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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934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욜리
추천 : 5
조회수 : 15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4/10/11 02:02:20
메일로 보낼려다가 귀찮아서 오유를 찾았습니다.. 

제가 면접볼때 필요한 자료구요.. 

자유게시판이니 운영자님 지워주지 말아주셔요 -_ㅠ













예산 운용의 효율성 더 높여야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208조원으로 편성됐다. 예산편성 방식이 달라지고, 사회복지 예산이 많이 늘어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채발행 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로 늘어난 것은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예산편성 방식을 바꿔 분야별로 총액을 배분한 뒤 그 한도 안에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가 한정된 국가 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는 정부의 이런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 앞으로는 각 부처 사이의 활발한 논의와 국민여론 수렴 등을 통해 재정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운용되기를 기대한다. 
 내년 예산에서 두드러진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사회복지 예산으로 14.4% 늘어난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일부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더 투자하지 않고 분배에 치중한다고 비판하지만 복지분야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다. 특히, 민간부문의 불균형 성장으로 사회경제적 약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복지분야에 대한 재정의 몫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반회계 적자 규모는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6조8천억원에 이른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빚을 내) 나라살림을 꾸려가게 되는데, 바람직스럽지 않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선진국들보다 양호하고, 경기침체기에는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해소하는 게 좋다. 그동안 재정 건전성을 너무 강조했던 것도 문제지만 빚내서 살림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예산 편성은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관건이다.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예산의 전략적 배분도 중요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더 재정이 떠맡을 필요가 없는 분야는 과감히 민간에 넘겨야 한다. 내년부터는 이런 작업을 구체화하길 바란다

성장보다 분배 치중한 내년 예산

내년 예산이 기금을 포함해 총 208조원 규모로 짜였다. 그 내역을 보면 정부가 복지와 분배에 신경 쓰느라 국가경쟁력이나 성장잠재력 확충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회복지 예산은 기금을 포함해 14.4%나 늘어난 반면 산업.중소기업은 1.6%가 줄었다. 사회간접자본 재정투자 역시 1.7% 증가에 그쳤다. 우리 사회는 빠른 고령화로 가만있어도 복지 지출은 늘게 돼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도 새로운 복지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그러나 제한된 재원, 그리고 한번 늘어난 복지 혜택은 줄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적처럼 지금은 미래의 한국을 꾸려나갈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할 시점이다. 경기는 안 좋은데 제한된 예산마저 나눠 먹기 식이 돼서는 안 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런 점들이 심도 있게 걸러져야 할 것이다. 국가채무가 너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나랏빚은 내년에 244조여원으로 외환위기 때의 네배가 되고, 2008년에는 296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23%로 선진국보다 낮고, 이 비율은 2006년 29.8%를 고비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률 둔화로 세수는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수도 이전.국방비 등 뭉칫돈이 들어갈 데는 많아 자칫 만성적자가 우려된다. 내년만 해도 정부가 잡은 실질성장률 5%가 달성되지 않으면 적자는 더 커진다. 예산은 국민의 땀인 세금으로 충당된다. 내년 1인당 세금은 342만원으로 올해보다 24만원이나 많다. 불황으로 수입은 주는데 세금은 늘어나니 국민의 고통을 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새만금이나 예산 공항처럼 정치적인 야합으로 수백억, 수조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낭비는 재정배분의 불균형,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진다. 정부는 이런 낭비가 없는지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회가 감독과 견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










개혁의 기운, 보름달처럼 커지게 

25일부터 추석 연휴다. 한가위 명절의 안방은 각지에서 모여든 세상 여론이 부딪치고 바뀌고 번져가는 시장이다. 우리는 지금 처음으로 의회 과반을 민주개혁 세력으로 채워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역사를 바로세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여러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은 그 대의가 바로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기운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석이란 여론시장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만찮다. 그러나 그 저항은 합리적인 반대보다 냉전수구적, 반민주반민족적인 것이 태반이다. 심지어 일부 족벌언론을 중심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오도된 진실이 여론화하지 못하도록 바로잡고 경계하는 일이 긴요하다. 민주화를 갈구하고 민족정기 바로세우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이번 추석에 개혁의 정론을 전파하는 데 직접 나서야 할 이유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자유민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인데도, 마치 광화문에 인공기가 휘날릴 것처럼 가상의 도깨비를 만들어 겁주는 시대착오를 짚어야 한다. 또 과거사 규명은 기업 등의 경제활동과 전혀 무관한 일로서, 경제 살리기와 선후를 가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진실 오도 사례로는 김희선 의원의 가계 논란 보도를 들 수 있다. 이 논란의 전말을 파악해 친일진상 규명을 훼방놓으려는 수구언론의 빗나간 행태를 추석 안방에서 고발해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민생 애로 청취와 고된 민심의 안돈 못지 않게,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하게 하는 개혁 기반 닦기가 이 추석에 달렸다는 각오로 국가보안법 폐지 및 언론재벌 개혁 등의 당위를 설파하는 데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민심을 좇아 당론을 바꾼다는 열린 자세로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반대만 능사로 하기에는 이 시대 개혁의 소명이 너무 막중하다.

ADB "한국 경제 방향 잘못 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정부가 경제회생에 필요한 핵심 어젠다(국정과제)를 놓쳤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개혁정책의 초점이 재벌 투명성 제고와 분배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맞춰지면서 기업사회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 ADB의 진단이다. 이 국제기구는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낮추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면 ADB의 진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온갖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인과 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그 결과 투자와 소비는 회복 기미를 안 보인다. 고실업-고물가에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 등, 우울한 소식뿐이다. ADB가 중국.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의 성장률 전망지표는 높이면서 유독 한국에 대해 5월에 이어 전망치를 다시 하향조정한 것이 우리 현실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됐을까. 국력이 엉뚱한 데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업이 합심해서 제한된 국력을 경제에 집중해도 치열한 국제경제전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그런데 반대로 경제는 뒷전이고, 온 나라가 과거사 청산.수도 이전.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념논쟁에 국론이 분열돼 있다. 은근히 부채질하는 반기업 정서와 부(富)에 대한 반감은 기업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근면의지를 허물고 있다. 분배도, 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함께 먹고살 수 있는 파이를 키워야 할 때지 얼마 안 되는 재원마저 털어먹어 버릴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흐트러진 국정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헛된 이념투쟁과 과거 논쟁은 집어치우고 경제살리기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ADB는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개혁의 초점을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가야 할 확실한 길을 버리고 왜 엉뚱한 길에서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는가. 바른 길을 가라.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성매매 관련법 시행과 현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성매매 관련법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크다. 성 구매자와 포주 등 성매매 알선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이었음에도 마치 법을 조롱하듯 사회 곳곳에서 성을 사고파는 것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허술한 단속과 성 구매자나 포주 등에 대한 처벌이 느슨했던 탓이다. 기왕의 법은 힘없는 성매매 여성만을 벌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가운데 매춘산업은 사회의 독버섯처럼 계속 자라고, 성매매 여성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하등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신음해야 했다. 더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안전지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변종 성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인신매매와 폭행.협박 등 성매매 여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갈수록 극악해져 간다는 것이다. 끝을 모르는 성매매의 늪에 사회 전체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라는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차단해야만 한다. 성매매 여성이 다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도 해야 한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은 각각 채찍과 당근을 쥐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성매매에 오염된 우리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성매매의 근절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성매매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할 정도로 오랜 행위다. 지난해 한국 여성의 전화 조사에서도 남성의 48.5%가 성을 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이들의 80%는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새 법의 성공은 이 같은 현실을 얼마나 도덕적으로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벌써 강력한 법의 등장이 변종 성매매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돈다. 철저한 법 집행으로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부모 자녀 간에 어색함을 털어버리고 '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종교단체 등 각 사회단체들의 올바른 성문화 보급운동도 보탬이 될 것이다.

