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번쯤은, 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어요. 그 글에 달린 댓글에 눈물이 났어요.. (http://todayhumor.co.kr/board/search_view.php?table=gomin&no=92458&page=1&keyfield=name&keyword=한번쯤은&search_table_name=&) 누구에게도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기억들, 한 번만 더 털어 놓을게요..
스무 살 여름엔 엄마가 도망을 다녔어요. 몰래 돌아와 집에 같이 있을 때면 내가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떡볶이나 김밥을 사와 끼니를 해결했어요. 그것도 하루에 한 번. 돈이 없으면 굶어야죠..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어요. 엄마가 팔아서 푼돈을 마련했거든요. 밤이면 불이 켜지지 않아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울었어요. 물도 나오지 않았어요. 3년을 같이 산 토토에게 줄 사료도 없었어요.. 내가 굶는 것보다 작고 하얀 토토가 먹을 게 없는 게 더 슬펐어요.
그런 집, 비 오던 어느 밤, 엄마를 찾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려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도 쉬지 않아요. 내가 있다는 걸 알면 무슨 일이 생길까봐요. 소리가 멈춘 후에도 오랫동안 꼼짝도 못 했어요. 긴장이 풀린 다음엔 송장처럼 울었어요. 지금도 집에 누군가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긴장해요. 집에 아무도 없는 척 해요. 그냥, 그 때처럼 무서워서요..
언니가 죽으려고 약을 먹었어요. 난 이상하게 침착했어요. 뒤를 못 가리는 언니를 씻기면서 내 마음이 죽어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남자친구를 아빠에게 데려 갔던 어느 날은, 아빠 마음에 탐탁치 않은 제게 아빠가 길에서 소리 치며 물건을 던졌어요. 엄마에게 함께 갔던 어느 날은 남자친구에게 엄마가 엄마와 어울리는 사람들 얘기를 숨김 없이 해요.. 누가 누구와 바람을 폈다, 죽일 년 살릴 년, 돈을 떼어 먹고 도망친 새끼 등등 정작 엄마는, 정말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것처럼 유부남과 바람을 피며 딴 살림을 냈는데요..
부정적인 제게 하나 있는 유일한 꿈은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갖는 거예요. 내 자식에게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 져도 자신의 편인 가족을 만들어 주는 거요. 그런데, 저 못 하겠어요..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모님도 같이 뵈었던 그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제게 그런 사람은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편안한과 안정감, 사랑을 줄 다른 사람을 만난다 해도, 제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아빠는 아직도 삼시세끼가 술인 고집이 세고 감정 기복도 심한 분.. 엄마는 아직도 술을 마시면 제게 전화해 같이 죽자며 욕을 해요. 전 남자친구에게 보여줬던 행동들, 언제 어디서나 더 심하게도 하면서 수치심이 없는 분들이에요.
이런 제가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저의 유일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오유님들, 저 정말 궁금해요. 희망이란 건 제게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