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니체의 글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집어든게 안티크라이스트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데요. 철학서인 줄 알고 집어들었더니 둘 다 시와 문학 카데고리에 더 어울리는 글들이였습니다. 안티크라이스트의 경우 '종교로 논쟁하는것은 시간낭비,' '과학과 이성은 종교의 믿음을 넘어서야한다' 라는 이론을 말하면서 본인은 정작 종교로 논쟁을 책으로까지 출판했고 과학과 이성을 숭배하면서 과학적 논리의 밑바탕이 되는 '증명'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경우 성경을 패러디한 니체는 다시 이율배반을 저지르고 맙니다. 본인이 그렇게 경멸하는 신약을 본인의 방식대로 다시 써서 재배포한 셈이니까요. (문맥이나 형식을 그대로 이용한점,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숭상하던 과학적 접근이 아닌 문학적 접근을 취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뭐든 증거를 요구하는 하찮은 공돌이의 습관으로 치부하실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 철학은 과학적인 접근방식이 없으면 철학이 아닌 문학이 되어버립니다. 문학을 무시하는것이 아닙니다. 분야가 다를뿐이고 철학을 찾던 제가 문학을 찾은 것에 대한 실망감일 뿐이지요. 제가보기에 니체의 글은 문학적으로는 훌륭한 완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니체의 '작품'(철학이 아닌 작품입니다. 하나도 증명한게 없으니까요.)을 본 제 결론은 크리스챤들의 종교논쟁따위 시간낭비다. 그건 니체 본인의 주장이기도 하고 저도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아니, 니체의 종교에 대한 대부분의 발언 대해 공감합니다. 무교인 제가 교회나 성당 다니시는 분들과의 종교에 대한 대화에서 생산성을 발견한 적이 없으니까요. 교회다니시는 분들은 제 의문에 대해 역정을 내시고 성당다니시는 분들은 아 그러셔 하고 꽁해있는 차이뿐이겠지요.
세상이 니체를 철학자로 바라보는것과 달리 사실 니체 본인은 고문학자였습니다. 즉 글 자체를 연구하고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의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당시 세계대전 직전 과도하게 발달한 물질문명을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풍자와 시를 읊은것이라고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니체의 방식에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생각에는 팔로어입니다. 세상에 확실한 도덕, 정의따위 없고 저 자신이 내린 결론만이 자신에게 합당하니까요. 숭배 자체를 싫어하고 자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을 경계한 니체가 요즘 그의 작품을 보고 독을 먹은것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저같은 요즘 몇몇 젊은이들을 본다면 정말 무덤에서 한탄할지 웃을지......는 본인만 알 일입니다.
저는 니체의 작품이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잘 쓰면 약이 되기도 합니다. 니체 자신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숭배하는데 대한 경계의 발언을 해둔것이겠지요. 무언가가 독이냐 약이냐 판단하는데는 정황이 중요합니다. 환자한테 줄 약을 멀쩡한 사람에게 준다면 건강하던 사람이 병들게 되고 멀쩡한 사람이 먹을 밥을 환자에게 먹이면 병이 되는것처럼요. 그가 살던 시대는 앞서 말했다시피 물질이 처음으로 사람들의 사상을 앞서나가기 시작한때, 즉 산업혁명 직후에서 세계대전 직전까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 접근보다 민족주의, 파시즘, 혹은 쾌락주의에 찌들어 있을때입니다. 그의 사후 얼마 안되어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등 온갖 개똥철학으로 무장한 파시스트들이 그의 작품을 남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렇게 오용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독'으로만 인식된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본 니체의 작품들은 파시즘도 민족주의도 인종차별주의도 아닌, 개인주의에 대한 발언입니다. 종교와 같은 선동이나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개인을 완성하라, 개개인이 자라투스트라(초인)이 되라는 거지요. 안티크라이스트에서도 불교를 높게 평가했었고, 그는 주장이 개인의 내면을 주시해야한다는 점에서 불교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개인주의에 대한 주장은 군중심리의 영향이 지대한 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은 인터넷의 속도가 사람들의 생각의 속도를 넘어섰고, 찌라시와 같은 선동들이 개개인에게 닿는 속도가 개개인이 가만히 앉아서 그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속도를 넘어섰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사냥같은 일이 흔히 벌어지고 인터넷에서 근거없는 선동들이 판치는 것이지요. 종교, 민족, 이념을 떠난 초인과 같은 개인의 확고한 의지을 찾는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