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 문득 떠오른 옛날 이야기.
아직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내가 음성 키보드를 사 주었다.
전원을 켜고 끌 때 인사도 건네는 모델이라, 딸은 몹시 기뻐했었다.
일을 마치고 지쳐 돌아온 내 앞에 들고와, 일부러 같이 놀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는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이윽고 몇달이 지나자, 그 키보드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그 키보드는 내가 벽장 안에 넣어놓았는데, 다음날 아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저거 망가진 거 같아. 전원도 안 넣었는데 가끔씩 "바이바이.",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까.]
벽장 안에 넣으면서 고장이 났는지, 전원이 꺼질 때 나오는 바이바이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딸도 엄청 겁에 질려서, 벽장 가까이로 가려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휴일, 가족끼리 만찬을 즐기고 있는데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내 귀에도 확실히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런지, 딸은 그만 울고 말았다.
아내가 된통 화를 내는 바람에, 나는 공구를 꺼내왔다.
벽장에서 키보드를 꺼내, 스피커 부분을 망치로 때려부숴 기능 자체를 파괴해버렸다.
그 후 타지 않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 방 구석에 놓아뒀다가 며칠 뒤 쓰레기 버리는 날 내다버렸다.
산산조각을 낸 뒤,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 라고 딸을 달래줘서 아버지로의 위엄은 지켰다.
하지만 내가 키보드를 산산조각 낸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처음 드라이버로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뽑았는데...
그 직후 [바이바이.] 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환청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딸이 성인이 된 지금도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내가 공포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때려부쉈다는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