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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01 - 지워줘 -
게시물ID : panic_93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스테라빵
추천 : 10
조회수 : 9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18 13:51:56
작성자■■■■ 작성일201■-■■-■■ ■■:41:40조회608
제목 그녀가 나에게 나타났다

 밤이면 외로워 그리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인 본능에 못이겨 너희들도 스스로에게 외로움을 달래듯 자위를 할테지 그런데 이상한 일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자위를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고 너희들에게 절대 발생할 일이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는마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해보면 벌써 꽤 오래된 이야기네 내가 중학생이었고 이제야 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성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을 때 였으니까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늘 "그렇고 그런 동영상"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P2P 사이트 (당나귀, 프루나, 파일구리) 같은 동영상을 받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해왔지 그리고 그렇게 거리낌 없이 보내던 중에 사건이 생겼다


 그날도 나는 파일 몇개를 다운 받겠다고 눌러 놓고 잠이 들었지 몇몇은 흔하디 흔한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나는 그래서 인지 늘 그런 환상보다는 조금더 진실되고 진짜 같은 동영상에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면 직촬, 셀카 같은 명칭이 들어간 동영상들 말이야 난 별 생각없이 그런 식의 항목을 둘러보던 중에 어떤 사람이 직촬했다는 식의 제목의 동영상을 선택 다운로드 하고 있었어 사실 다운로드를 눌러놓고 다음날 보려고 컴퓨터를 켜놓고 잤던거지


 그러나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한 머리로 일어나 컴퓨터를 확인한 나는 그 제목의 파일은 다운로드가 되어있지 않음을 발견하고 실망한채 학교에 갔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난 그날도 학교 애들과 둘러 앉아 자신이 감상한 작품에 대한 평가와 그녀들의 몸매, 화질에 대한 감상을 서슴없이 늘어놓았고 그렇게 학교에서 친구들과 음담패설을 하면서 시답지 않은 소릴 지껄이며 웃고 떠들다가 방과후 축구를 한판 뛰고 집으로 돌아왔지


 중학교를 다니던 내 학창시절 집엔 나 혼자 밖에 없었어 늘 부모님은 밖에 일을 하셨으니까 15평 남짓의 조그만한 집에서 살기 위해 우리 부모님은 그날도 힘겹게 맞벌이를 하러 가셨던거지 철없던 나는 그날도 별 생각없이 컴퓨터를 틀어놓고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듯이 내가 다운로드한 작품들을 나열해놓고 한 차례 감상을 한뒤 잔뜩 늦은 시간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학원을 가서 공부를 하는척 마는척하다가 저녁 늦게 집에 왔다


 학원에서 다녀온 난 또 다시 컴퓨터를 켜고 그게 무슨 자랑스러운 일인냥 P2P 사이트를 틀어놓고 마음에 드는 제목의 동영상을 잔뜩 다운로드 시켜놓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가끔식 너무 컴퓨터만 하지 말라나는 부모님 말이 생각나면 내려와 앉아 티비를 좀 보고어머니가 차려놓고 가신 반찬에 다늦은 저녁밥을 챙겨 먹으며 시간을 보냈지. 오랫동안 켜져있는 느려터진 컴퓨터가 힘에 겨운 소리를 내며 폭발할 것같은 열기를 뿜어냈지만 난 그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밤늦게까지 나는 노는데 열중했어.


 사실 왜 그랬는지 나도 알고 있어. 그게 빗나가고 철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칠 수 없었지. 어린 내게 혼자있는 집은 너무 무서웠고 고요한 집안의 적막은 마치 낯선 것이 튀어 나올 것 처럼 두려운 것이었어. 항상 나는 내 곁에 사람 소리가 들리길 바랬고 내가 위안을 가질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어.


 늦은 밤, 어느새 부모님이 돌아 오실 시간이 다 되었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까 그래 보통 청소년들이 잠에 들어야 할 시간 나는 깨어있었어 그 조그만한 방에서 혼자 쭈구려 앉아서 잠이 들기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난 반드시 부모님이 오시는 소리를 듣고 자는척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다른 날과 남달랐어. 부모님이 오시길 간절히 바라던 날들과 달리 난 그날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오시길 바라고 있었어.



 내가 전날 "직촬" 이라고 하여 선택해놓았던 P2P 사이트의 동영상이 다운로드 진행되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파일 다운로드가 꽤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지 난 기쁨과 묘한 스릴에 휩싸여서 그 다운로드가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있었어. 곧 부모님이 현관에 발소리를 내며 오실 것을 걱정하면서도 컴퓨터를 끄지 못하고 그게 다운로드 되는 상황을 지켜보았지.


 점점씩 차오르는 그래프와 퍼센트를 보면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파일 다운로드가 완료되자 나는 펄쩍 뛸 정도로 기뻐하면서 컴퓨터를 재빠르게 끄고 자는척 누워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까도 말했듯이 그날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어. 부모님이 오실 시간이 다되었는데 밖으로는 자동차 소리는 커녕 사람들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거지. 나는 또다시 혹하는 마음에 몸을 일으켰어. 그리고는 창밖을 슬쩍 내다보고는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 컴퓨터를 켜놓고 잠시 숨소리까지 죽이면서 내가 다운로드 한 파일을 찾았어. 느려터진 컴퓨터가 평상시에는 괜찮게 느껴졌는데 그날만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답답했지.