성매매 여성 자리방안 필요하다 

23일은 우리나라 여성사에서 특별한 날로 기록될 만하다. 이른바 매매춘을 바라보는 시각을 획기적으로 바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한 날이자, 불법 성매매 영업 방치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0년 군산 대명동에서 쇠창살이 설치된 윤락장소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에 대한 배상금 중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라는 판결을 확정지었다. 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매춘 여성을 주로 처벌하던 종래의 윤락행위 방지법에서, 그러한 여성을 피해자로, 포주를 범죄자로 보는 성매매 특별법으로의 변화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새 법에 따른 단속과 함께 얼어붙은 윤락가의 분위기가 이 법의 위력을 말해 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 악습을 고치는 일이 결코 간단할 리 없다. 새 법이 사문화하지 않고 성의 착취와 왜곡을 바로잡는 중요한 몫을 하기 위해서는, 입법에 못지 않은 시행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법이 자리잡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철저한 단속이 필수적이다. 유흥가는 지금 집중 단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죽인 분위기라고 한다. 또 지금껏 공개적이었던 업소들이 주택가 등으로 숨어들어 음성화할 것도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한 단속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어떤 경로로든 성매매에 빠져든 수십만 여성들이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병행해야 한다. 이런 작업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여성단체들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성들도 이번 법 시행을 접대문화유흥문화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줄 때 뿌리깊은 성매매의 고리가 비로소 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당면 과제인 부패 방지와도 궤를 같이 하는 일일 터이다.









보안법 논란, 새 흐름에 기대 크다 

법학자들이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해답'을 내놨다. 한국형사법학회 등 형사법 3대 학회는 현행 형법으로 보안법을 대체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학자들의 객관적 견해가 비이성적 논란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데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학자들의 견해는 명쾌하다. 보안법은 한시적 법률로 태어났고, 폐지하더라도 법률 공백이 발생할 여지가 없으며,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도 폐지 당위성을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폐지가 마땅하다는 것이다. 특히 폐지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국가 안보 문제도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은 보안법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 없다. 학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는 곧 무장해제'라는 논리는 이론적 근거 없는 '감성적 호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는 보안법 존치론의 허구성을 입증한다. 보안법 폐지로 가는 디딤돌로 삼을 만하다. 보안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의사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법학자들의 견해도 귀담아 들을 만한 '법리'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국가보안법을 떠받치고 있는 으뜸 기둥인 '정부 참칭' 조항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폭 넓은 남북 교류, 유엔 동시 가입 등 현실을 '변신'의 지렛대로 삼았음을 내비쳤다. 물론 조건은 달았지만 박 대표가 모처럼 '사고의 진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는 '안보체제를 지키는 데 지장이 없다면'이라는 불필요한 꼬리를 달았다. 그러나 우리는 박 대표가 또한번 사고 틀의 탈바꿈을 통해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박 대표의 변신이 이념적비이성적 논란 구조를 이성적합리적 논란 마당으로 바꾸는 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살아 있는 정치의 요체는 시대 변화를 국가 체제 안에 담아내는 데 있다. 낡은 틀에 얽매이는 것은 곧 죽은 정치다. 자발적객관적인 학자들의 소리에 귀기울일 일이다. 



국가보안법 타협 가능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국가보안법 논란과 관련,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제2조 중 '정부참칭'문구와 '국가보안법'명칭을 삭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체제수호와 안보에 지장이 없다면'등의 전제를 달긴 했다. 그래도 박 대표의 언급은 기존 당론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도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극단으로 치닫던 정쟁 차원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의 여지가 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문제는 여야가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해 대타협에 이를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여야의 접근 방식은 당리당략이나 명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변했다, 그렇지 않다'중 어느 한쪽에만 절대적 비중을 두었다. 그 결과 명분에 집착한 상호 비방만 있었지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보안법 논쟁의 핵심인 '정부참칭'대목에서 여야가 일단 공통분모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을 자동으로 반국가단체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 합의한다면 다른 논쟁 사안도 합의에 이를 여지가 보다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박 대표 발언은 안보 우려와 변화된 남북관계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당파적 접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박 대표의 발언은 북한의 유엔가입, 진전된 남북관계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특히 명칭 변경은 '보안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일부 국민의 정서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여권이 변할 차례다.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 80%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과 분단의 시대는 멈추었느니'하는 단안(單眼)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이런 점에서 여당이 내놓은 형법개정이나 대체입법 내용은 보완해야 할 대목이 있다고 본다. 노동당 가입이 처벌받지 않을 수 있고, 북에 몰래 가도 공작금을 받아야만 처벌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을 여권은 명심해야 한다.







화폐단위 변경 거론할 때 아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어제 국회에서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연구 검토 단계를 지나서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액권 발행은 지금 하더라도 경제규모로 봐 4~5년 후엔 다시 (화폐단위 변경을) 검토해야 하므로 고액권 발행은 참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화폐단위 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는 지금 화폐단위 변경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화폐단위 변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규모가 커져 조만간 조(兆) 단위를 넘어 경(京) 단위를 써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화폐가치가 가장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화폐단위 변경은 계산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단행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물가 불안, 각종 자동화 기기 및 회계프로그램의 전면 교체 등 이에 수반되는 부담이 적지 않다. 화폐단위 변경을 화폐 개혁으로 받아들이는 데 따른 심리적.정서적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가 또 다른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일본이 여러 차례 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재정경제부는 얼마 전까지 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최근 몇달 새 경제상황이 급격하게 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재경부가 돌연 입장을 바꿔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하다. 우리는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 자체가 비생산적이라고 본다. 본란이 누차 지적했듯이 화폐단위 변경은 지금 쓰는 단위가 국민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때나 생각해볼 일이다. 이보다는 고액권 발행을 통해 매년 자기앞수표 발행 때문에 낭비되는 수천억원을 절약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기술 벽 뛰어넘은 삼성전자의 쾌거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60나노 8기가' 시대를 열었다. 60나노는 반도체 회로선의 폭을 10억분의 60m로 줄인 것으로, 엄지 손톱만한 칩에 신문 6만4천쪽에 해당하는 정보를 넣을 수 있다. 이는 초미세 기술 분야에서 세계 처음으로 마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인텔이 65나노 기술의 제품을 개발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90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술력에서 적어도 1년 이상 앞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개발한 플래시 메모리는 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 등 휴대용 제품에 쓰이는 것이어서 상품가치가 1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시장 전망도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휴대전화자동차컴퓨터선박 등 우리의 5대 수출품 중에서도 으뜸가는 효자 상품이다. 삼성전자의 쾌거는 갑갑함이 더해지는 우리 경제에 시원한 바람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의 속도로 볼 때 1년6개월마다 용량이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통용돼 왔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였던 플래시 메모리 용량을 1년마다 두배씩 늘려 5년 만인 올해 8기가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황창규 사장이 예언한 '황의 법칙'이 맞다는 것을 입증했다. 법칙을 바꾸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준비한 자가 미래를 가져간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시장과 기술의 추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핵심 제품군에 역량을 집중해 열매를 맺은 것이다. 60나노 기술도 3년 넘게 매달린 결과다. 이런 수준이면 세계 시장에서 기술 표준을 형성해 시장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80%가 메모리 쪽에 몰려 있는 만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분발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기술개발뿐이다.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이처럼 세계 으뜸가는 기업들이 나왔으면 한다.






