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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아르센 벵거
게시물ID : freeboard_796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주령발령
추천 : 0
조회수 : 3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30 19:56:38

병실의 아르센 벵거

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라 참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몇일동안 입원하는 동안 
별난 사람들에 적어 보고자한다.

최악의 크리스마스 당일 나는 이 병원으로 입원하게 되었는데 
배정받은 병실은 가히 AC밀란에 버금가는 노인정 수준이였다.
뭐 그러려니 하고 되려 말 시키지는 않겠지 하고
나름 위로를 해보았으나,
역시나 내 삶은 내 생각대로 돌아가진 않았다.

입원 첫날부터 8시부터 실내 소등과 더불어 가히 젊은 나에겐 요양원 수준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도 방장인 왕고 할아버지가 새벽 5시부터 실내 점등 및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돌아가신 할머님이 자주 말씀하시던 '늙으면 새벽 잠이 없어' 라는 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역시 옛말이 틀린게 없어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달아다버린 잠을 다시 청하기에도 애매하여서 담배나 필 겸
1층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입고 건물 밖으로 나가던 중 

해외축구를 열심히 보시는 은발이 희끗희끗하고 키가 무척이나 큰 
마치 아스날의 아르셴 벵거를 연상케 하는 한 할아버님이 
열심히 리버풀 대 스완지 전을 열심히 시청하고 계셨다.

마치 주먹을 꽉 쥐고 열심히 축구를 시청 중인 할아버님을 보며

'와... 축구를 되게 좋아하시나 보다' 라고 생각하며

담배피러 나가는데

그때쯤 리버풀의 아담랠라나의 선제골이 터졌고 
할아버님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셨다.

아... 콥이신가....

뭐 스완지정도면 리버풀이 클래스가 있으니까 편하게 이기겠지 라면서
피식 웃으면서 돌아서서 담배피러 나갔다.

흡연자들은 잘 알겠지만, 아침에 피는 담배는 정말 안빨린다.
그래서 그냥 반도 못피고 털어내고 다시 들어가는데
스완지쪽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벵거 할아버지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일어섰는데
너무 좋아하시는거였다.

어? 왜지? 하고 있는 찰나

벵거 할아버지는 옆에 계신 다른 할아버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이거 이겨야되 스완지가 이겨야되'

아.... 
아..... 그렇다...벵거 할아버지 불끈 쥔 주먹에는 토토 용지가 쥐어져있었고

벵거 할아버지는역배당이였다.

역.배.당

하지만 할아버지의 바램과 달리 경기는 4대1로 리버풀의 승리로 끝났고

점심시간때 담배피러 나왔을때 본 벵거할아버지를 보았을땐

허리케인의 죠의 마지막처럼 

정말 하얗게 불태운 채로 앉아서 담배를 쓸쓸히 피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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