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너무 마려워 귀찮음을 무릅쓰고 불을 켰다. 잠결에 방안에 붙어 있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 서려는데 갑자기 머리칼이 쭈뼛서며 온 몸에 소름이 끼쳐 왔다.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끔찍한 기분이었다.
한 발을 화장실 안에 들여 놓으면서 무심코 고개를 들다가 멈칫 했다. 화장실 구조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큰 거울이 있었는데, 고개를 들던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울속에서 지금 귀신이 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귀신은 머리가 긴 직모에 이십대 초반의 여자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무슨...
그리고 동시에 든 생각,
'지금 눈이 마주치면 난 미치거나 죽는다.'
짧은 시각, 난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 있었다.
'다시 나가 버릴까?'
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쓸데없는 망상때문에 - 솔직히 귀신이 저 거울속에 있기야 하겠는가 - 편안한 수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난 거울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대로 화장실을 들어가 옆걸음으로 주춤주춤 거울 맞은편에 있는 좌변기 앞에 서서 뚜껑을 열었다. 단추없는 트레이닝복을 내리고 볼 일을 보려 할 때 즈음 다시 끔찍한 기분이 몰려왔다.
순간 나는, 허리춤을 잡고 있는 팔뚝을 나도 모르게 내려다 봤는데 양팔에 너무나 선명하게 소름이 가득 돋아 있었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아까처럼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거울밖으로 나왔구나. 그리고...'
'지금 내 등 뒤에서 나를 보고 있다.'
살면서 늦은 밤 오싹한 기분이란 누가나 겪어 보는 것이지만, 난 지금 그딴 기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느낌이 너무 강해서 물리적으로 사람 몸을 잡고 막 흔드는 느낌이라 하면 비슷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엄청 길게 느껴졌던 찰나, 어땠든 난 볼 일을 다 봤고... 바지춤을 챙긴 후 뒤돌아서지도 않고 다시 들어올 때처럼 옆으로 주춤거리며 화장실 문 밖으로 나섰다.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갔구나.'
거울을 등지고 순간,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 엿같은 생각은 뭔가?
다행히(?) 난 화장실을 나왔고, 등의 힘으로 문을 밀어 닫았다. 닫힌 뒤에도 힘을 줘서 확인이 필요없을 만큼 더 세게 그리고 지그시 밀었다.
그런데 좀 찜찜했다. 화장실문이 밖에서 잠글 수 없는 문이었다. 정말 쓸데 없는 생각이었지만 잠궈야 할 것 같았는데 방법이 없었다.
별 수 없이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잠의 힘에 기대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정말 쓸데 없는 생각이었나. . .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뒤 나는 일어난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도 몰래 가득 소름돋은 양 팔을 내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정말...너무나 선명한 꿈이었다.
- 아카스_통영.
* 덧붙임 : 이야기가 조금 더 남아 있는데 ...고민입니다. 근처 카페에서 모바일로 쓴 글이라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