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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 군인이 꿈이었던 민성이의 이야기입니다
게시물ID : sewol_38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숙한곧휴
추천 : 14
조회수 : 9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24 23:33:08
군인이 되겠다던 민성에게

사랑하는 아들, 민성이에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 아빠는 항상 네가 학교 가는 것도 보지 못했지. 수학여행 가던 날 아침에도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집을 나선 너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아들아, 너를 떠나보낸 시간이 벌써 8개월이 넘었구나. 보고 싶다. 지금도 나는 네가 금방이라도 “다녀왔습니다” 하고 문을 열며 들어올 것만 같은데.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너는 학교에 다녀와 너의 방 책상 밑에 들어가서 울고 있었지. 엄마가 그런 너를 보고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을 때 너는 친구가 때렸다고 했었지. 그런데 너는 “나도 친구를 때릴 수도, 혼내 줄 수도 있었는데 만약 내가 친구를 때리면 나중에 친구 엄마와 엄마가 서로 싸울 것 같아서 참았다가 집에 와서 속이 상해 울었다”고 했었지. 그날 아빠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에게 고맙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단다. 이렇게 빨리 철이 들어 착했던 우리 아들을 떠나보내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너를 떠나보낸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빠는 너를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엄마, 아빠가 너를 찾아갈 때까지 거기서 잘 지내고 있으렴. 보고 싶은 내 아들, 사랑한다. 엄마, 아빠가.

김민성군은

“아빠 절대 죽으면 안 돼.”

민성이가 다섯살 때였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어떤 아버지가 자식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나왔다. 민성이는 어두운 얼굴로 아빠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안 죽고 민성이 옆에 꼭 있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민성이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환하게 웃었다. 그랬던 민성이는 4월16일, 아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단원고 2학년 5반 김민성(17)군은 특수부대에서 직업군인을 하고 싶다고 늘 말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 태권도 도장에 다니며 3단을 땄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킥복싱 체육관에 다녔다. 나중에 직업군인이 돼서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민성이에게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두살 터울의 대학생 누나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서 누나와 특히 친했다. 민성이는 막내였지만, 조용하면서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어른 같은 아이였다.

4월15일 아침 엄마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돌아오면 생일 파티 해주겠다”고 말했다. 민성이의 생일은 4월21일이었다. 하지만 생일 파티는 결국 하지 못했다. 민성이는 4월29일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email protected]

100번째 편지글…슬픈 기록은 계속됩니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두 달째였던 6월16일부터 ‘잊지 않겠습니다’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부모 등이 아이에게 쓴 편지에, 짤막한 소개글을 붙였습니다. 박재동 화백이 그린 학생 얼굴 그림도 함께 실었습니다. 친구들을 구하다가 숨진 정차웅(17)군을 시작으로 성탄절인 25일 실린 김민성(17)군까지 모두 100명(교사 2명 포함)의 슬픈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한겨레> 누리집에도 ‘잊지 않겠습니다’(0416.hani.co.kr)라는 특집 페이지가 마련됐습니다. 이곳에는 ‘하늘나라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보내는 절절한 편지’가 매일 한 통씩 배달됩니다. 아이들의 이루지 못한 꿈과 추억 등이 처연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세월호의 슬픈 기억을 잊지 않고, 아이들의 죽음을 하나하나 기록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입니다. 지금까지 이 특집 페이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7800번이나 공유됐습니다.

자식을 잃어 힘든 상황인데도 많은 부모님들이 ‘잊지 않겠습니다’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이 보고 싶다며 엉엉 우시다가 힘들게 편지글을 써주셨습니다. 아들의 생일을 맞아 편지글을 보내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연재에 참여하고 싶지만 기사에 악성 댓글이 달리는 게 걱정돼 마음을 접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사를 쓴 기자의 전자우편으로 “세월호 이제 그만해라”는 내용의 편지가 오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은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해오셨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기사를 보고, 자신이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쓴 편지글을 모아 대신 전달해달라며 보내오시기도 했습니다. 부모님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달라는 분, 연재를 맡고 있는 기자를 걱정해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는 내년 세월호 1주기를 전후해 이 연재물을 묶어 책을 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중입니다. 출판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계획입니다. 이 책으로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한 번 더 기억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은 조금 더 위로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겨레>는 ‘잊지 않겠습니다’에 참여하고자 하는 가족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끝까지 이 슬픈 기록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김일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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