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게시물ID : readers_9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용추
추천 : 6
조회수 : 122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8/02/02 11:40:09
(역시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라 반말투입니다 (__))

처음 읽는 베르베르였다. 확실히 내 취향은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쪽이어서 세상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읽는 책쪽으로는 좀체 관심이 가지 않는 편이다. 나의 이런 취향이 책읽는 폭을 좁힌다는 점때문에 어서 버리고 싶긴 한데 원래 취향이란 게 잘 안 변하잖아?

이 책도 생일선물로 친구가 사줘서 읽은 거였는데, 이 책 괜찮았다. 이걸 흥미롭게 읽어서 지난주에 서울갔을 때는 누나들이 보던 그의 또다른 작품 <뇌>를 가지고 내려왔다. 

다들 알겠지만 베르나르의 장기인 과학과 신비의 적절한 만남이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고, 이는 편마다 좀 다른 완성도를 보이면서 구현된다. 뭐랄까, 단편이 갖는 한계 -예를 들어 치밀해야 할 주제가 치밀하게 쓰여지기 힘든 점, 다소 충격적인 결말에의 강요 같은 것들-가 명백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황혼의 반란' '수의 신비' '달착지근한 전체주의' '암흑' '말 없는 친구' 같은 작품들은 단편이 갖는 장점인 민첩성을 잘 살리면서도 자연스런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위의 작품들은 특히 과학과 신비의 만남 이외에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풍자랄까 하는 것들을 결합시키고 있어서 요즘의 내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어쩌면 요거 때문에 좋아하는 걸지도...

하지만, 내가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완전한 은둔자'라는 작품이다. 모든 지식은 인간이 태어날 때 이미 주어지는데, 살아가면서 그것을 잊는다고 믿는 한 의사가 자기에게 거짓된 정보를 주는 감각기관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육신으로부터 뇌를 분리해서 순전히 뇌의 사유활동만으로 완벽한 지식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다. 

그의 뇌는 영양액속에 담겨 점차 새로운 지평의 지적 세계에 다다른다. 그렇게 그렇게 그의 뇌는 누대에 걸쳐 관리되고 그는 이제 우주와 인간의 수많은 비밀을 알 정도로 많은 지식을 쌓아나가지만 어느날 증손자의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표본병 속에서 꺼내 가지고 놀다가 결국 개의 먹이가 되고 만다는 얘기다. 맨 마지막 문단은 이렇다. 

"개는 식사를 끝내고 가볍게 트림을 하였다. 그리하여 귀스타브 루블레의 사유 중에서 아직 남아 있던 것들이 모두 저녁 공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요즘 내가 (특히 책을 읽을 때) 고민하는 화두인 '이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 아주 살갑게 읽을 수 있었다. 음,,, 고민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