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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건축학개론 감상문
게시물ID : movie_38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eginAnew
추천 : 2
조회수 : 18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25 21:02:47
  모든 삶과, 학문과, 사랑은 내가 서 있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아무리 미국 제국주의가 세상을 강력히 지배하고 있다할지라도, 영어는 우리의 언어가 아니며, 서구식 삶이 우리의 이상적 삶은 아니다. 건축학 또한 우리네 삶이 녹아들어있는 이 곳에서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새로이 발견하고 가꾸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이 처음 만났었던 건축학개론 수업을 맡은 교수는 각자의 이동경로(아비투스)를 그려보라고 시킨다. 그 의도는 간단하다. 저 멀리에 있는 미국, 서양의 명소를 동경하는 대신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아름답게 쌓아올리는 의미를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승민은 그 당시 그리고 현재의 수많은 식민지인들처럼 열등감을 보유한 자로서, 강남에 살고 있는 재욱(유연석 분, 선배 역)에게 항상 열패감과 좌절을 느낀다. 정릉에 살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땅값이 비싸고 서울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강남의 거주민들이 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연이가 강남으로 이사간다는 사실에 첫번째로 좌절하고, 술에 취해 재욱과 같이 있는 서연을 보고 두번째로 좌절한다. 마침내 승민은 스스로 분을 못 이겨 그녀를 떠나고, 다시 재회할 때까지 그녀를 용서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연(한가인 분)은 변했다. 순진하고 해맑았던 그녀도 서울에서의 실패와 이혼을 겪은 뒤 서울에서의 생활에 미련을 버리고 본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승민(엄태웅 분)을 찾아온다. 자신이 거주할 집을 첫사랑이었던 승민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승민은 여전히 강남, 미국 등의 판타지에 사로잡혀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아름다운 우리 땅 제주도의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본래 자신이 익숙하게 공부해왔던 서양식 주택구조를 설계하려 하며 이를 서연에게 설명할때도 영어단어를 사용한다. 서연은 승민의 이런 태도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연은 승민같은 식민지인들이 지닌 열패감을 느껴본 적도 없고 강남 혹은 미국같은 개념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승민은 서연의 요구를 받아들여 집을 설계하면서 차츰차츰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과 가약을 맺은 상태이다. 승민과 서연이 지은 그 집은 둘만의 아름다운 집이 될 수도 있었건만, 열등감과 나약함으로 인해 승민은 그 기회를 또다시 놓치고 만다. 승민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서연을 생각하고 있을 때 서연은 그가 지어준 집에서 연못을 바라본다. 승민과 같은 식민지인이 아니었기에 더 넓게 사고할 수 있었고 순수했던 그녀는 작은 연못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물고기가 승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더 늦어지기 전에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승민이 깨닫고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나 또한 또다른 승민이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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