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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없앨 것이라는 호언장담
게시물ID : sisa_798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솔로부대중장
추천 : 4
조회수 : 4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3/19 21:32:08
 사교육 타파. 이는 대학등록금 반토막 공약과 같이 민중들 사이에서만 떠도는 메아리가 될 겁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현 중등교육은 그 목적이 수능에서의 고득점과 대학의 입학생 선별기준으로 변질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교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 이 시류가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고 나름대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소용은 없습니다.

 소용이 없는 원인을 나열해보자면 저조차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것 만으로도 몇가지가 있습니다. 이미 오유분들이 이런 시사적인 주제에 평균적으로 높은 식견을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나열할 필요는 없겠으나, 심심하니까 하나만 써보자면 교사를 노동자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러한 양상이 완전히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그로 인한 폐해는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학부모는 심지어 '학원보다 못 가르치면서 말만 번지르르 하길래 한마디 해주었다'면서 자랑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그 집 학생은 학원이 끝나는 1시 가량에 차 타고 나오면 집에 2시나 되야 들어옵니다. 모자라는 잠은 학교에서 보충한다고 당당히 이야기하죠.

 그야 현 교육실태가 사교육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부분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방법이라고 할 것들이 사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즉 교육적으로 옳다고 여길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더욱 큰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노력은 국내 정치여건상 장기적으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불가능해 보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에서 교육이라고는 강아지 발톱만큼이나 아는가 싶은 인물들이 원한다고 정말 뒤집어지는 현실이 아닙니까.


 잡설이 길었으니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또 한건 하겠다고 나선 모양입니다. 현 상황에서 실제로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특정 지위의 인물이 말하면 가장 공감대를 얻기 쉽고 빠르게 지지도를 회복할 만한 발언이기는 합니다. 사교육을 없애겠다.

 참으로 교묘한 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뭔가를 바꿔볼 능력이 없는 범인이라도 여느 학부모에게 가서 사교육에 대한 비판을 교묘하게 늘어놓으면 껌뻑 죽어나가는게 현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과외하면서 그 덕좀 봤구요.
 믿거나 말거나 대한민국에서 교육이라는 키워드는 그만큼의 권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걸 아실겁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번에 그걸 들고 나왔더군요.
 물론 교육환경의 산재한 문제라면 아직도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교사의 직무환경에도 문제가 있고, 학생들이 가지는 환경에도 문제가 있고, 변질된 목표도, 대학도, 그 속의 문화도. 딱 집어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곳에 너무나 많은 문제가 흩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정작 큰 문제는 아직 그 전조만 보이고 있습니다. 그게 위에서 말한, 교사가 노동자로 변하는 것입니다.


 신 자유주의 교육이라는게 있습니다. 어려운건 아니고,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교육계에도 시대마다 그 풍조가 있고 성향이 있죠. 컴퓨터 업종에서 어떤 언어의 시대가 지고 새로 나타난 언어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런것과 같습니다. 신 자유주의 교육이라는게 어떤 것인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그만. 교육도 시장경제에 맡겨라.

 말은 그럴싸해 보입니다만 저로서는 이게 끔찍한 일로 돌변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경제라는 단어는 만능열쇠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자유경쟁이라는 부분에서의 순기능이 경제적으로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일단 부정할 마음이 없습니다. 사실 논의의 초점이 다르기도 하구요.

 교육이라고 부르는 행위의 목적은 일단 사람을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만이 아니라 가정도 포함되는 것이구요. 흔히들 말하는 싹수라는게 가정교육의 영향이 크다는 표현에는 왠만해서는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물론 애매모호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쨌든 말이죠.

 교육을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은 곧 교육행위가 사업화된다는 뜻일 겁니다. 지금도 이루어지는 일인데 사립학교와 같은 것들이 그 예가 되겠죠. 또한 교육을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건 그 영향 하에 있는 대상들을 판단하는 기준도 시장의 자율에 맡기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 부분은 어느정도 시장의 자율하에 있습니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대학에서 성적순으로 뽑는것도 그 예중 하나이고 기업에서 대학 보는것도 그 예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갑자기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약간 비약이 생긴 느낌인데, 물론 기업에서 사원을 뽑는 기준이야 자기들 마음이겠죠. 어쨌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학생을 판단하는 기준마저 시장의 자율에 온전하게 맡겨버리게 되면 그 자율적인 기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사교육시장이 새로 생겨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나서도 현재의 평가수단이 그대로 이어지고 더이상 변화가 없다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더 이익을 내고 싶거든요.