삼성이 이룬 또 하나의 반도체 개가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나노 8기가 낸드플래시 그리고 세계 최대용량의 80나노 2기가 DDR2 D램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다시 보여준다. 지금까지 80나노(1나노m=10억분의 1m) 2기가 DDR2 D램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삼성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이다. 또 머리카락 2000분의 1 굵기인 최첨단 60나노 기술이 접목된 8기가 낸드플래시로 메모리 카드를 만들면 손톱만 한 것 하나에 신문 102만장 또는 4000곡의 음악 파일을 저장한다니 가위 혁명적이다. 또 이번 기술로 삼성은 외국경쟁사와의 기술 차를 벌리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니 어두운 소식뿐인 한국 경제에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 기술은 특히 삼성뿐 아니라 이동통신.컴퓨터.휴대전화. MP3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새 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의 개가는 한국도 기술력만 있으면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삼성은 경쟁사보다 20년 늦게 반도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1등 기업이 됐다. 삼성은 '반도체 성능은 18개월 만에 2배로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깨고 1999년 이후 매년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배씩 늘려오고 있다. '황(황창규 사장)의 법칙'이란 새 이론이 나올 정도다. 삼성은 지난해만도 6조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도'코리아'는 몰라도'삼성'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기업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 삼성 성공의 배경에는 리더의 통찰력과 과감한 인력.기술 투자,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등이 있다. 업계는 여기서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 정부도 제2, 제3의 삼성전자와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자이툰 부대의 안전과 알 권리

이라크 북부의 정세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아랍 수니파가 쿠르드족 3명을 살해하는 등 양측 간 내전 발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이툰 부대가 파견된 곳은 이 지역 내 아르빌이다. 당연히 장병의 안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8월 초 환송식 후 거의 두달간 장병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사연이 있다. 장병의 안전을 이유로 부대 이동 등에 대한 보도 자제 요청을 언론사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론으로서 장병의 활동을 보도하지 못하는 데 따른 곤혹감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장병 안전'이라는 대목에도 유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의 근황을 더 이상 모른 체해서는 안 될 시점에 왔다. 우선 국가의 체통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당국이 내건 '장병 안전'의 명분은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사가 어찌 될지 모르는 지역으로 떠나는 장병의 환송식을 마치 '누가 알까봐' 형식적으로 치른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안전문제라고 해도 두달간 장병의 동향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이러니 국제사회에서 '이상하다'는 조롱이 나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파병 동맹국 이름을 부르며 한국을 뺀 이유도 이런 사정과 연관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라크 파병은 우리의 주권적 결의에 따른 당당한 조치다. 국민은 장병의 활동상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국방부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쯤이면 장병의 활동상은 거의 노출됐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주민들을 위한 대민 지원 등을 적극 홍보하는 게 장병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군당국이 소극적 자세로 임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하루빨리 취재단을 현지로 보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언론이 그동안 국방부만 쳐다본 것도 반성할 대목이다.








자이툰 부대, 왜 이라크에 있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영국 〈비비시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으로 불법"이라고 말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유엔의 책임자가 미국에 대해 '불법'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더 험악해진 이라크 상황에 대해 경고하고, 새로 떠도는 미국의 이란내 핵 의심시설 공격설을 잠재우려 했을 것이다. 우리로선 자이툰 부대 철수가 급선무다. 
미국의 불법 침공은 이라크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민간단체인 '이라크보디카운트'가 세계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분석해 집계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만 해도 1만5천명에 이른다.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살상 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미국 정부조차 이라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내 고위 정보 당국자들의 모임인 국가정보위원회가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 내년 말까지의 이라크 상황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경우가 기껏 "정치경제안보 면에서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전이다. 
 미군의 대규모 주둔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평화는 없다. 재건을 얘기할 수도 없다. 이는 지난해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184억달러의 전후 복구 예산이 지금까지 6%밖에 집행되지 못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 병력 수천명이 평화재건을 명목으로 이라크에 가 있다. 미국이 수송기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방부가 서둘러 항공수송단을 보내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송단은 필요할 경우 다국적군의 수송작전에도 투입된다고 한다. 불법 침공에 들러리를 서는 것도 모자라 전투행위에도 참여하겠다는 것인지, 갈수록 태산이다. 
 미국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라크인과 국제사회에 협력을 구하지 않는 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자이툰 부대를 하루빨리 철수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 4원칙

정부가 18일 평화적 핵 이용 4원칙을 발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핵 문제에 관한 투명성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최근 일부 과학자에 의해 수년 전 진행된 실험실 차원의 핵물질 실험과 동위원소 분리실험에 쏠리는 국제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허둥거리는 인상만을 풍겨 못마땅하긴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실체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외부의 의혹이 씻겨지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사찰이 이뤄지기 전 우리의 의지를 확실히 표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보인다.이번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범위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피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사실 한국은 19기의 원자로를 수십년 동안 운용하면서 핵원자로의 안전운영 및 활용에 관한 높은 기술과 실력을 겸비하면서도 핵연료주기의 마지막 단계인 재처리시설의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의 동맹으로서, 자유세계의 수호를 위해 월남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충실한 수행자였다는 점에서 매우 억울하고 차별적인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도발국인 이웃 일본이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재처리 공장을 운용한다는 것과 비교해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차별적 기준을 깨뜨리기 위한 외교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은 우리 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의 반미감정을 완화시킬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핵연료재처리 시설 등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이자 국제사회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는 목표달성을 위해선 보다 더 철저하고 투명한 협조정책과 엄격한 핵물질 관리정책을 펼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부터 확보해야 한다. IAEA도 과거 한국의 핵투명성 유지를 위한 노력과 한국의 핵 이용 4원칙을 존중하고 평가하기를 바란다.





