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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식, 사랑은 남는 것을
가슴에 묻고 떠나갔어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갔어도
사랑은 남는 것을
그리움은 남는 것을
어두운 새벽잠에서 깨어났을 때
말없이 흐르는 눈물처럼
세월이 지나도 살아나는 것을
가슴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 소리에
화로에 묻어 둔 불씨처럼
빨갛게 살아나는 것을
난들 어쩔 수 없어
지울 수 없어서
눈물을 닦아도
가슴을 덮어도
사랑은 남는 것을
그리움은 남는 것을
서덕준, 옛 꿈
퀴퀴한 창고 구석에
녹슨 통기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세월은 겹겹이 쌓여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엔 턱수염같은 잔디가 자라있었다
나는 먼지를 털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것은 낡은 기타가 아닌
아빠의 옛 꿈이었음을
박남준, 별이 지는 날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그가 떠나서만이 아니고요
산다는 것이 서러웠습니다
빨래를 널듯 내 그리움을 펼쳐
겨울 나뭇가지에 드리웠습니다
이제 해 지면
깃발처럼 나부끼던 안타까움도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을까요
어디 마음 둘 곳 없습니다
별이 뜨고 별 하나 지는 밤
언제인가 오랜 내 기다림도
눈 감을 테지요
허열웅, 미움을 지우던 날
열쇠도
자물쇠도 없이 갇혀버린 마음
네 속에 묶여있던 나
미움을
지우던 날
내 생을
흔들어 대던
너를 내가 보낸다
엄지용, 같은 하늘
나란히 누워
밤하늘에 별을 헤아렸다
너는 여섯 개의 별을
나는 열 개의 별을 헤아렸다
너는 보지 못한 네 개의 별을
아쉬워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