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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 팬픽] 룬의 아이들 - 도토리 빌라 송년회 전야
게시물ID : animation_294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5
조회수 : 28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27 22:28:11
그대로 멈춰 있던 것만 같은 시간도 돌이켜 보니 어느샌가 반년이 넘도록 흘러와 있다는 사실에 도토리 빌라의 일원들은 하나 같이 덤덤하게
놀란 척을 하고 있었다. 딱 한명, 막시민만이 후끈하게 달아오른 취기에 힘입어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입이 닳도록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왜 돼먹지도 못한 성깔 더러운 마법사한테 걸려서 말이야 어? 이런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해야 하는 건데? 이제 곧 1년이라고 1년... "
 
"막군 그쯤 해둬"
 
끊임 없이 반복되는 막시민의 신세 한탄을 아무런 불평 없이 들어주던 도토리 빌라의 일원들은 대강의 눈대중으로 조슈아에게 슬슬 이성을 놓으려하는 막시민을 제재시키는 역할을 맡겼다. 실제로도 막시민과 가장 친한 조슈아이니 조슈아가 막시민을 제재시키는 게 가장 자연스런 흐름이기도 했다.
막시민은 나지막이 내뱉는 조슈아의 말에 미간을 살짝 일그러 뜨리더니 반 이상이나 남은 맥주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입에 마저 담기지 못한 맥주가 줄기가 되어 입꼬리에 흘러내렸지만 막시민은 닦을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대단하다면 대단할 기세에 루시안은 존경스런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소공작께선 참 좋겠어. 어느 누구에게나 힘들 네냐플 생활을 당연하듯 잘 해내고 있으니 말이야"
 
"나라고 이 곳 생활이 좋은 건 아니야... 정말 더 이상 마시게 하면 안되겠는 걸"
 
조슈아는 잔을 들어 주문을 하려는 막시민의 손을 붙잡아 내리게 했다.
 
"가뜩이나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거 투성인데 너까지 이러기냐?"
 
"널 이대로 냅두면 티치엘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다"
 
"거기서 걔 이름이 왜 나오는 건데?"
 
"어느 누가 자기 아버지 욕하는 걸 좋아하겠어"
 
막시민은 코웃음을 치면서 다 마신 잔을 흔들어 남은 맥주 한방울까지 전부 털어내었다.
 
"여기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그리고 너무 남의 이야기인 것 마냥 말하진 마라. 당장에 리체가 몽플레이네씨를 어떻게 대했던지를 생각해 보라고"
 
"거,거기서 왜 리체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예시를 든 것 뿐인데 왜 그리 호들갑이야 조군?"
 
되려 막시민에게 허를 찔리고 만 조슈아는 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조슈아 마저 막시민에게 말재간으로 상대가 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보리스는 묵묵히 자신의 몫으로 놓인 음식들을 해치우고 있었고 루시안은 막시민을 향한 동경에 가까운 시선을 아직까지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조슈아는 시큰둥해져서 엄지와 검지로 포크를 들어 접시에 차려진 소지를 있는 힘껏 찍었다. 그제서야 루시안은 한 해를 잘 보냈다는 축하의 의미를
위해 모인 자리의 분위기가 축 쳐지려 하는 걸 눈치챘다.
 
"그나저나 란지에는 우리가 싫은 걸까. 보리스, 너랑은 친한 사이 아니었어?"
 
루시안은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곧장 내뱉었다. 갑작스레 루시안의 말을 받아줘야할 처지에 놓인 보리스는 입에 넣은 음식을
꼭꼭 씹어 삼킨 뒤 나지막이 말했다.
 
"일이 있다는 걸 억지로 붙들 수도 없잖아"
 
그와 동시에 보리스는 막시민의 동태를 살폈다. 막시민의 공격성이 유감 없이 드러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언사를 함부로 했다간
막시민에게 물어뜯길지 모를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보리스는 몇분이 지나도록 막시민을 흘겨보았고 막시민이 조는 기색을 보이고 나서야
안심하려 했다.
 
"....란지에, 그 녀석은 왜 그렇게 붙임성이 없는 거냐? 뭐만 하자고 하면 꽁무니를 빼는 게 한두번이어야지"
 
막시민은 고개를 까딱이려 하면서도 돌연 고개를 빳빳이 세워 잠기운을 떨쳐내어 버렸다. 방금 말은 딱히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에게 묻는 말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란지에와 면식이 있는 보리스가 듣기에 부담스런 말이라는 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보리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루시안은 자신이 주제를 잘못 선택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주제를 꺼내기엔 너무나도 늦었다. 보리스는 란지에를 위한 변명이라도 할 셈인지 제법 길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자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보리스가 입을 열려던 찰나 루시안이 먼저 선수를 쳤다. 루시안의 말은 이 주제와 동떨어져 있던 조슈아의 관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우린 벌써 여러 번 기회를 줬어. 그걸 다 거절했다는 건 우리와 친해지고 싶단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거라고"
 
"난 루시안의 의견에 찬성이야"
 
"...뭐?"
 