'핵 의혹' 말끔히 씻어내야 

우리나라 일부 과학자들의 농축 우라늄 분리 및 플루토늄 추출 등 핵 관련 실험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저께 이사회를 시작한 국제원자력기구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핵안전조처협정 위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이 지지부진한 터에 한국마저 핵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의혹은 몇몇 외신과 일부 인사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한국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핵실험을 했다고 하거나 과거 박정희 정권 시대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은근히 관련시키는 것 등이 그 보기다.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과학자들이 학술적 실험을 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반박할 어떤 증거도 없다.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으며, 원자력기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태가 지금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우선 여러 사항을 한꺼번에 해명하면 될 것을 하나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뒤늦게 인정함으로써 '뭔가 더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소해보이는 것이라도 이번 기회에 모두 털고 간다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핵 관련 과학자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관리 체제를 짤 필요가 있다. 일부 인사의 안이한 태도도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은 어제도 "(우라늄 농축의 전단계인 우라늄 전환은) 20년 전의 이야기로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미 문제가 됐는데 문제가 아니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핵과 관련된 의혹은 제기하기는 쉽지만 완전히 씻어내기는 어렵다. 정부는 의혹을 말끔히 걷어내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원로들도 보수-진보 세 대결 하나

진보 성향의 원로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원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거 국가보안법에 기반해 국민을 감시.억압하던 인사들이 보안법 폐지 반대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1주일 전 보수성향 원로들이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데 대한 대응이다. 현 정권 집권 후 이념갈등.세대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데 이젠 원로들마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이런 갈등을 재연하고 있으니 나라의 모양이 부끄럽다. 원로들이 사회의 중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들의 다양한 체험과 경륜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려면 먼저 원로가 원로다워야 한다. 보수 원로들이 1500여명이나 서명했을 때는 그들대로 국가의 장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6.15 남북 정상회담을 부인하고, 일부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필요성까지 언급한 것은 상식을 벗어났다. 이런 것들로 성명의 취지가 상당히 바랬다. 진보 원로들도 별로 다를 게 없다. 상대방을 수구냉전 세력이라고 비방하고 '과거'를 들먹이며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당신들은 말할 자격도 없어"라고 몰아붙이는 의식의 저 너머에서 그들의 오만함을 엿보게 된다. 
보수 원로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안보시국강연과 결의대회를 한다는데, 이는 자제돼야 한다. "성명에 추가 서명자가 있어 동참자가 1600여명으로 늘어났다"는 발표는 또 뭔가. 양 진영에선 원로 끌어들이기 경쟁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원로들까지 본격적인 세(勢) 불리기와 국민 편 가르기에 나서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원로들의 언행은 천금과 같이 무거워야 한다. 그래야 원로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 산업화를 이끌었던 보수 원로와 민주화를 주도했던 진보 원로가 서로 손가락질하고 비난한다면 젊은 세대가 거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절제는 민주사회를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다.









'사회 원로'의 조건 

한 시사주간지 기사가 이른바 '원로'들의 실체를 새삼 곱씹게 한다. 지난주 시국선언에 참여한 1500명을 꼼꼼히 분석한 <한겨레 21>의 '원로여, 다 죽었는가'가 문제의 기사다. 기사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발표한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문'의 진실성을 가늠케 한다. 
적어도 '원로'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직 대법원장, 국회의장, 총리, 장관, 국회의원, 고위 장성 등이 망라돼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얼룩진 과거'는 시국선언의 진실성을 의심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선언에 참여한 전직 총리 7명 가운데 5명은 유신과 56공 독재시절을 대표하는 '얼굴'들이었다. 장관 59명 가운데 49명은 독재정권의 각료 출신들이다. 민주주의가 '일단 멈춘' 철권통치의 절정기인 유신시대 여권의 국회의원만도 30명에 이른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 시나리오의 산물이자, 그의 직접 '지명'으로 국회에 진출한 유신정우회 출신 의원 14명도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직무와 관련된 비리로 불명예 퇴진한 각료들, 권력형 비리의 주역들도 '원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시국선언 참여자 중에는, 사회적 어른으로 대접받기에는 중대한 흠을 지닌 이들이 상당수 포함된 셈이다. 
 선언문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깨우침의 소리를 내지 못함은 우연이 아니다. 615 공동선언 파기 요구는 남북 화해로 가는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리자는 주장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집착, 전교조에 대한 몰이해와 비난은 낡은 과거에 대한 그들의 깊은 향수를 짐작게 한다.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태도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마당에 내놓은 사려 깊지 않은 발언은 시국선언의 취지와는 달리 혼란을 부추길 따름이다. 화려한 경력의 '무게'와 촘촘한 '나이테'가 존경받는 원로의 조건은 아니다.


SBS 재허가 심사 정치적 의도 없어야

지상파 방송 사업자 재허가 추천 심사를 진행 중인 방송위원회가 KBS.SBS를 비롯한 9개사를 2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했다. 심사위 의견, 방송위 전체회의 의결 등 절차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9개사로서는 일단 노란등이 켜진 셈이다. 2001년 방송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제도가 처음 시행됐지만 당시 지상파 방송은 서류심사라는 약식 행위를 거쳐 '무사통과'됐다. 이런 일들로 제1기 방송위원회는 '종이 호랑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제2기 방송위는 법이 정한 대로 성역없이 제대로 심사하겠다고 나섰다. 방송위가 제대로 역할을 해 준다면 '방송 권력'이라고 불리는 막강한 지상파 방송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송 현실을 보면 공영방송의 경우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편파 방송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방만한 경영이 계속 문제가 돼 왔다. 방송위가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이런 공영방송의 일탈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심사에서 공영방송의 이런 문제점 등이 제대로 지적됐는지 궁금하다. 일부 민방의 경우 법에 명시된 최대주주 소유지분 제한을 무시하고, 재허가 추천 때 제출한 이행계획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됐다. 민영방송 역시 이러한 지적을 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심사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심사를 앞두고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특히 SBS의 존립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여러 말들이 사전에 유포됐다. 우리는 SBS가 이번 2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에 혹시 이러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예의 주시코자 한다. 특히 재허가 심사 사항으로 규정돼 있지도 않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같은 사항을 추천심사위가 참고할 경우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두고두고 방송위의 공정성과 신뢰에 먹칠을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위가 권력과 연계돼 일부 방송의 길들이기 수단으로 재허가 심사를 이용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 '세습 불허'는 당연 

정치권에서 지상파 방송의 '특정 가문 세습'을 막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지상파 방송은 공공재산인 '전파'를 근거로 존립하고 있기 때문에, 민영방송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가족이 대물림하는 것은 전혀 정당성이 없다. 
더러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에스비에스>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눈길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는 '정치적 의도'로 볼 사안이 아니다. 현재 지상파 가운데 민영은 에스비에스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불가피한 현실로 보는 게 옳다. 게다가 윤세영 회장이 에스비에스 모기업인 태영의 주식 113만주를 맏아들에게 증여한 데 이어, 그를 에스비에스의 '상무급'으로 임명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방송가 안팎에서 '방송사 경영권 상속'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사 대주주의 주식 소유가 바뀔 때 방송위원회의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추진하는 정당이 열린우리당이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이미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언론운동단체들이 언론개혁 과제의 하나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요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노태우 정권시기인 1990년에 민영방송을 허용하면서, 국내도급 34위의 건설업체인 태영을 지배주주로 선정했을 때부터, 특혜 시비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현재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제대로 하고, 천문학적 순이익을 남기고 있는 민영방송의 '초과이윤'에 대해 사회적 환원제도를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상파 방송의 세습 문제가 정치권에서도 불거진 참에, 하나뿐인 민영방송의 경영과 편성을 꼭 특정가문이 주도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민영방송의 형태는 특정 가문이 사실상 장악한 '사영 방송'부터 '국민주 방송'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민영방송 체제를 갖출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고교등급제 여부는 대학의 권한

