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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시민의 눈으로 개표 참관한 사람입니다.
평소에 로그인도 않고 눈팅만 하다가 이 글 쓰려고 로그인 했습니다.
개표는 다음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투표함 접수부 → 개함부 → 분류기운영부 → 심사집계부 → 개표상황표 확인석
→ 검열위원석 → 위원장석 → PC 보고석
이 중 표가 분류되는 단계가 ‘분류기운영부’와 ‘심사집계부’ 단계입니다.
‘분류기운영부’에서 분류기는 정리된 표 다발을 넣으면 스캔하여 후보자 별로 분류하는 기계입니다.
개표사무원들은 분류된 표들을 100장씩, 후보자 별로 묶어 심사집계부로 전달합니다.
‘심사집계부’는 표가 정확하게 분류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투표사무원들은
1. 100장씩 묶어서 온 표들을 일일이 수검표하여 유효표가 맞는지 확인하고,
2. 계수기에 넣어 100장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분류기와 계수기는 다른 것입니다.)
3. 그리고 분류기에서 미분류된 표들을 수검표하여 각 후보자 별로 분류하고, 무효표인 경우 무효표로 분류합니다.
이 두 과정에서, 참관인들은 개표사무원이 제대로 분류하고 있는지 함께 보면서 확인합니다.
이번에 이 분류기에서 제대로 찍은 표가 미분류로 넘어간다든지, 엉뚱한 후보자로 넘어간다든지,
또는 누가 봐도 무효표인 표가 후보자 표로 넘어간다든지 하는 문제 제기가 많았죠.
게시판에 올라온 투표사무원 분의 글을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분류기로 돌린 다음, 심사집계부에서 다시 일일이 수검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갔던 개표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사집계부에서는 수검표를 하지 않고 계수기에 바로 넣었고, 100장이 맞는 것으로 확인되면
다시 후보자 별로 모아 표 수를 계산했습니다.
계수기에서는 표가 한 장 한 장씩 착착착 내려오면서 사무원이 육안으로 확인을 하는데요,
제 체감 상 1초에 3장 정도의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유, 무효 여부를 판별하기 힘들었습니다.
(유효표로 분류되지 않은 미분류표는 참관인의 참관 하에 사무원이 일일이 확인하여 다시 분류했습니다.)
다시 설명하면, 분류기운영부에서 분류기로 분류한 100장 단위로 된 표들이 심사집계부로 넘어옵니다.
한 명의 사무원이 문재인 표 100장 한 다발을 확인하려면,
원칙대로라면 100장 전부 일일이 눈으로 문재인 유효표가 맞는지 확인한 후,
계수기에 넣어 100장인 것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깁니다.
하지만 제가 갔던 개표소에서는, 눈으로 전부 확인하지 않고 바로 100장을 계수기에 넣어버렸습니다.
대신 계수기에서 수를 세면서 한 장씩 내려오기 때문에 그 때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후보자 칸에 도장이 제대로 찍혀있는지는 그 속도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유, 무효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투표용지에 찍혀있어야 할 직인이 찍혀 있는지,
다른 후보자 칸이나 여백에 도장이 찍혀있지는 않는지, 투표용지에 훼손은 없는지 등
다른 확인할 사항도 많기 때문입니다.
전 단계인 분류기에서 100% 맞게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심사집계부에서 다시 수검표하는 것인데,
이 수검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민의 눈에서는 심사집계부에서 사무원이 수검표하지 않고 계수기에 넣는 경우 시정을 요구하라고 교육받았는데,
지역선관위 입장은 계수기에 넣어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적 효율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빨리 집에 가는 게 좋아도 개표에 있어서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닙니까...?
결국 분류기 자체에서 오차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것을 다시 수검표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바로 계수기에 넣어 빠른 속도로 대충 확인하고는 다음 단계로 넘기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참관인의 수도 부족하고 각 테이블 간 거리가 좁아 참관인이 서 있을 공간이 매우 부족해,
한 사무원 당 한 명의 참관인이 함께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참관인이 보지 못해 사무원 혼자 그 빠른 계수기로 육안 확인하고 넘어간 많은 표들 중에
잘못 분류된 표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이번에 시민의 눈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과정이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관위 공무원분들, 투/개표 사무원분들 같은 관련자 분들은 최선을 다하신 것 알고 있지만,
방식과 매뉴얼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투표 자체와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의 허술함은 이미 많이 알려져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언제까지 시민이 직접 투표장과 투표함을 지켜야겠습니까?
대선이 끝나 이제야 숨이 돌아왔지만 참관인으로서 찝찝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다음 선거부터는 국민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