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이 이날 준비한 8쪽짜리 퇴임사 곳곳에는 아쉬움과 검찰을 향한 세간의 시선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났다. 4개의 격언과 시를 인용해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김 총장은 정의에 대한 만용을 경계하라는 당부와 함께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의 시를 소개했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過乎仁 不失爲君子 過乎義 則流而入於忍人 故仁可過也 義不可過也)’는 문구다.
김 총장은 “수사에 있어서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나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범죄자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의를 지키고 인권을 옹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을 적폐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개혁이란 칼날을 들이대는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환부만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는 명심보감의 구절을 인용해 김 총장 스스로 바르게 처신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건도 사사로움 없이 정도를 걷고자 했고,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면 언젠가는 국민들도 신뢰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검찰총장직을 수행해왔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