현재 중3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부터 적용될 내신 위주의 새로운 대입제도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능의 등급제로 학생의 실력 차이를 견주어볼 변별력(辨別力)이 떨어짐에 따라 고교별 학생부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급제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게 가장 큰 쟁점이다. 대학 측은 고교 사이에 격차가 엄연한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교조, 학부모 단체들은 특정학교 출신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대학입시는 대학들이 건학이념에 따라 장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예비 인재와 연구인력을 선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대학들이 신입생의 자격과 기준, 전형방법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적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철저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 선진 외국들은 대학 진학 희망자의 성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국가 차원의 학력평가자료만 제공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능과 학생부의 적용 비율을 국가가 대학에 강요하거나 본고사를 치르지 못하도록 일괄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유별난 교육열과 과외병을 감안해 대학입시 자율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의 타협으로 국가는 등급화한 수능성적과 학생부만 제공하고 각 대학이 이를 토대로 자체적인 교육목표에 따라 기준을 정해 학생을 고르도록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고교등급제 채택 여부는 대학의 고유한 권한이다. 고교평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별 학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로 입시사정을 해야 한다는 전교조 등의 주장은 아예 대학마저 평준화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개인의 소질과 재능의 극대화에 있지 모든 사람을 똑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들은 60여년 동안 입시관리를 하면서 노하우와 공정성을 나름대로 축적하고, 신뢰도 얻고 있다. 따라서 각 대학이 정하는 기준이나 방법을 믿고 따라주는 것이 합당하다.







대학도 차별하는 비강남권 고교생 

대학의 고교 등급제 적용 의혹이 우려한 대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내신 성적으로 합격 여부를 가리는 올해 1학기 수시 모집의 경우 연세대에 응시한 경기 새도시 한 학교 인문자연계 1등 2명을 포함해 내신 상위 1%에 드는 학생 셋이 모두 1차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반면, 서울 강남의 다른 고교는 8.6%, 외국어 특목고는 내신 25%권 학생들이 무난히 최종 합격하는 등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차별 사례'가 적지 않게 드러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행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일부 대학에서 관행으로 통하고 있음에도 당국의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려대의 경우 며칠 전 총장이 학교 사이 학력 격차를 적용할 방침을 분명히 밝혔으며, 이 대학에서 2001학년도부터 고교 등급제를 추천 전형에 적용해 왔음을 입시 관계자가 확인했다. 또한 수시모집에서 부당한 차별당했다고 주장하는 숱한 학생들이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관련 부처는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원칙론만 되풀이해 당국이 오히려 대학들의 잘못을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대학이 같은 내신 성적의 학생을 출신 지역을 가려 서류 전형에서 떨어뜨림으써 2차 시험격인 면접과 구술 기회조차 방해한 행위는 차별을 금지한 헌법 위반 행위인 동시에 명백한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 동시에 강남 일부 계층의 부와 신분을 결과적으로 세습시키는 '봉건적 지역주의'로 비판받아야 한다. 수시 입학에서 드러난 강남비강남권 응시생 차별은 대기업 입사 과정에서 지방대 학생이 당하는 차별을 연상시킨다. 
 교육부는 이런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고교 평준화 틀을 뿌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고교 등급제의 운영 실상을 샅샅이 밝히고 관련 대학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10월10일 일요일 여까지 읽음]




우려되는 대법원의 '입법 개입'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 대의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원심을 확정하면서 보안법 폐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다. 
대법원은, 형법상의 내란죄나 간첩죄 규정만으로도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를 비판하면서 "안보에는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물론, 사람마다 시대 인식은 다를 수 있기에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거나 '무력남침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안팎의 국제 정치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그런 생각이 '최고의 판단'을 요구하는 대법원의 '판결'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그 판단으로 젊은 지성인들을 감옥에 가두는 현실은 단순한 실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이 지닌 '10기 한총련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을 일러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정,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모습에선 완고한 고집마저 배어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판결'을 넘어선 대법원의 '정치적 개입'이다. 대법원은 정치권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폐지론 적시에 이어 곧장 이를 비판한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더구나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체제수호'를 들먹이는 판결문은 다분히 '당파적 판단'으로 보일 수 있다. 입법부에서 보안법 폐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보다 더 나간 직설적 비판이기에 우려는 더 크다. 
 사법부 상층부의 시각이 분명하고 이미 입법활동에 '개입'한 만큼, 거듭 강조하지만 국회의 몫은 한층 더 커졌다. 무엇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길인지 심사숙고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 시비걸지 말라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판결을 내리자 정치권.법조계를 중심으로 한 이 법 폐지론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은 담당 대법관들을 수구.냉전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등 반발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의원들은 법안의 처리와 관련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건강한 토론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이 법의 개폐에 관해 얼마든지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최고 법원의 판결문까지 매도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사법부의 법 해석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정치인들이 앞장서 판결문을 휴지 조각처럼 여긴다면 누가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려 하겠는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하는 의원이라면 국민을 상대로 폐지의 필요성이 무엇이고, 폐지될 경우 어떤 보완책이 있는지 등을 설득해 나가야 옳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쏟아낸 발언들을 보면 실망을 넘어 우리의 정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어느 의원은 "대법관들은 민족 문제와 분단에 대해 한번도 고민하지 않고 한평생 기득권에 취해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 수준이다. 또 "우리 사회 곳곳에 청산되지 않은 수구세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발언에선 편 가르기식 사법부 개편 의지가 묻어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의원들을 향한 당 안팎의 공격도 문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개정을 주장해온 어느 여당 의원은 당내에서 '개혁 성향이 부족하고 비겁한 사람'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개정론자 의원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거친 표현으로 그를 비난하는 글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건강한 토론이 가능하겠는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이은 이번 대법원 판결 취지는 입법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 의원들은 더 이상 대법원 판결에 시비를 걸지 말라.
 강남사람 '왕따' 작전인가