"안 그래도 예전부터 신경이 쓰이긴 했어. 하지만 뭐랄까.. 느낌이 좋지 않아서 말하기를 꺼렸었는데, 이번엔 좀 용기를 내봐야 겠어"
 
"네가 말하는 좋지 않은 느낌이란 게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조슈아의 범상치 않은 재능에 숱하게 시달린 막시민이다 보니 그런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조슈아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막군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막시민은 혀를 한번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맘대로 하는 건 좋은데 난 그 자리에 낄 생각은 없다. 당분간은 퍼질러 자는데 집중할 거니까"
 
막시민이 일어선 후 보리스와 조슈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시안만이 혼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망상을 늘어놓고 있었다. 보리스가 어깨를
툭 칠 때 까지 루시안은 망상의 크기를 한없이 부풀리고 있었다.
 
"보리스, 이제와서 묻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란지에는 어떤 녀석이야?"
 
계산을 마치고 바깥 바람을 쐬고 있던 보리스에게 루시안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굳이 성의를 담아서 말할 필요까지는 없는 질문이었지만 보리스는 과거의 기억까지 더듬어 가면서 란지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의했다. 하지만 그 정의를 곧이 곧대로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보리스는 란지에가
루시안에게 괜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많이 우회시켜서 말을 꺼냈다.
 
"많이 달라. 너와 막시민 그리고 조슈아, 심지어는 나 조차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루시안은 보리스의 말에 매우 흥미가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리스가 가늠할 수 없는 상대라면 대체 얼마나 독특해야 하는 것일까.
....
 
"어떻게 할 생각이야"
 
보리스와 란지에가 단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리스가 먼저 란지에에게 물었다. 란지에는 방금 전 상황을 돌이켜 보면서 체념에 가까운 미소를
흘렸다.
 
"소공작이 직접 와서 부탁하기까지 했으니 거절하긴 힘들겠지. 그리고 너무 이 공동체에 섞이려 들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겠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이 방 안에는 조슈아가 있었다. 그리고 란지에는 조슈아에게 도토리 빌라의 일원으로서 이번에 마련한
송년회에 꼭 참석해 달라는 청을 받았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보리스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란지에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에게 다른 뜻이 있다는 걸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선 벽에 기대고 있는 보리스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보리스, 넌 내가 왜 네냐플까지 왔는지 여태껏 묻지 않았어"
 
보리스는 란지에가 네냐플에 온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란지에를 배려해 그 이유를 묻지 않고 있었다.
 
"...."
 
"..너한테도 말해주는 게 좋겠지"
 
란지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 동안 자신이 해왔던 일들을 차분히 얘기했다. 그 과정엔 어떤 주관적인 감정의 개입 없이 객관적인 사실만이 있을
뿐이었다. 보리스는 크게 놀라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으나 동공이 살짝 흔들리는 것으로 감정의 동요를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란지에가 벌인 일들은 하나 같이 현재 체재를 붕괴시킬 만한 위험천만한 일들 뿐이었고 개중엔 방금 얼굴을 마주치기까지 한 조슈아의 암살
계획까지 었었다. 란지에의 신념이 무엇인지 잘 일고 있으면서도 놀라울 수 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그다지 놀라지 않는구나"
 
"이번 송년회에 참여한다는 것도 설마..."
 
"아니, 그럴 일은 없어. 난 어디까지나 이 곳에 휴양을 목적으로 온 거니까. 하지만... 소공작, 조슈아에게 사실을 말하는 게 좋겠어"
 
"그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보리스는 감정의 동요를 뒤로 한 채 침착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란지에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 스승이자 후원자는 날 구하기 위해서 미래를 타협했어. 나 혼자서 아무 것도 지지 않을 순 없어"
 
란지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마 동질감 비슷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보리스여서 그랬지 다른 사람 앞이었으면 절대로 보이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란지에는 엷은 웃음을 띄여 말했다.
 
"내 편이 되어달란 말은 하지 않겠어. 그래도 내일 송년회는 참석해 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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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죽이기 용으로 쓴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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