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주위에서 대표팀 중심이 저라고 얘기를 많이 하시지만 아직 부족해요. 제가 이번 월드컵에서 뭘 느꼈냐면, 2010년 월드컵에 비하면 2014년 월드컵에서 제 경기력이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4년 전에는 멋모르고 형들 의지하면서 뛰었다면, 이번 월드컵은 제가 전체적으로 경기를 보면서 뛰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가 엄청나게 성장을 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뭐가 부족했느냐. 제 생각에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는 나, 청용이, 자철이, 주영이형, 이렇게 네 명이었어요. 2010년에 영표 형, 지성이 형, 정수 형, 두리 형이 했던 역할을 우리가 했어야한다고 의식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월드컵에 나가니 제가, 그리고 우리가 그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다는걸 절감한거죠. 2010년에 내가 형들에게 기댔던 것처럼 다른 선수들이 우리를 보면서 기댈 수 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월드컵 끝나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주영이 형한테도 그 얘기를 했어요. ‘솔직히 난 형이 이해가 안가더라. 형이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어찌됐건 빨리 팀을 옮겨서 경기도 뛰고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대표팀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 나랑 형이랑 이 팀에 피해를 많이 줬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야. 주영이 형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주영이 형이 어쨌든 최고참이니까, 그리고 어쨌든 대표팀에 들어왔으니까 힘든 짐이지만 당연히 짊어져야 한다고, 그 역할을 해야하는거라고. 물론, 주영이 형도 감독님이나 팀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저희 한계였던 것 같아요. 그 네 명이 2010년에 형들이 해줬던 역할을 해줬더라면 함께 뛰는 선수들도 더 힘을 냈을텐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아, 나는 이 팀을 이끌어나가기엔 아직 멀었구나’, 대회 끝나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편으로는 앞서 얘기했듯이 그래서 형들이 더 미웠어요. 우리 위로 형들이 서너 명만 더 있어줬어도 우리가 지금 나이에 그 정도까지의 책임감은 갖지 않아도 되었을테니까요. (웃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더 아쉬워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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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형이 이해가 안가더라. 형이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어찌됐건 빨리 팀을 옮겨서 경기도 뛰고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대표팀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 나랑 형이랑 이 팀에 피해를 많이 줬다.’
'대표 선수라면, 소속팀에서 기회가 없을 때 어떻게 해서든 게임에 뛰어야 한다는 집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 아홉 살에 아시안컵에 나가서 그렇게 골을 많이 넣은 공격수가 (이)동국이 형 이후 없었잖아요. 지금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아쉬워요. 살아나줘야 대한민국 축구 전체가 힘을 받는 것인데. 주영이 형한테도 똑같은 얘기를 했던거죠. 대표팀이라는게 하고 싶어서 하고 싫어서 안하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욕심도 내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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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조광래 씨x놈" 이 얘기는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대표팀에 해외파, 국내파 얘기가 많았잖아요. 발단이 조광래 감독님 시절부터였어요. 조광래 감독님이 해외파를 좋아하셔서 해외파 중심으로 중용한다고. 저도 그 중 한 명으로 거론됐죠. 그런데 저는 조광래 감독님을 개인적으로 잘 몰라요. 제가 FC서울에 입단했을 때는 이미 팀에 안계셨고, 따로 마주친 적도 없었어요. 대표팀 감독이 되신 뒤로 처음엔 저를 별로 인정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당시 경남에서 뛰던 (윤빛)가람이를 더 인정하셨죠. 감독은 자신이 믿고 인정하는 선수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선수는 경쟁을 하는거고. 그 때 저는 셀틱에서 자리를 못잡고 몸 상태도 안좋던 시절이었는데 가람이는 대표팀에서 골도 넣고 경기력이 좋았죠. 제가 단언하는데 그 무렵에 감독님한테 가장 많이 꾸지람을 들은 것이 저였어요. 면전에서 ‘반쪽짜리 선수는 싫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신 적도 있을 정돈데요. 솔직히 그때 기분이 나빴죠. 소집 때마다 매번 그 얘길 하시니까. 저도 경기력이 안 좋은 것을 스스로 아니까 자신감도 잃게 되고. 아시안컵을 앞두고 감독님께서 청용이한테 중앙 미드필더로 누가 낫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어요. 다른거 다 제쳐두고 이 감독님이 나를 뺄 수 없게끔 내 실력을 다 보여줘야겠다고. 정말 맘 단단히 먹고 독하게 뛰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감독님 칭찬을 듣기 시작했고 결국엔 자리를 잡았죠. 그런 경험을 한 제 입장에서는 당시 대표팀이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만 무조건 기용한다는 얘기가 나도는게 의아했어요. 감독님한테서 자존심에 금이 갈만큼 심한 질책을 들으면서 힘겹게 경쟁했는데 왜 언론에서는 저런 얘기들이 나올까.
(<매거진S> : 대표팀 소집 기간에 주전들 중심으로 훈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죠.) 소집 기간이 2~3일 밖에 안될만큼 짧다보니 경기에 나갈 선수들 위주로 훈련하는 경향이 있긴 했어요. 그 과정에서 얘기들이 커진게 아닌가 싶어요.”
“해외파, 국내파 따로 놀고 밥도 따로 먹는다. 이런 얘기도 나돌았는데 과장된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대표팀에서도 모두가 다 친한 것은 아니잖아요. 친한 선수들은 각자 따로 있고, 식사는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요. 이를테면 저는 청용이랑 자철이랑 친해요. 그러면 같이 앉아 먹게 되잖아요. 그리고 해외에서 뛰다보면 외국어만 해야 하는데 모처럼 한국말로 서로의 고충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이다보니 그 얘기를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들과 더 얘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팀내 동료들이 ”쟤들끼리만 논다“고 생각한다는게 무섭더라고요. 처음에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확장되고 와전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죠. 그러다가 제가 대표팀 소집기간에 청용이랑 싸웠다는 기사가 났어요. 다른 애와 그랬다면 모르겠는데 청용이랑 싸웠다고 하니까 정말 저도 어이없고 화가 나더라고요. 기사가 났을 때 저는 대표팀에 소집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 해외파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