"서울에서 매일 서울의 이익을 생각하는 강남 사람과 아침.점심 먹고, 차 마시면서 나온 정책이 분권적 균형발전 정책이 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강원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핵심의 일단을 갈파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어법과 인식의 두 측면에서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국민통합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할 대통령이 특정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감정 섞인 언사를 쏟아낸 것은 부적절하다. 마치 강남 사람들만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수도 이전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 이전 반대는 찬성의 비율을 앞서고 있다. 이는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표본을 추출해 실시한 전국적인 조사의 결과여서 유독 강남 사람만 수도 이전에 반대한다고 볼 수 없다.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지역을 의도적으로 '왕따'시키겠다는 전략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만의 하나 이들을 지역균형발전을 거부하는 소수세력으로 낙인찍고, 가진 자에 대한 못 가진 자의 불만을 촉발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큰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망국적 지역주의가 문제되고 있는데 서울까지 강남과 강북으로 분열시켜서 될 일인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이 긴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반드시 수도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하며, 여기에 반대하면 반개혁세력으로 몰아가는 식의 추진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수도 이전 반대 움직임에 대해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강남 사람' 발언의 맥락이 여기에 닿아 있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지역균형발전의 추진이 거꾸로 지역과 지역, 정권과 국민을 분열.대결시키는 결과가 돼선 곤란하다. 정책적 문제가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강남구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야 



재산세 감면에 앞장섰던 서울 강남구가 이번에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재건축으로 집값이 올랐으면 올랐지 그것 갖고 왜 딴죽을 거느냐고 반기를 든 셈이다. 있는 사람이 더한다고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강남특구'다.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강남구는 건설교통부가 입법예고한 개발이익 환수제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아파트값이 크게 뛰자 집값 안정과 세부담 형평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재건축할 때 일정비율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강남구는 이 제도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개발이익을 다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100% 정도인 용적률을 재건축을 통해 200% 안팎까지 늘려주면서 이 가운데 10~25%만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일반 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같은 단지 안에 섞이면 주민 사이에 위화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했다.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는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민의 70% 가량이 세입자, 저소득층이라고 한다. 재건축으로 큰 평형의 아파트만 들어서면 구민인 이들은 갈 데가 없는 실정이다. 
 세 부담에서 중요한 것은 '납부할 능력 이상의 세금을 요구하는가'라는 응능부담의 기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세 부담이 적정한지, 공평한지 따지지도 않고 종전에 내지 않았던 세금을 내게 생겼다고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억지논리에 빠지기 때문이다. 강남구가 앞장서 반발한 재산세와 개발이익 환수제는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적게 내던 세금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자치단체도 국가와 분리된 것이 아닌 지방정부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 강남구는 대한민국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구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고 발상을 전환해 주민과 업자들을 설득하는 성숙함을 보이기 바란다.
 '서민의 주거안정'과 '부자구의 님비' 



서울에 임대아파트를 지으려는 계획이 서초 강남 송파 등 '부자구'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우면산 일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3500가구의 대단지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도 어려운 걸음을 하고 있다. 서초구가 사업 시행을 위해 주민공람을 시키라는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독촉에 몇달째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모두 9개구에 임대아파트 건립 계획을 통보했는데, 서초구를 비롯해 강남, 송파 등 3개구가 유독 반대하고 나섰다. 서초구에는 현재 서울시 전체 임대아파트의 0.8%, 송파구는 1.2%밖에 없어 절대 물량으로 보면 앞장서 안된다고 할 건더기가 없다. 3개구는 그린벨트 훼손과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근거도 약하다. 아직 전문가들의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를 받아보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안된다고 하는 것은 순서에 어긋난다. 강남구의 경우 임대아파트 예정 터는 보존해야 한다면서도 모노레일 차량기지나 환승센터를 지을 수 있다고 한입으로 두말을 한다. 서초구 또한 우면산 일대에는 고급 주택단지를 짓고 임대 아파트는 구의 다른 지역으로 돌리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임대 아파트 건립에 반대하는 실제 이유가 '보존'이 아니라 바로 임대 아파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임대든 아니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교통과 환경이 영향을 받게되므로 주민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 서초 강남 송파 3구는 서울의 다른 구와 비교해봐도 두드러지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속셈은 '부자 동네에 서민주택이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는 지역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건교부와 서울시가 임대 아파트를 지으려는 목적은 서민의 주거 안정이다. 이러한 분명한 정책목표가 부자구의 님비에 발목잡혀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반기업 정서 해소' 바람직하다

산업자원부 차관이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 간부들과 '반기업 정서 해소 대책회의'를 가졌다. 정부는 이달 초에도 반기업 정서 완화를 위한 관계기관 협의를 가졌다. 정부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인들과 머리를 맞댄 것이다. 지난 3월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반기업 정서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규 기업의 설립이 지연되는 등 기업가 정신의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일반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정부 규제 못지 않게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액센추어가 세계 22개국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한국의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업 정서의 일차적 책임은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와 기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독재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해온 대기업의 발전사가 반기업 정서의 뿌리인 것이다. 또 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법적.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했던 기업들의 과거도 반기업 정서의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기업들이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하고 모범적인 기업경영을 함으로써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근본적인 반기업 정서 해소책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는 과거의 경험을 넘어서는, 기업가를 죄악시하는 막연한 반기업 정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경제원칙을 벗어나는 평등주의적 정책과 주장을 펴는 바람에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된 측면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학교 교과서에도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내용이 적지 않다. 때문에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업 정서의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아울러 정치권도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장려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이 위축되면 나라 경제에도 희망이 없어진다.

과거사를 제대로 규명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일제하 친일행위와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불법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룰 과거사 관련 진상규명특위를 국회 내에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내년이면 광복 예순 돌이 되는 데도 아직 친일이나 현대사 질곡의 진상이 모두 드러나지 않고 역사 교과서조차 왜곡돼 있는 부끄러운 현실에서 이는 시급하고도 적절한 제안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정치권이 이에 흔쾌히 합의할 지가 의문이다. 벌써 한나라당은 국론 분열 우려와 국정의 우선순위를 들어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친일 잔재와 과거 권력의 불법행위를 청산하는 것은 민족과 민주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임이 분명한데도 최근 연일 나라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해온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렇게 반대한다면 현실적으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니 여권은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더욱 중요한 일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조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16대 국회 말에 친일진상규명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듯이, 법안 처리나 위원회 구성에서 여야가 야합하거나, 조사 과정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최종 조사결과까지 정치적으로 조정해버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렇게 되면 역사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잘못된 역사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다. 진상조사가 각 정파로부터도 독립돼 진행돼야 할 이유이다. 이는 국민적인 감시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기관의 고백이 앞서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국가기관이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더 큰 신뢰를 쌓아 새출발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정치권의 진상조사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대통령의 제안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희망을 읽을 수 없는 대통령 경축사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 국민은 희망을 잃고 있다. 거리는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빈곤층.청년실업자로 넘쳐난다. 불황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은 빈사 상태에 빠져 있다. 물가고는 서민.주부를 옥죄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대통령은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렵다'는 한 줄의 언급만 했다. 대신 장시간에 걸쳐 과거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국민이 대통령과 같은 인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모으고 앞날을 열어나갈 것인지 크게 걱정된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 과거사 진상규명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친일과 함께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다루라고 했다. 이럴 경우 정기국회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뻔하다. 열린우리당도 여러 번 다짐했던 국회에서의 '민생과 경제살리기'는 물건너간다. 대신 상설화.첨예화한 정쟁만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경축사에서 드러난 노 대통령의 역사인식엔 모순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지난날을 '분열과 반목' '반칙과 특권의 시대'로 규정했다. 이게 사실이면 노 대통령도 인정한 '신화와 같은 경제적 성취와 민주주의 발전' '세계 11위의 경제'는 뭔가. 우리가 무슨 수로 대통령이 말한 '100년 전과는 달리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 충분히 지킬 힘을 가진 국가'가 됐는가. 역사엔 공과(功過), 그리고 명암이 함께 있다. 역사를 부정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 물론 과거의 잘못에 대한 규명과 반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1세기에서 반세기에 이르는 과거사 정리작업을 국회의원.정당이 무슨 수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역사를 현실정치가 재단하고 정파적 이해에 따라 해석할 경우 소모적 정쟁은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사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하고, 정치적으로 독립이 보장되며, 연구.분석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국회 내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과 정부.정치권이 정말로 챙겨야 할 일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다. 그래야만 국민이 비전과 희망을 가지게 된다.
행정수도 예정지 선정 이후 



