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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몽상가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영혼에 처벌 받을지 모르지만
시체를 사랑해서 묻지 못하는 사제처럼 불가능한 영혼을 꿈꾼다
환영에 습격 받은 자로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몇천년 전부터 살았던 바람이
내 머리칼을 멀리 데리고 날아갈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육춘기, 별을 덮고 자는 소년
불을 끄면 네 생각이 떠 다녔다
그리움을 베고 누워 너를 세어 보아도
내 사랑은 잠들지 않아
자장자장 별을 덮어썼다
전혜린, 그리움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서덕준, 먼지
먼지가 날아 네 어깨에 앉았다
순간 저 먼지라도 되고 싶었던
내가 너무도 한심스러웠으나
생각해보니 이미 네게
나는 한 올의 먼지일터니
상관 없겠구나, 싶었다
박노해, 거대한 착각
나만은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우리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