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을 내다보세요. 지금 이 길거리를 스쳐지나간 사람들도 그 순간이 지나고나면 자리에 없습니다. 어제 또 조금 아까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은 지금 여기 보이지도 않고 말도 들리지 않으며 형체도 없어졌어요. 모든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애쓰지마세요. 세상에 간직한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잠시 빌려 쓸 뿐.. 우리는 이렇게 잠시 세상에 내려와 흘러가듯 살다가 또 다시 되돌아갈 뿐입니다. 슬픔도. 기쁨도, 결국 이 세상에만 속해있을 뿐이에요.
우리가 받는 고통은 무엇 때문일까요? 우리는 왜 여기 있는걸까요? 자연이 만들어낸 탐욕과 욕망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힘 센자의 교만과 힘없는 자의 절망이 이루어낸 지옥이 바로 이 세상일테지요. 어째서 악한 것이 세상에서 승리할까요? 우리는 왜 여기 적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는걸까요? 선량한 이들은 어째서 악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왜 고통받는 것일까요? 신이 있을까요?
신은 그저 우리를 가만히 지켜볼뿐입니다. 그것이 신의 본성이지요. 색도 모양도 웃음도 눈물도 잠도 망각도 시작도 끝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는 것.. 우리는 신이 바라보는 이 세상 안에서. 이 작고 푸른 점 안에서 울고 웃으며 괴로워하다 기뻐하다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때론 아무런 죄도 없는 아기가 포탄에 맞아 검게 그을린 채 죽어버리기도하고 때론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악랄한 고문을 자행한 악인이 풍족한 삶을 누리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론 가엾게 죽어버린 아기이기도 하면서 서슴지 않고 끔찍한 살인을 자행하는 악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존재입니다. 비록 이 지상에서 어떠한 짓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모든 것이 선하고 완전하며 절대적인 그 무언가가 존재하지요. 단순히 존재하고 있음으로해서 이 세상의 모든 죄악과 신성함이 똑같고,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이 똑같으며, 세상만사의 이치가 그러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마음 깊숙히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 완전무결한 동일성을 인식하고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는 그 무언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세상 그 자체로서 사랑하기 위해 죄악을 필요로하고 관능적 쾌락과 재물에 대한 탐욕, 남 위에 서고자 하는 허염심을 필요로 할 것이며 가장 수치스런 절망 상태 또한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마음..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고통과 증오, 불안과 미움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들은 모두 서로가 연관관계를 맺고 일어나는 필연적 결과입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 속에 미움을 키우고 이 미움은 바로 우리 자신의 지옥이 됩니다. 신은 그저 우리가 스스로 이 마음으로부터 풀려나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를 잠자코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에게 매달리지는 마십시오. 신이 인간을 창조했지만, 인간은 신을 창조했습니다. 사실은 인간도 신도 창조되지 않았고 그저 모든 것들이 현상으로 얽혀 우리를 더 혼잡하게 할 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것들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무상하고 고정된 실체를 갖고 있지 않지요. 언젠가 우리가 죽음에 다다르게 되는 날이 오거든 많은 사람들이 쟁취하고자했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제 오늘 그제와 같이 이제는 자취도 없어져버린 꿈처럼 느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