신행정수도 예정지가 예상대로 충남 연기공주지역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예정지 선정이 '원천 무효'라며 반발하고, 민주노동당도 반대 당론을 정해 가세했다. 
행정수도 예정지 최종 확정을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는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정부의 행정 절차를 계속 진행시킬 수 있느냐이고, 또다른 하나는 반대 여론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 것인지이다. 
 먼저 한나라당과 민노당 등이 요구하는 정부의 행정절차 중단은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국회가 의결한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대표 말대로 입지 선정을 미루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법을 지키지 말라는 것'이다. 반대 여론이 많다고는 하지만 여론에 따라 법률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특별법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게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반대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떤 방식이든 이런 여론을 수렴해 반영해야한다. 가장 손쉬운 것은 여당 주장대로 한나라당이 특별법 폐지법안을 제출해 논의한 뒤 다시 결정하면 된다. 특별법 폐지법안이 통과되면 행정수도 이전 작업은 중단되는 것이고, 아니면 지금대로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수적으로 불리한 야당에게 이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결국 이미 몇 차례 촉구한 대로 여야가 국회 안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여론을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충분히 설득시킬 기회로 활용하고, 야당은 행정수도 이전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자리로 삼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행정수도 이전 작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수도 이전, 이렇게 밀어붙일 것인가

정부가 충남 연기.공주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확정.발표했다. 국민투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나 야당의 특별위원회에서의 검토 요구 등은 모두 묵살했다.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다려보지도 않았다. 배짱과 오기로 똘똘 뭉친 모습이다. 이해찬 총리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과 몇달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국회 결정이 국민 의사를 무시했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논리다. 이와 함께 이 총리는 일부 학자와 언론이 올바른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도 이전에 반대 여론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수도를 왜 옮겨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국토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해소는 수도 이전의 이유로는 충분치 않고, 정부가 제시하는 비용도 무언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제시한 비용이 맞다고 하더라도 현 경제 상황에서 그런 돈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경직된 스케줄에만 맞춰 밀고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정부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일이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으니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것도 있기 어려운 발상이다.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거나, 틀린 법이라면 고치는 것이 국회나 정부가 할 일이다. 수도 이전은 이번 정권 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이 어떻게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수도 이전을 오기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또 수도 이전 반대를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보아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골프장 마구 지어서 어쩌자는 건가 



우리 경제가 살길은 골프다 골프장 업자들에게서나 나올만한 소리가 경제 부총리 입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내수부양을 위해 골프장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며 소매걷어부치고 골프장 지원에 나섰다. '경제 우울증'의 치료제는 골프밖에 없다고 단정한 모양이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하고 발상은 이해되지만, 참으로 우려되는 정책으로 재고해야 한다. 
재정경제부는 레저연구소골프장업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골프장의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지만 믿기 어렵다. 재경부는 현재 사업신청을 하고 있거나 공사중인 전국 250여 골프장이 완공되면 일자리가 5만개 이상 늘어나고 부가가치도 연간 2조7천억원이 새로 생긴다고 한다. 외국 골프여행으로 지출되는 연간 5천억~6천억원의 국부유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골프장이 잔뜩 늘어나서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지금의 골프장 매출기준으로 산정한 경제적 효과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운영이 어렵거나 부도가 나기라도 하면 지역경제에 고스란히 짐이 될 뿐이다. 골프장 하나 짓는데 500억원 이상이 든다는데, 10조원 넘는 돈이 골프장에 쏠린다면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욱 큰 문제는 마구잡이식 추진방식이다. 정부는 골프장을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 부총리는 "설립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230여개의 골프장에 대해 4개월 내로 일괄심사를 거쳐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5년이 걸렸던 심사 기간을 4개월로 줄이고 환경기준을 완화하면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골프장은 산을 깎고 땅을 파헤쳐 만든다. 국토가 반짝 경기의 희생양이 되어 골프장 건설 열풍과 환경파괴로 신음하게 될 것이다. 골프장 건설의 경제적 효과도 의문이지만, 경제논리를 앞세워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처사다.
골프장 건설 자유롭게 터주어야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로 골프치러 간다면 아마 비난부터 할 것이다. 왜 돈 있는 사람들이 골프치러 외국에 가는지 한번 더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 골프장이 비행기 값을 포함해도 더 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세상에 이들을 막을 수도 없다. 해결책은 하나다. 국내에서 골프치는 경비를 싸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돈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 골프와 관련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골프가 부유층의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골프장 건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컸다. 골프 및 골프장에는 특소세뿐만 아니라 재산세까지 몇 배나 높게 매겨졌다. 그 결과 국내 골프장의 평균 이용료는 동남아나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일부 골프장보다도 비쌌다. 지난해 골프채를 가지고 해외로 나간 국내 관광객만 해도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조업 공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서비스.레저 산업은 앞으로의 먹고 살 거리로 중요한 분야다. 또 중국에서 해외 여행 봇물이 터졌을 때를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레저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건설 활성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현재 국내 초지의 상당 부분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또 골프장 하나(18홀 기준)는 3년 정도 걸리는 공사기간 중 매일 250~300명의 건설직 일자리를 창출하며, 완공 후에는 165~200명의 일자리를 만든다. 초지 등으로 묶여 방치되는 땅을 활용해 골프장을 건설한다면 부유층과 외국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몇 가지 유념할 일이 있다. 우선 골프장 건설이 서비스.레저산업 육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국토이용 및 지역계획 차원의 종합적인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한다. 또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에, 환경친화적이 돼야 한다. 동북아 중심국가 육성이니 하는 공허한 말이 아닌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추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사학 개혁' 뒷걸음질을 경계한다 



