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때이른 보름달이 떴습니다. 아주 환하게 떴네요. 드디어 박 전 정권의 오물인 황교안이 방을 빼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9년은 정말 어두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해가 지고, 9년간의 밤은 지독히 춥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먹구름과 안개만 가득 낀, 도처에 썩은내만 풍기던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동지들은 이 밤을 버티기 위해 서로를 의지해왔습니다. 당적은 달라도, 혹은 없더라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촛불을 들고 조금이나마 어둠을 밝혀보고자 했고,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고자 열심히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달이 떴습니다. 밝은 보름달이 떴습니다.
물론 저 달빛이 이 세상을 모두 밝혀주진 못할 겁니다. 아직까진 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니까요. 그리고, 다시 세상이 어두워져야만 거리로 나올 악한들이 즐비하기에 우리의 괴로움은 아직 끝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도 꺾이지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다시 어두워져선 안 됩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아직까지 도처에 남아 있는 먹구름과 안개를 지워버리는 일 뿐입니다.
전 정의당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분들과는 지향하는 세상이 약간 다릅니다. 하지만, 비둘기파와 매파는 서로 다툴지언정 둥지가 흔들리면 단결해 뱀과 싸워야 하는 법입니다. 우린 뱀과 맞서기 위해 촛불로 연대했고, 이제 달이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을 다시 밝히려는 와중에 먹구름이 되어선 안 되겠죠.
제가 바라는 세상은 다소 민주적인 세상이며, 다소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그 '다소'마저도 욕심일 수 있겠죠. 하지만,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그 욕심마저도 쟁취할 수 없을 겁니다.
전 다시 정의당에서 목소릴 낼 겁니다. 지난 몇 개월동안, 오늘의유머에 계신 몇몇 촛불 동지들께서 응원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전 제가 있는 곳이 먹구름이 아닌, 달빛을 받아 우리 세상을 비추는 별빛으로 바뀌길 바라기에 다시 혼자나마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5년은 정말로 중요한 때입니다. 다시 대한민국이 암흑으로 빠져들 것인지, 아니면 달빛이 어둠을 모두 지우고 마침내 해가 다시 떠오를지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저 대선이 끝났을 뿐입니다. 서로, 다시 싸워나가며 대한민국을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지하는 정치인은 달라도, 당적은 달라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하나일꺼라 믿습니다. 몇 잔 하고서 횡설수설한 채, 다시 정의당으로 싸우러 가겠습니다. 그래도 자주 찾아와서 투정도 부리고, 때론 연대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