 불어닥친다던 이야기가 집중된 시기에, 혜성이 지구를 스쳐지나가고, 대지진에 화산폭발에 인류가 살아남니 마니 하는 시기에,
아직도 "비싼 돈 들여서 공부시켜놔서 넌 배운 놈이니까,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해. 그래야 행복해" 라는 말도 안돼는 이야기는 "돈 = 행복"이라는 공식으로 일반화 돼 있네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건지, 세상이 잘못 생각하는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 판단은 세상이 결정해버리는 터라...
항상 잘못 생각하고 있는 놈으로 찍혀서 질책당하다보니 화가 나버려서 두서없이 썼네요. 아무튼 좋은 저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