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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대접' 받는 느낌
게시물ID : cook_130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ㅃㄹㅁㄴㄹ
추천 : 11
조회수 : 907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4/12/23 10:26:36
우리동네에는 좋은 가게가 몇 군데 있어요. 
아파트 거주촌이라 동네장사라서 그런가...   

전에 제게 베오베의 영광을 안겨줬던 족발집도 여전히 맛있고, 그 근처 청년분들이 하는 정육점도 늘 친절하고, 고기가 맛있어요.

전에 남편이랑 산책을 하다가, 동네의 뒷편 카페가 이쁘길래 나중에 와보자 했어요. 오래된 2층 양옥집을 개조한, 흔한 커피숍이었어요.

그 후 몇일 뒤, 갑자기 생각나서 가봤는데, 문이 닫혀있었고, 원두때문에 에티오피아 출장을 가서 몇일 문을 닫는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죠. 응? 에티오피아 출장? 이런 작은 가게에서? 저거 진짜일까? ... 괜한 센척 아닐까? 하는, 온갖 추측을 하며 걸음을 돌리고, 오늘 다시 갔네요.

정말 목이 좋지 않은 곳인데, 2층은 만석이고, 1층도 많이 차있고, 가게를 남자분 혼자 지키고 있었습니다. 신 맛, 탄 맛이 덜한 드립커피 두잔을 추천해 달라 했고, 과테말라 어쩌구랑 코스타리카 어쩌구였나.. 두가지를 추천해 주시며 주문이 밀려서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이랑 오픈 주방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죠.

후에 먼저 계시던 직원 분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등장했고 직원분이 우리의 드립커피를 그분께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소분되어 통에 담겨있는 커피를 꺼내 바로 갈아서 드립할 준비를 하시더니, 급한일이 있는지 한 5분? 자리를 비우시더라구요. 먼저 계시던 직원분은 우리의 기다림이 길어져서 미안해하셨지만, 사장님이 손 댄? 커피드립엔 터치를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용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사장님은 갈린채로 방치되었던 커피를 버리고 다시 원두를 꺼내서 가시더라구요. 비커? 같이 생긴 애들을 따뜻한 물로 데우고, 커피를 내리고, 뜨거운 물을 첨가하고 섞고, 테이스팅하고, 잔까지 뜨거운 물로 한번 뎁히고... 그리고 저희에게 커피를 내어주더라구요.

따끈한 드립커피 두잔을 받기까지 거의 이십분 넘게 걸린 것 같았지만,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각각 커피의 특성을 설명해주시는데, 뭔 방망이 깎는 노인도 생각나고, 아주 정성스럽게 대접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성의가 담긴 커피는 처음 마셔봤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정성어린 커피한잔이 정말 큰 위로가 되더라구요. 

참 기분좋은 커피한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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