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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하얀방
게시물ID : panic_931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bosh
추천 : 7
조회수 : 9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13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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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하얀방

영철은 기억이 잘 나질않았다. 어째서 내가 여기에 와 있는건지.. 이토록 미칠듯이 하얀공간은 난생 처음이었다. 처음 본것도 신기한데 그 곳에 자신이 있으니 이 얼마나 해괴한 노릇인지 모르겠다. 처음에 눈을 떳을때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었다. 숨을 쉬는것 조차도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하다못해 크게 숨을 몇번을 고르고서야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영철은 우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영문을 알수없었다. 남극에 가면 백야라는 현상이 있어서 눈을 떠도 모든게 하얗게 보인다는 말이 얼핏 기억났지만 고개를 흔들어 부정했다. 춥지 않은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어떤 정신병자놈이 자기를 이 먼곳에 데려다 놓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영철은 답답한 마음에 한점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생각을 했지만 생각나는것이 전혀없었다. 사실 영철이라는 이름도 정확한건지 잘 기억이 나질않았지만 그래도 영철이 자기 이름이라는것을 확신했다.  이 사실마저 확신하지 않으면 분명히 자신은 미쳐버릴꺼라는것을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영철은 담배가 생각났다. 

영철은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지만 주머니 속은 비어있었으며 그의 독백은 하얀방안에 맴돌다 아스라히 사라져갔다.

문득 영철은 자기가 애연가였던것이 생각이 났다. 주위사람들의 얼굴은 희뿌연한 안개속에 있는듯 잘 생각은 나질않았지만 담배를 피우며 즐겁게 주위사람들과 얘기했던 장면이 생각났다. 영철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생각해내려 했지만 헛수고였음을 깨달았다. 아마 뭔가 계기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그냥 생각일뿐 기억나는것도 무언가 바뀌는것도 없었다.

