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힘든 고백이네요.
이 글을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읽어주실진 모르겠지만...
제목 그대로 저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딸입니다.
저는 어쩌면 죽는 날까지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족들 모두 그냥
'그냥 편하게 1번 찍자' '될 것 같은 사람 찍자'는 생각으로
박근혜 후보를 찍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77일간의 전쟁,
그 가파르고 위험한 공장 지붕 위에 저희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파업이 끝나기 이틀 전날 밤, 비가 억수같이 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전경과 용역들이 공장 지붕 위까지 올라가
도망가는 노동자 아저씨들을 방패로 제압하고 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같이 있던 한 아저씨와 함께 몸을 피하시다가,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이미 전경들에게 잡혀 맞고 있는 걸 보셨고,
겨우 몸을 피하신 후 제게 전화를 거셨습니다.
그 중 단 한 마디가 제 가슴에 절절하게 남았습니다.
'얻어맞는 동료를 뒤로 하고 도망쳐야 하는 이 현실이 죽을만큼 싫구나'
그 후로 저희 가족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고
정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일지도 모릅니다.
박근혜님.
이제 박근혜 대통령으로 불러야 하는 당신.
다른 것은 몰라도 저는 기억합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상 앞에서, 제 아버지의 동료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던 모습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던 당신의 모습을.
전태일의 죽음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그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함이셨습니까?
그런게 아니라면, 박근혜 대통령님.
부디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 추운 겨울 아직까지 철탑 위, 반허공에 매달린
그들의 삶을 모른 체 하지 말아 주십시오.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한진중공업 故 최강서님과
현대중공업 故 이운남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으시길 빌고 또 빕니다.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도록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