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장애인은? 누구인가?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랐다 지치긴 했지만 무엇인가에 힘을 얻고 싶어서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비발디의 '사계'! 마치 내가 바다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기에 아주 좋은 음악이었다
두 정거장쯤 지나서 였다 농아인 아버지와 아들이 버스에 올랐다 그들이 어떤 특별한
행동을 했던 것도 아닌데 순간 사람들이 그들을 응시했다 나도 수화를 할 줄 알기에
그들이 어떠한 대화를 나누나 유심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에게 갔다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지요?"
"가수원동에 가려고 하는데요 이 버스 가수원동에 안가는 것 같아서요..."
"아! 가수원동에 가려면 다음정거장에서 내리셔서 221번 버스를 타셔야 되요"
"고맙습니다"
"뭘요"
우린 수화로 대화를 나눴고, 그 아버지와 아들은 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 후 난 다시
내 자리로와 앉았고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신들이 아까
응시하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내 건너편 쪽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와 대학생인 듯한 딸이 나를 바라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쯧-쯧---, 멀쩡하게 생겨서 말도 못하고 불쌍하다"
"말만 못하는 게 아니라 듣지도 못하는 거 야냐? 그치 엄마!"
"글세 말야. 시집도 못 가겠다"
"벙어리 만나면 되지 뭐 끼리끼리 통할 거 아냐"
"말못하면 집에나 붙어 있지 뭐하러 저렇게 돌아다니누∼"
"엄마 제 귀에 이어폰 꽂은 거 같잖아 저거 보청기 일거야 우리가 하는 얘기 들리면
어쩌지?"
"귀머거리가 듣긴 뭘 들어 너 엄마, 아빠한테 고맙다구해 정상인으로 태어나게 해준 거에
대해서..."
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날 농아인으로 봐서가 아니고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화가 났다
누가 진정한 정상인일까? 몸만 정상이면 정신까지도 그냥 정상인인 것인가?
농아인 부자가 정신까지도 장애가 있을까? 아니 그 정상인 모녀가 진정한 정상인들인가?
장애는 창피하다거나 죄라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고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인데……
여러 가지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버스를 탔다
"어머 혜영이 아니니, 오래간만이다 잘 지냈어?"
난 나에 대해서 얘기한 두 모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응 은경이 넌 어떻게 지냈어? 지금도 옛날 그 집에 살아?"
친구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황당함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두 모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진짜 장애인은 누구인가?
어제 일을 떠올리며 노을이 잠자려하는 시간에……
[퍼온글입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네이닷컴에서 보고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