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짜리 우리 딸 애가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갖고 싶은 것을 편지에 써 창가에 뒀다. 남편이랑 몰래 그 편지를 살짝 뜯어 봤더니 이렇게 써 있었다. 「산타할아버지, 우리 아빠 암이 낫는 약을 주세요! 제발.」 남편과 얼굴을 마주보며 쓰게 웃어 넘겼지만 나는 점점 슬퍼져 조금 훌쩍거렸다구w 어젯밤, 잠든 딸의 머리맡에 남편은 딸이 좋아하는 프리큐어 캐릭터 인형과 함께 보통 가루약 봉투에「암이 낫는 약」이라고 적은걸 뒀다. 아침에 일어난 딸은 프리큐어 인형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약 때문에 더 기뻐하며 「꺄악!」하고 즐거운 비명을 울렸다. 급히 아침 식사 중이던 남편한테 우당탕 달려가서 「있잖아! 산타할아버지가 아빠 암이 낫는 약 주고 가셨어! 빨리 마셔 봐!」 하며 남편에게 약을 먹였다. 남편이 「오!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하자 딸이「아아~ 다행이다∼. 이제 아빠랑 다시 산에도 가고 동물원도 놀러가고 운동회도 참가할 수 있겠네∼」……라고. 남편의 얼굴이 슬픔에 일그러지더니 결국「웃, 우흑 」하고 울어버렸다. 나도 따라 울 뻔 했지만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된장국을 억지로 삼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남편은 딸에게 「약기운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거야」라고 변명했다. 딸이 프리큐어 인형을 가지고 옆집에 놀러 간 후에 남편이「내년부터는 당신이 산타야……. 잘 부탁해」라고 해 이제껏 참았던 눈물샘이 툭 터져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