영철은 다시 깊은 생각속으로 빠졌다.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혀 생각나지않은 이 상황, 어디를 봐도 하얗다못해 눈이 시릴정도의 하얀 방,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본 결과 꿈이라고 생각하기 이르럿다. 그것도 지독한 악몽이었다. 이런 꿈을 꿨다는것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지독한 악몽을 꾸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명백한 증거로 자신의 왼쪽 새끼 손가락이 다시 멀쩡히 붙어있지 않은가. 순식간에 떠오른 기억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지만 딱 그것뿐 더 이상은 기억하질 못했지만 영철은 분명히 기억해냈다. 사고였겠지만 자신의 잘린 손가락을 보며 한탄하는 자신이 생각이 난것이다. 소주를 마시며 잘린 손가락을 보았던 기억이 확실히 난것이다. 영철은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아무런 기억이 안 나가도 문득 생각이 나면 당연스레 기억을 하고있었던듯 기억이 떠 올랐다. 물론 주위사물이나 사람이 기억나는건 아니었지만 마치 내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듯 그 기억이 박혀서 사라지질 않았다. 영철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다른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생각나는것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영철은 이럴게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랄같은 악몽이라면 깨면 그만인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가장 손쉽고도  원초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손으로 양뺨을 때리기 시작한것이었다. 처음 자신의 손으로 뺨을 때릴때 든 생각은 무척 아프다는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하얀방은 그대로 였고 자신또한 악몽에서 깨지않은것을 깨달았지만 다시 뺨을 수차례 때리기를 시작했다.  몇번이나 자신의 뺨을 때렸을까 모르겠지만 자신이 고통에서 먹먹함으로 바뀔때즘 어떤 기억이 나려하는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억을 하고싶어서였을까 아님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어서였을까 모를정도로 한참이 지난후 다른 한 기억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영철의 뒷모습을 화질좋은 사진기로 찍은듯한 기억의 단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장이 아닌 여러장의 사진이었다. 촌스런 얼굴을 가진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때리는 모습,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청년을 손으로 때리는 모습, 고생한 듯한 여자를 손으로 때리는 모습, 콧물이 채 마르지않은 아이를 손으로 때리는 모습. 이번에도 정확한 얼굴이나 상황은 기억나질 않지만 그래도 그것만큼은 정확히 기억했다. 영철이 했다는 것과 그 상황에서의 분노는 똑똑히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의문스러웠던것은 어째서 분노했었는지 그리고 이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생각하려 애써도 안된다는것을 받아들일때즘 몇 시인지 궁금해졌다. 영철이 깨어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하는 궁금함과 허기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알 수없었다. 시계도 없었을 뿐더러 배도 고프지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흘러가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몇 시인지 이곳이 어디인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때즘 영철은 걷고있었다. 하얀 방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방이 아니라 끝없는 지평선이었던것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영철은 걷기 시작했다. 깰수없는 악몽이라고 생각하며 걷던 영철에게 포기할 때즘 기억이 하나씩 돌아왔던건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모르겠다. 더 이상 시간이 시간처럼 느껴지질않고 발바닥의 물집이 더 이상 생기질 않으며 무릎이 아파 한걸음 걷기도 힘들정도가 되어서야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 기억해 낼수 있었다. 폭력적이고 지독한 술 고래였던 아버지와 매일 두려움에 한겨울에 맨발로 도망쳐나왔던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떨고있던 어릴적의 나, 불량써클에 들어 친구를 괴롭히며 비열하게 웃는 모습의 나, 불량배 틈 속에서 행상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모습의 나, 내가 뺨을 수차례 때렸던 여인과 결혼했던 모습의 나, 새사람이 되어보겠다고 왼쪽 새끼손가락을 자르던 모습의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술에 쪄들어 아내에게 손찌검하고 자신의 아들을 한겨울에 집 밖으로 내쫗는 모습의 나.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영철은 그 장면을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것도 모를정도로 걷고 또 걷고나서야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터져나온 눈물.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도 목이 쉬어버려 더 이상 울부짖을 수 없을 때까지 울었다. 옆에 누가있던 모양새가 어떻던 신경쓰지 않고 울었다. 어떤때는 굉음을 지르며 어떤때는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면서 후회했다. 한심해 했다.  반성했다. 그러나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툭 터져 나온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영철은 울었다. 소리도 내지못하고 몸부림치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하게된 순간에도 마음속으로 울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후회하고 반성할 때마다 조금씩 자신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떠오르는 기억마다 영철은 마음이 칼로 에리는것 처럼 아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은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었다. 한겨울 맨발로 쫓겨난 아들이 부쩍자라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차가운 시선으로 조롱섞인 웃음을 지며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었다. 이 세상 그 어떤 모진 고문보다 더 아파했다. 그 시선을 견디지 못했지만 그럴수록 그 기억은 더 선명해져갔다. 마음을 후벼판다해도 더 아팠다. 손가락을 자를때보다 조직에 들어가 칼침을 맞을때보다 더 아팠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마음이 찢어진다. 말로 표현할 수없을만큼 아파했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아파했다. 그리고나서야 앞이 조금씩 보였다. 그리고 저기 멀리서 탑같은것이 보이는거 같았다. 하얀방에서 처음 본 물체였고 형상이었다. 그곳에 가야한다는 생각과 함께 영철은 뛰어가고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았다. 영철은 기어가기 시작했다. 온몸이 쓸리는 고통속에 몸부림 치면 조금씩 조금씩 계단에 다가갔다.  오랜시간이 지난후에야 탑이아닌 계단이 확실히 보였고 그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이 하얀방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영철은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 하여 기어갔다. 그 사람에 다가갈수록 힘이 생기는거 같았다. 예전과 똑같이 아픔에 몸부림쳤지만.. 뭐랄까 좀더 힘이 났다. 가까워보였던 거리는 절대 가까운것이 아니었지만 영철은 마침내 계단앞까지 갈수있었다. 영철은 자신이 지옥에 왔었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아픔을 격었고 후회와 반성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환생을 하게된다면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도우며 살겠다고 몇 천번 몇 만번 다짐했다. 이 모든것이 끝나는 순간 자신은 새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영철은 검은옷을 입은 신사앞에 너덜너덜해진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그리고 검은옷의 신사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지옥의 입구에 온것을 환영하네. 친구여."


- 근무 하면서 짬짬이 쓴 단편 입니다. 작년에 새벽감성에 썻던거라 아주 그냥 오그라드네요. 혹시 다 보신분이 있다면 미흡한 점&아쉬운 점&좋았던 점을 댓글로 적어 주시면 요런 글을 혹여 나중에 또 쓸때 참고하겠습니다.^^
- 태어나서 두번째로 글 써서 올리는거라 도키도키하네요.
출처 나다. 나라고. 내가 출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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