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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땅사면 배앓이보다 박수
게시물ID : sisa_93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미54671;
추천 : 6/3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4/09/06 09:32:26
[당당한부자]"사촌 땅사면 배앓이보다 박수" 
제2부<1>'땅투기 외상.할부 보험' 3無고집 23년만에 60만원→수십억으로 
 
 
 
  특별취재팀   |  09/06 09:23  |  조회 1885  
 
◎ 부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잠실이나 분당, 일산 등에서 농사를 짓다가 `개발`붐으로 갑자기 수백억원대 갑부가 됐거나 로또에 당첨된 `졸부`, 부모가 부자여서 어쩔 수 없이 부자가 된 `따라서 부자`, 친일이나 정격유착, 뇌물 등으로 돈을 모은 `탁부(濁富)`. 이런 부자들 때문에 부(富)를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부자 가운데 절대다수는 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쓰지 못하고 돈을 번 `당당한 부자`들이다. `당당한 부자`시리즈 2부에서는 피땀 흘려 떳떳하게 벌어 당당하게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부자들을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당당한 부자`가 소개될 때마다 부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편집자>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지 말고 칭찬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번 사람이 대접받고 우러러보이는 사회가 돼야 모두가 더 잘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방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동대문에서 23년 동안 화장품 소매업을 하고 있는 L사장(50)은 “부자들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돈을 모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놀고 쓰는데 힘쓰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무일푼으로 낯선 서울에서 25년 가량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만큼 돈을 번데서 나온 것. L 사장은 군대를 제대한 뒤 청계천에 있는 공구점의 점원으로 들어가 ‘장사’를 배웠다. “언젠가 신문에서 ‘대만의 공고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갈 때 번듯한 큰 회사보다는 철물점을 택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월급쟁이보다는 자기 회사를 가져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실용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사업을 하기 위해 장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촌이 땅사면 배 아파하지 말고 박수를 쳐라..나는 이렇게 점원에서 사장됐다"

 점원 생활을 한지 1년쯤 지난 뒤 그에게 ‘독립’할 기회가 찾아왔다. 아는 사람이 화장품 대리점권을 땄는데 가게를 내서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한 것. 그는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하는 망설임을 이겨내고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창업자금은 점원 생활하면서 번 돈 60여만원이 전부였다. “당시 월급이 7만원이었는데, 사장이 2만원만 주고 나머지 5만원은 강제적으로 적금을 들어놓았다. 적금을 털고, 20평 가게의 한 구석에 1.5평을 세로 얻어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그의 서울 생활은 그렇게 어려움과 설움으로 시작됐다. “2만원으로 한 달 사는 것은 고역이었다. 담배 사고 소주 몇 잔 먹으면 남는 게 없었다. 자연히 친구 만나는 게 줄어들었다. 어떤 때는 돈이 떨어져 청계천에서 이문동까지 걸어서 출퇴근할 때도 적지 않았다.” “셋방살이 가게를 하면서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선 채로 후딱 밥을 먹고 일을 했다. ‘3000만의 오락’으로 통하는 ‘고스톱’을 치지 않으며, 술을 좋아하지만 3차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L사장이 그렇게 ‘독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5년, 10년 뒤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 “‘셋방의 셋방’에서 벗어나 어엿한 내 가게(비록 셋방이지만)를 마련하고, 한발 나아가 내 소유 가게를 갖는 꿈을 한번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그는 점포를 3개 갖고 있으며, 그중 하나는 셋방이 아닌 자가 소유다. 

60만원으로 남의 가게에서 더부살이 창업..서서 밥먹으면서 일에 몰두

 하지만 그에겐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남아있다. “서울 시내에서 3층짜리 빌딩을 사 화장품과 미용실 및 피부관리실 등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사업을 하는 게” 그것. 3층 빌딩을 사고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50억원 안팎의 돈이 들어간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는 “그런 사업을 할 정도의 준비는 끝냈다”고 밝혔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까? 그는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가까운 동대문에서 계속 살다가 외동아들이 경복고를 들어갈 수 있도록 종로구 신교동으로 옮긴 게 전부다. 비결은 땀 흘려 돈을 벌고, 그 돈을 은행 예,적금과 투자신탁회사의 채권형 펀드에 넣어둔 것. 그는 “부동산 투자를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모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벌면 돈의 가치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오로지 노력해서 일한만큼 벌자고 생각했다. 한참 일할 때는 부동산 투자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양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T셔츠에 편안한 바지 차림으로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기 위해서다. “매장이 3개 있는데, 가끔 직원과 함께 매장 유리창을 함께 닦는다. 사장이 함께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직원은 물론 주위 상가 및 고객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사장이라고 늦게 출근해서 골프 치러 다니면서 사무실을 자주 비우면 사업에 구멍이 뚫리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보통사람밖에 못된다..부동산 투기 안해도 부자되는 길 많아

 그는 ‘평범하게 생각하고 평범하게 살면 보통사람밖에 못된다.’는 말을 외동아들에게 자주하고 그대로 실천한다. 화장품 대금을 매월 말일 전날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현찰로 100원 단위까지 모두 결제해주는 게 그 중의 하나. “미수를 깔아놓고 대금 결제도 늦추면 나는 좋을지 몰라도 상대방이 불만이다. 나와 상대가 함께 잘 살아야지, 나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결혼하면서 부인에게 2가지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아직도 실천하고 있다. 없으면 굶을지언정 외상과 할부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과 보험에 가입하지 말라는 게 그것. 집안 사람이 아들 명의로 7만원 입금시킨 보험증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도 마음이 아팠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가입하면 봇물 터지듯 들어야 한다. 보험은 인플레이션 헤지를 하지 못한다. 그 돈이 있으면 내가 직접 사업하는데 투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L사장은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실하게 열심히 실행하면 많고 적거나, 쉽고 어려운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돈을 벌 수 있게 돼 있다.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부자의 가치가 달라진다. 나보다 힘든 사람을 위해 번 돈을 쓰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 그는 “아직 이뤄야 할 꿈이 남아있어 남을 위해 돈을 쓰지 못하지만 그것을 이룬 뒤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수성가 부자이면서도 돈 있는 티를 내지 않고 남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사는 그는 `당당한 부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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