 그렇게 무수히 많은 파일중 방금막 다운로드 된 파일을 찾아낸 나는 그 작품을 조급한 마음으로 휙휙 빨리 넘겨가면서 감상했어. 그리곤 상상과 많이 다른,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보잘 것 없는 그것에 조금 실망한채 입을 삐죽거리면서 마지막까지 동영상을 보고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자 동영상을 촬영하던 남자가 카메라를 슬쩍 올리면서 같이 있던 여성의 얼굴을 잡았지


 그래 맞아 그 같이 있던 여자 얼굴을 똑똑히 보았어. 화질은 꽤 괜찮은 상태였으니까 별로 놀라울 것 없었지. 그런데 그 순간 내 코에서 코피가 흐르는거야. 카메라 렌즈를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대자 영상속 여인은 싫다는 듯이 손으로 렌즈를 막았고 나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코피를 쏟고 말았어.


 별다른 충격이나 흥분 할 만큼 놀라운 장면이 아니었음에도 코피를 쏟자 나는 당황하여 내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허겁지겁 컴퓨터를 강제 종료한 뒤에 화장실 세면대로 뛰어가 어질러진 내 코밑과 손을 닦고 잔뜩 쏟은 코피를 정리했어.


 내 컴퓨터 키판과 의자 주변도 엉망이었지만 닦을 새가 없었어 부모님이 올라오시는 소리를 들었거든, 나는 코를 대충 휴지로 틀어막고 재빠르게 움직여 방바닥에 깔아놓은 요 위에 털썩 누워 자는 척을 했어. 그리고 부모님이 오셔서 옷을 갈아입고 내 방에 켜진 불을 끄시고는 (무서워서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불을 끄곤 잠들지 못했어) 두런두런 두분이서 티비를 보시며 오늘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으며 천천히 잠이 들었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나는 내 생에 처음으로 내가 기묘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어. 두눈은 번쩍하고 뜨여졌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 묘한 이질감.


 맞아 가위에 눌렸던거야.


 나는 천천히 눈을 돌리면서 내 방을 확인했지, 그런데 말이야 정말 이상한 것을 난 보고 말았어.


 내 방 구석에 컴퓨터 책상에 누가 앉아서 내 컴퓨터를 틀어놓고 앉아있었어. 그래 나는 그걸 보면서 두눈만 동그랗게 뜨곤 아무말도 하지 못했지 실제로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때문이 전부가 아니었어 겁이 많은 내게 그것은 너무나도 두려웠고 무서웠기 때문이었지.


 내 방 컴퓨터 의자에 쭈구려 앉은채 가만히 모니터를 주시하는 낯선이의 얼굴을 보기위해 나는 애썼어 무섭고 두려워도 확인하고 싶었거든 도데체 누가 내 컴퓨터를 보고있는지 말이야. 그리고 뒷모습의 그 낯선이에게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긴머리에 여리여리한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


 곧 나는 그 낯선 이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흑흑... 흐흐흑! 흐흑!]


 그녀는 구슬프게 흐느끼고 있었어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무척이나 슬프고 애처롭게 울고 있었어. 그 목소리는 옥구슬 같았고 그 애절함이 내 가슴까지 울리는 듯 했지. 그녀의 구슬픈 목소리에 난 두 귀를 곤두세우고 집중해서 듣고 있었지.


[흐흑! 어딧어... 어딧는거야... 흑흑흑!]


 그녀는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혼잣말을 하듯이 무언가 찾고 있었어. 그렇게 몇번이고 똑같은 말을 내뱉던 그녀는 갑자기 신경질 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해대기 시작했어. 정말 빠르게 미친듯이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키보드를 부셔져라 빠르게 두드려댔지.


[어딧어! 어딧는거야! 어딧냐고!]


 그렇게 비명에 가깝게 소리치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던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홱하니 돌려 쳐다보았어. 그리고 난 그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 그리고 왜 그녀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지 알았어. 좀전에 컴퓨터로 받았던 그 동영상 속 얼굴이었으니까 다만 다른 점은 상상했던 것처럼 무시무시하고 창백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저 나를 보면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컴퓨터 책상에서 내려와 내 앞에 갑자기 꿇어 앉아 하소연을 하듯이 울부짖었어.


[부탁이야 지워줘.]


 나는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그저 입만 반쯤 벌린채 가만히 넋을 놓고 있었지.


[부탁이야 지워 제발! 난 살고 싶었어! 난 정말 행복하고 싶었는데! 이게 날 망쳤어! 지워줘!]


 대충 그런식으로 내게 떠들고 있었어 나는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붙잡고 그렇게 간청하는데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슬픔이 내 가슴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녀가 겪은 고통과 그간의 설움이 내게 전해지 듯이 미친듯이 슬펐지.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 친했던 그의 배신,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추락하는 자신에 대한 우울이 내게 덮쳐왔어.


 그런 건 난생 처음이었고 난 그런 일을 겪은 적도 없는데 마치 내가 격은 일인냥 내게 모든 감정이 전달되었다. 그녀는 어느새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어.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나를 믿던 사람들에게 실망과 배신을 낳고, 친했던 사람들에게 손가락 질을 당했으며, 원치 않은 일을 당하고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떠들었어.


[모르는 이가 나를 알아 보았고, 그들이 웃을 때 마다 내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졌으며, 세상이 나를 버린 듯이 참담했다...]


 나는 아직도 그녀가 내게 무엇이라고 떠들었는지 기억해. 그리고 그날일이 생생히 떠올라... 나는 정말 미친듯이 흐느끼며 울었어.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적도 없을거야 나는 그렇게 계속해서 꿈속에서 흐느끼다가 깼다. 시간은 동이 천천히 밝아오는 새벽이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컴퓨터에 마치 장식처럼 진열해뒀던 그 동영상들을 모조리 지웠어. 엄청난 죄책감을 시달리면서 말이야.


 요즘도 가끔씩 나는 그때일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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