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유인숙, 길을 걷다가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애써 눈물을 감추려다
주체 못할 설움에
굵은 눈물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편견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슬픔의 이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깊은 고독에
해야 할 말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의 끈을 놓아버린 채
뇌리에 백지 하나 걸어두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부터
아빠 가시고기처럼
돌 틈에 머리를 막고 죽어가더라도
그렇게 이유 없이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서안나, 천둥 치는 날 사랑이 왔다, 갔다
티브이 화면이 치직 거렸다
순간, 아름다운 연인들은 점으로 사라졌다
되돌아왔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 안에서 길을 잃는다
번개가 치는 동안
아름다운 연인들은
화면 안에서 헤어지고
만나고
맹세는 쉽게 번쩍거린다
장마철에는 비밀이 없다
번쩍! 하는 찰나
수첩에 쓰인 눅눅한 비밀들이 다 드러난다
꽃을 떠나서 꽃으로 되돌아오는 습성처럼
장마철이면 숏 컷으로 되돌아오는 것들
꼭 그만큼만 아팠다
원태연, 이런 젠장
생각이 날 때마다
술을 마셨더니
이제는
술만 마시면
생각이 나네
황아름, 천사의 노래
사랑해 라고 말하면
그 몽글몽글한 단어가
상큼하게 울려 퍼져
너와 나 사이를 가득 메우는
고운 물결이 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는 너만 보면
입 안 가득
사랑해 라는 말이
흘러넘친다
김현, 잠시, 천년이
우리가
어느 생에서
만나고
헤어졌기에
너는
오지도 않고
이미 다녀갔나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천년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