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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표리부동
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 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병률, 고양이 감정의 쓸모
한 서점 직원이 한 시인을 사랑하였다
그에게 밥을 지어 곯은 배를 채워주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살아지겠다 싶었다
바닷가 마을 그의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꿈처럼 가만히 두드리기도 하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를 문장으로 스치다가도 눈물이 나
그가 아니면 안 되겠다 하였다
사랑하였다
무의미였다
이향, 입술
오래된 석류나무를 옮겨 심었을 때
뿌리는 뿌리대로
꽃은 꽃대로 멀리 둘러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마주했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등돌렸으면
어느 한순간 저토록 짙어져버렸을까
너를 붉게 했던 것은 무엇인지
나를 검게 핬던 것은 무엇인지
한 몸 안에서
아직 닿은 적 없는
김성규, 절망
꽃들은 왜 하늘을 향해 피는가
그리고 왜 지상에서 죽어가는가
이산하, 사랑
망치가 못을 친다
못도 똑같은 힘으로
망치를 친다
나는
벽을 치며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