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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utiful, beautiful !
게시물ID : movie_38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eginAnew
추천 : 1
조회수 : 4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27 19:22:41
  만약 이 영화가 미국 영화였다면.. 아니 이 영화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다. 자본을 신으로 숭배하는 나라에서 제3세계 극빈층의 삶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테다. 가볍고 남성적이고, 영웅적 서사시로 꾸며져 있는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들은 기존의 상상력과 판타지만 극대화시킨다. 한마디로 먹기 좋은 인스턴트 영화들이다. 따라서 그러한 영화 속 스크린에 익숙해져있는 관객들로선 이냐리투 감독의 다소 불친절하고 투박한 화면 구조에 지루함과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biutiful한 영화만큼은... 가벼이 외면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주인공 욱스발은 프랑코 독재정부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란 남자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장례를 돕고, 마약거래를 도우며, 제3세계 출신 불법체류자 외국인들을 공장에 넘기는 인력브로커일을 한다. 꽤 온정적인 기질을 지녔지만 근본적으로는 남이 어떻게 되든말든, 내가 무엇을 취급하고 있는지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돈'이다. 이는 욱스발만의 한계가 아니라 근대의 제국주의자들의 한계이기도 했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돈에 묶인 노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욱스발은 냉혹한 경쟁논리으로 무장한 부패경찰과는 노선을 달리한다. 그래도 지킬건 지키고, 기본적인 것은 서로 챙겨주며 사는 것이 그의 본성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리리에게 관심을 표하며, 추운 창고에서 몸을 뉘이는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난로를 설치해주며, 추방된 세네갈인의 부인에게 편의를 봐준다. 마약중독자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그녀를 수차례 용서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는 폭력과 무정함으로 얼룩진 빈민가 한복판에서도 탈근대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중국인 노동자들은 그가 호의로 설치해준 난로 연기 때문에 다 몰살당해버리고, 아이들을 잘 돌봐야 할 아내는 아이들을 방치하고 폭행한다. 아내가 불태워 버린 침대와, 그녀에게 맞아 멍 든 아들을 보며 그는 정말 서럽게 운다. 제대로 살려 노력하건만 세상은 어째서 나의 뜻을 꺾기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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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욱스발의 부탁을 받은 세네갈 여인은 홀로 탈출하려던 발길을 돌리고 그의 가족에게 돌아오며, 욱스발의 아내는 재활치료소로 떠난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신경쓰는 자신의 아이들은 세네갈 여인과 함께 어려운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아버지의 삶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공의 측면이 아니라 조화로운 삶의 측면에서 말이다. 

  욱스발은 분명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꿈에서 아버지와 대면하고,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을 하며 그는 변화한다. 죽음은 분명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이다. 그는 그것을 깨달읆으로서 돈과 이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며 타인의 삶을 돌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서 자신은 피레네 산맥을 구경가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는 아름다운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을 행하더라도 그것은 항상 미완의 형태를 지닌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 마이클은 아내의 심술에 의해 피레네 산맥에 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의 영어식 철자가 'Beautiful'임에도 영화 제목이 'Biutiful'인 것은 인간사회의 아름다움은 완벽할 수 없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아름답게 살기 위해 항상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돈과 이익만을 좇는 고용주들, 국가 권력에 기생하며 사는 부패 경찰들, 주관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마람브라, 그리고 불완전하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을 사는 욱스발... 당신은 이 중에서 어떤 인간상과 가장 가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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