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실패한 삼수생이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
게시물ID : gomin_9317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ZiZ
추천 : 4
조회수 : 20830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3/12/08 18:31:17
저는 올해로 세번째 수능을 치룬 여자 삼수생입니다.
겉으로 보이기엔 솔직하고 발랄해 보이지만, 사실은 제 자신의 얘기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지금 더 괴로운지도 몰라요. 어디에도 말할곳이 없어 익명의 힘을 빌려 처음으로 인터넷에 글을 써보네요..
 
저는 어렷을적부터 소위 말하는 '영재'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학벌 컴플렉스가 있으셨던 저희 엄마는 무엇이든지 다 해내는
저에게 당신의 모든것을 다 거셨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효과를 보는 듯 했습니다. 무엇이든지 시키는 것은 다 잘 해내던 저였으니까요.
그러나 전 목표가 뚜렷한 아이도 아니였고 뭔가를 끈질기게 성취하려는 성격도 아닙니다.
중학교를 들어가며 사춘기를 맞은 저에게 엄마의 기대는 너무 가혹했어요. 반항 무지하게 했습니다. 남들보다 훨씬 요란한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그당시 중학교때 유치한 학교 얼짱? 같은게 돼서 엄청 까불대고 다녔네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저희 엄마는 저를 서울쪽 외고를 보내기로 결심하셨었구요.(집이 경상도에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지방에 있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엄마가 외고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하니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구요.
근데 전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놀고 주목받고 하는게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도 엄마가 보내주시는 학원은 꾸역꾸역 다니면서 상위권 성적은 유지했죠.
중학교때  울 엄마가 항상 저에게 하셨던 말 '넌 지금부터 수험생인거야. 정신차려'
뭐 그렇게 엄마랑 치고박고 중학교 3년을 그렇게 보내다가 덜컥 서울권 외고에 붙어버립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엄마가 진짜 행복해 하시는 모습이.. 좋았거든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엄마가 터치하는 부분도 없고 신나게 놀았죠~~ 어떻게든 될거야 하면서요
그러다가 고3. 첫 수능때 애매모호한 성적. 어찌보면 당연한 성적 받고  바로 재수했죠.
재수도 평범하게 했습니다. 목표의식 없이 막연히 'sky는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요.
다행히 모의고사 점수는 잘 나와줬고 엄마의 기대는 빛을 보는듯 했습니다.
두번째 수능은 첫번째 수능보다 훨씬 떨리더라고요. 덜덜 떨었어요 정말. 엄마의 행복한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자식들에게만 올인하는 엄마와 그것을 이해 못하셨던 아빠의 갈등으로 이미 제가 고1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신 후였기에 더욱.. 제 부담은 컷어요.
결과는 최악. 구멍이 많았던 제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였죠. 그 때 아무말도 없이 좌절하는 엄마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아요.
가슴이 뻥 뚫린듯이 아팠거든요.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어요. 외고를 나온지라 친구들은 전부 sky. 그때부터 뒤쳐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루에 12시간 레스토랑 알바하면서 암것도 생각않고 몇개월을 보내다가.. 삼수밖에 길이 없어 삼수를 선택했습니다.
대치동 고시원에 들어가 독학 삼수를 했어요. 삼수부터는 제 의지가 조금씩 보였지만.. 평생을 설렁설렁 살아온 저는 끝끝내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더군요. 또 같은 패턴.. 모의고사는 최상위권.. 멘탈은 점점 깨져만 갔고요.
여자 삼수생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잖아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땐 어떻게 하면 삼수까지 하나.. 라는 생각으로 삼수생 언니 오빠들을
바라봤었구요. 원하는 학교에 가서 연애도 하고 꿈을 찾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꼴에 삼수생이라고 목표는 서울대로 잡아놔서, 사탐 한과목을 한국사로 바꾸고 아랍어도 했어요.ㅋㅋ 무조건 만점 받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했고,
그렇게 될 것만 같았는데,,
그렇게 7개월 보내고 다시 치룬 세번째 수능.오마이갓. 또 최악이네요. 오엠알 마킹 실수까지? 이제는 제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죠.
삼수하며 껌이라고 생각했던 연고대 성균관대까지 수시 다 떨어지고.
이제는 답이없는 지금의 상태로까지 왔어요. 엄마는 지금 세상 다 사신분 같고요.
저는 반쯤 영혼이 나가있는 상태로 한달을 보냈어요. 정말 '끝'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네요.
저를 믿고 응원해주던 친구들, 가족들 보기도 정말 민망하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없어요 제 자신에게.
이제는 제 머리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제 모습도 삼수를 하면서 다 망가져버렸어요. 탈모에.. 여드름에.. 최악이네요.
엄마에게 정말 미안해요. 모든걸 저에게 거셨던 분인데 제가 그 기대를 처참히 없애버렸으니까요.
제 인생 이렇게 된거야 제 탓이지만. 저희 엄마 인생은 어떡할까요. 저밖에 없는 사람인데.
 
중학교때도 자살 생각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만 짜고 있네요.
정말 한심해요. 지금까지의 제 계획들이 다 허상이였다고 생각하니까. 가장 예쁠 나이에 하루 12시간 수능 공부만 하며 내년엔 꼭
내나이에 맞게 예쁘게. 활기차게 살아야지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했는데.
 
지금껏 수능 성적을 숨기고 있다가 아까 엄마께 대충 말씀드려 봤는데
정말 끔찍이도 보기 싫었던 엄마의 그 실망스런 표정.. 또 보고 말았어요.
고3이였던 동생에게 가야 했던 관심까지 제가 다 뺏어가면서 한 삼수인데. 멍청한 제가 날려버렸네요 그 기회를.ㅎㅎ
 
저는 도무지. 앞으로의 생활에 희망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죽음이라는 단어밖에 맴돌지가 않아요.이런 저의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이런 공간 뿐이네요.
21살이나 쳐먹고 이렇게 징징대는거 정말 보기 싫네요. 제가봐도
 
욕하셔도 좋습니다. 지나쳐주시면 더욱 고맙구요..
 
저는 아무래도. 답이 정해져있는 삶을 살고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