 신자유주의가 여기서 기어나옵니다. 기왕 먹는거 교육도 바꾸자.

 그런데 교육도 시장에 맡기면 교육도 자기들이 하고 평가도 자기들이 하고 채용도 자기들이 하면 됩니다. 어려울게 없죠. 일단 시장논리로 인격도야, 전인교육, 폭넓은 수양을 한 지식인 양성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독에다 돈을 퍼부을 껀덕지는 당연히 없고, 게다가 저런걸 하지 않으면 교육이라고 하기에도 곤란하죠. 그건 지식의 전달에 불과합니다. 길게 말 할 필요도 없이 여기서 이미 뭐가 문제인지 대강 느낌이 오실 겁니다. 물론 말로야 표현할 필요가 없죠 딱 감이 오거든요. 뭔가 아니다 싶은 그 느낌.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해서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원평가제에서 교사들이 자체평가를 할때 점수를 높게 줘서 꼴불견이니 어쩌니 이런 말도 있고, 자질문제가 있는 교사를 학교에 방치하더라도 지들 밥줄은 지키려고 한다는 말도 있고 그러는데.. 이 부분은 일단 교육학자들에게 맡기도록 합시다. 솔직히 자질문제가 있는 교원의 퇴출도 일리가 있는 말이고, 또 한편으로는 교원평가제가 교사를 본래의 역할이 아닌 인기관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지도 모른다는 문제도 있죠.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경제를 사랑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교육도 시장에 맡기라고 할 것이란 단정의 의미는 아닙니다만, 일면에서는 현 교육계의 변화 방향이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이라고 이야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것들과 마찬가지로 이 논점에도 맞는 말이 있고 틀린 말이 있죠..

 다만 걱정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치정자들이 교육을 경제에 맡기게 되는 그 순간입니다.

 교육은 그 본질상 국가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학교에 밑고 맡길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학교에서는 그 믿음을 원동력으로 낸 세금을 가지고, 그걸 퍼부어서라도 알거 알게 만들고, 먹을거 양껏 먹게 해주고, 옳은 것이 뭔지 알게 해주고,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찾도록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게 이상향일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하겠고, 그만큼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되야 할 겁니다. 거기다 투입되는 인력을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더 확실하게 관리할 자금과 인력이 또 필요할 것이고, 걸맞는 교과과정을 짜고 교과내용을 수립하기 위해 또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할겁니다. 사대강 한다고 모은 30조 이런데에다 쓰면 참 좋겠는데 그거 말하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우습게도 이렇게 말하면 현실의 쓴맛을 모른다던지, 이상론에 허우적대고 있다던지 이런 말들을 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교육은 원래 이상향을 바라보고 해야 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배웠구요. 현실을 알아라 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하는 순간 그건 그네들이 가지는 가능성을 짓밟는 것입니다. 자신이 실패했으니 너희도 실패할 거야..라는 건데 그건 논리도 뭣도 아닙니다.

 ..그리해서.. 좀 휙 넘어간 느낌이긴 한데,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을 없앨 것이라고 한 것은 일단 불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논리와는 정 반대로 가야하는게 교육인데, 일단 그럴 마음은 없을 것 같고.. 운하 머시기 한다고 교육재정 줄이는 사람이 공교육을 살릴것 같지는 않으니 이쪽으로 크게 관심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사교육을 탄압해서 공교육의 입지를 그만큼 돌려줄게 이건 또 정작 자기들이 싫어하는 일이면서 한다고 하는게 뭔가 수상하고 그러네요.

 감히 예언 한번 하겠습니다.

 이거 구라인 것 같구요.. 어쩌면 뭔가 하나 내수용으로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턴교사제처럼 별 실속없는 일회성이 될 겁니다. 졸속행정, PPT 행정 뭐 이런 말 있지요. 그리고 많은 학부모층, 고연령층이 이에 속을 겁니다. 뭐 별 실속없는 잡법 하나 만들어서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방송하고, 학원가가 주춤했다느니 어쨌다느니 뉴스 몇번 때리고 다큐 하나 때리면 정작 사는데 바빠 실상을 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좋다고 할겁니다. 그리고 다시 찍을지도 모르구요.

 그렇게 세상은 굴러간다고들 합니다.



 포풍타이핑을 했더니 제가 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네요. 정신없는 글이나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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