정부의 사학 개혁이 오락가락하더니 뒷걸음질치는 조짐을 보여 우려스럽다. 공익이사제 파견과 교사회학부모회의 법제화 등 대통령 공약 사항이 빠진 사립학교법 개정 초안을 마련해 거센 비판을 받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이젠 아예 교장의 교원 임면권마저 없던 일로 돌리고 구태의연한 법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교육 개혁을 바라는 이들의 실망을 사고 있다. 재단 전입금이 평균 2%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사회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계속 보장하겠다는 정부 발상은 참으로 납득할 수 없다. 
사학이 그토록 반대하는 교장의 교원 인사권 부여도 따지고 보면 지난 1990년 이전 법 규정을 되살린 데 불과하다. 따라서 개정 초안에 들어 있던 '교원 인사위원회' 설치 조항이 사학의 존립 근거를 위협한다거나 사학 운영을 옥죈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억지에 불과한 것이다. 교원 인사 개혁의 포기는 사립학교법 개정 취지를 무위로 돌리는 무원칙한 태도로, 한나라당의 반대와 사학의 은밀한 로비로 법 개정 노력이 무산됐던 지난 2001년 상황을 연상시킨다. 
 사학의 투명성 강화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 민주노동당은 물론 일부 이견을 가진 한나라당마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다. 친인척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의 전횡이 지금껏 얼마나 많은 파국적 학내 사태를 불렀는가. 얼마전 428억원 교비 횡령으로 설립자가 구속됐던 동해대 사태가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재단 전횡과 그로 인한 인사 비리가 사학을 더욱 약체로 만들었음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이런 반개혁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학 개혁의 핵심은 재단 전횡을 막아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장 임면권 백지화 검토와 같은 위장된 '자율' 논리를 거둬들이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에 좀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건전한 사립교는 오히려 육성해야

여야가 각각 사립학교의 운영과 규제를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사학에 만연한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구조와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제재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은 매우 높아 학교 수를 기준으로 고교는 46%, 전문대는 89.9%, 대학은 78.9%를 차지한다. 사학이 정부를 대신,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엄청난 공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학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해 지탄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근대적인 족벌 경영, 파행적인 학사 운영, 교비 유용과 횡령, 금전 수수 채용 등 탈법과 불법 행위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학교 현장을 부정으로 얼룩지게 하고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에 상처를 주는 사학은 퇴출이 불가피하다. 현재 1990여개 사학의 실상을 보면 재단의 전횡으로 분규 중인 사학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 사학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건학이념에 맞춰 착실하게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의 큰 틀은 정상적인 사학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부실한 사학에 대해서는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형태가 돼야 한다.여당의 개정안은 모든 사학의 운영권을 교수.교사.학부모.직원.지역인사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로 넘기는 게 골자다. 이럴 경우 학교의 경영권이 특정 세력에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해 사학 재단은 사유재산을 빼앗기고 편향된 교육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교조를 비롯, 44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 국민운동본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대학총장 선출에 직원과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문까지 가세하는 꼴불견이 벌어지고, 사립 중.고에서도 같은 사태가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부실 사학을 징벌한다는 명분으로 건실한 사학까지 손을 대려 해서는 안 된다. 건전 사학은 오히려 장려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손질하라.

무가지경품 '본사개입' 곧장 조사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무가지와 경품제공 따위로 신문고시를 위반한 신문사 지국 처리를 9월 안에 매듭짓고 11월부터 본사개입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국 211곳에 대한 직권조사에서 167곳이 규정을 넘는 무가지를 제공하고 이 가운데 많은 지국이 경품까지 준 사실을 확인했다. 
공정위가 위반사실을 적발하고 이를 처리한 뒤 본사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정위가 11월에 '본사 개입'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과정에 있다. 공정위의 '신문시장 담당 사무관'이 한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를 받고 "개인적 업무 참고자료로 정리한 문건"을 "사적으로 보좌관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식문건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신문사들은 거센 공격에 나섰다. 더구나 그 자료에는 '신문사 논조분석'까지 들어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할 일은 분명하다. 신문 논조분석까지 자료로 보낸 것에 대해 담당자가 분명히 경위를 밝히되, 본사 조사는 서둘러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 경품판매업체가 조선동아중앙의 432개 지국에 34억어치의 경품을 납품했고 세 신문사 지국의 연간 판촉물 매입액은 56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본사 개입'에 대한 지국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므로, 본사 조사를 미룰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담당 사무관의 자료 가운데 "지국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처에 이어 곧바로 본사 조사에 착수할 경우 반발이 예상된다"고 한 대목이 문제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반발'을 예상해 할 일을 미루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미 자료를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건넸고 이것이 공개된 상황에선 11월로 미룰 일이 아니다. '논조분석'에 대한 말끔한 해명과 더불어 '곧바로 본사조사에 착수'할 때다.
'가난'의 해결은 일자리뿐이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가구 기준 106만원)에도 못 미치는 극빈층이 1년새 5만2500명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불황의 장기화로 부도.실직이 늘면서 중산층과 잠재적 빈곤층들이 햇빛도 안 드는 지하 쪽방에서 끼니도 제때 못 때우는 극빈층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가난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이 됐다. 현재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극빈층을 포함해 450여만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의 10% 이상이 절대빈곤 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현재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이르고, 잠재 신용불량자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다 조만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점을 감안할 때 극빈층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돼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또 계속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계층 간 갈등은 심해지고 사회는 더 불안해진다. 최근 늘어나는 생계형 범죄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난의 대물림'이다. 절대빈곤층 가운데 가난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은 생활비 지원 등 온갖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극빈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재정을 통한 '쏟아붓기' 식 지원은 한계가 있다. 올해만 해도 극빈층이 너무 급증해 611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할 정도로 재정에 부담이 오고 있다. 근본 대책은 일자리 만들기 뿐이다. 정부의 보조로는 가난을 막을 수 없다. 왕성한 기업활동을 통해 이들에게 일자리를 줌으로써 진정한 독립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자리는 생계를 보장해 줄뿐 아니라 이들에게 인간적 자존심도 회복시켜준다. 직업활동에 동참함으로써 사회도 건강해 진다. 빈곤 문제는 일자리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최저생계비 보장' 빈말 되어서야 



<왕자와 거지>라는 서양 동화가 있다. 똑같이 생긴 용모 때문에 왕자가 거지로, 거지가 왕자로 뒤바뀐 역할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7월 한달 동안 벌인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희망 업 캠페인'은 어쩌면 '거지왕자 게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을 최저생계비에 기대어 사는 생활과 한달간 일부러 최저생계비로 생활해보는 입장은 엄청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캠페인을 끝내고 난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절약하고 쥐어짜도 최저생계비만으로는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가계부는 적게는 2만여원에서 많게는 50만원 가까운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인생사에는 여러 돌발사고가 있다. 큰 병이라도 난다면 억지로 꾸려온 빠듯한 살림은 어찌될 것인가.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서 아이엠에프 위기를 넘긴 직후인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됐다. 양산된 빈곤층을 위해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한 것이다.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사상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 최저생계비로 최저생활조차 할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초생활 보장은 헛말이 될 수 밖에 없다. 
2000 년 기준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극빈층이 11.46%나 된다. 그 비율은 96년의 5.91%에서 거의 두배로 높아졌다. 생계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 세명꼴이라면, 최저생계비가 기초생활을 보장하지 못함을 그보다 더 잘 보여 주는 것이 있을까. 올해는 2000년에 이어 두번째로 최저생활비를 책정하는 해다. 2000년에 기초생활보장이라는 제도 도입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내년은 실질적인 최저생계비가 보장되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이버 전쟁' 국가적 대처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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