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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혼자3
게시물ID : gomin_1305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널소유하겠어
추천 : 0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31 22:49:40

누군가는 말했다.
그렇게 기나긴 싸움을 할 바에야 승패를 가리지 말고 휴전을 하라고.
어떻게보면 다음번에 또 다시 싸움이 일어날 여지를 만들어 놓는 것이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니까.
그렇게 승패를 가리고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 전에 그만두라는 말이었을까?

솔직하게 나도 그러고 싶었다.
이 싸움이 너무나도 무의미했으니까.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싸우면서 승패를 가리고, 우위를 가리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이기고 싶었다.

항상 꼴깝 떨지말고 내 말 들으라고 말하던 그 사람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싸우고 싸웠지만 여전히 승패는 가리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건 그러한 착오 덕분에 누군가가 말했던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네가 만 원 벌면 4천원은 쓰고, 6천원은 아껴야해."
"넌 도대체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하는 이유가 뭐냐? 그게 돈되냐?"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네가 능력이 없으니 돈을 벌어야지."

그는 모순된 시대에서 번듯하게 배우지 못해 열심히 돈 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그 시대를 알아갈 수록 그들에 대한 이해심은 더욱 깊어졌고,
이러한 연민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그사람 말처럼 아무 것도 없는 쥐뿔도 없는 병신이니까 돈이라도 벌어야 하나?
그러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고, 결국 나는 어느 공장에 취직하는데 성공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오후 3시에 끝나 급여도 꽤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2주일 나가고 나서 몸이 너무나도 힘들었고, 도저히 이러한 생활은 나와 맞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렇게 돈버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

술기운에 빌려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보면 때로는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화가난다.

흰머리가 나고, 몸은 늙었지, 임금은 10여년 전과 달라질 바 없지.
물가는 미치도록 솟지. 기업들은 삥땅치지. 암것도 모르는 아빠같은 사람들은 속아서 돈버리지.

IMF 누구나 다 겪었고, 생계의 위협을 받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때 당시 목수가 받는 임금과 현재 받는 임금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면 믿을 것인가?
나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어쩔 수 없잖아."

지랄....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왜 늘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는가?
어쩔 수 없었다면, 내가 먹고살기위해 남의것을 훔치고 다녀도 된다.
아니 나도 살아야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는 늘 후회하지 말고 지금 좀 하라고 말한다.
자기가 벼랑끝에 서있으니까 조급함이 드는 것은 알겠으나,
그러한 조급함을 왜 나한테까지 들이밀어야하는지 살짝 짜증이 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이냐고 물으면, 그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의 삶은 모순이었고, 늘 후회하고 있을 테니까.
고작 말해봐야 돈을 버는 것. 직장에 취직하고, 안정된 수입을 거두는 것.
옛날부터 "남들처럼 양복입고 번듯한 책상에서 일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나의 삶을 무난한 학업이후, 취직하는 루트를 정해놓아버린 것.
그것에 대한 지적을 해줘도 그건 내가 틀렸단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선 꽉막힌 어른들하곤 이야기하기 싫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꿈꾼다.
그러한 이상은 '헛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관론자들은 주위의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고 혀를 두른다.
오히려 현실에 타협한 자기가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그래놓고 정작 본인은 힘들다고 한숨이나 쉬고 있을테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왜 세상을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가?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힘들게 만든다면, 이 가족이라는 이름을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갓난 아이를 버리는 못난 부모는 잘못됐고, 그래선 안된다.
하지만 늙은 부모를 버리는 자식의 행동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분명 잘못이긴 하다.

무엇보다도 미성숙한 가치관을 지닌 아이들에게서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부모를 버릴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늙은 부모를 버리는 자식은 패륜아지만,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를 버리는 자식은 용감한 아이다.

우리는 왜 그런 '관계형성'덕분에 피해를 봐야하는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린 어쩔 수 없이 이끌리고 돕거나 참여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에 함꼐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러한 '관계'들로부터 떨쳐내지 못한다.
분명히 그로부터 이득이 있으리라 우린 믿어 의심치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그런 관계는 손해가 훨씬 많다.
친구와 쓸모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에너지를 낭비할 바에, 나를 위한 시간을 쏟고,
괜히 정의로워지려고 나서는 행위도 불필요한 낭비고,
그냥 조용히 있으며, 사람들은 관찰하는 입장에서 딱 그정도면 좋다.
필요한 관계가 아니라면, 그냥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것.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분명히 필요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독한 사람이 아니다. 아빠 또한 그렇고.
그렇게 닮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수없이 반항하고 집도 나와보고 혼자 개털이 신세도 되어보고,
돈모아서 몇백만원 흥청망청 써보기도 했고, 그냥 닥치는 대로 다 해봤다.

그러면서도 나의 무의식적인 심리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찾고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막연한 짜증과 분노 그리고 회의감과 공허함이 드는 이유는, 행복하고 싶다는 욕구이기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행복 그게 뭐라고 사람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일전에 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고통이란 건 내가 고통스럽다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거라고.

나는 단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고통스럽냐는 질문에 그들은 엉뚱한 대답이나 할 것이다.
뭐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으니 그렇다 치자.

내가 지금 가장 짜증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사람이 모진 상처를 주었고, 그러한 흉터가 몸 곳곳에 남아있는데,
이제는 그 흉터를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으로 갚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기자신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다.
용서를 구한다고 용서를 받은 것이 아닌데, 그는 그러한 행동으로 정당성을 부여한다.

나는 패륜아고, 부모를 욕하는 상스러운 놈이다.
하고싶은 말도 많고 욕도 쓰고싶고, 이러한 원인에 대해서도 더쓰고싶다.

유일하게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면,
과연 이런 행동이 내 삶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을까?
나를 고통으로부터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돈? 권위? 그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그것들 보다는 더 작은 아주 소소한 가치를 좋아한다.
왜냐면 예전에 그런 소소한 것들을 무시했기에 큰 착오를 겪었기 떄문이다.

작은 잎새가 열리는 과정을 무시하고, 나는 그 잎새를 짖밟아버렸다.
그 결과 찢겨지고 버려진 채 썩어 문드러졌다.
그것은 내 인생과도 같았다. 나는 나를 무시했고, 나를 스스로 짖밟았다.
만약 더 일찍 그것들에 대해 알았더라면, 누군가 더 일찍 내게 그러한 것들이 잘못이라고 말해줬다면,
나는 지금보다 덜 고통스럽진 않았을까?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따질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건, 그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을 보자면 그 사람 역시 작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유일한 것이었는데 바로 동전을 모으는 행동이었다.
그냥 저금하느라고 별 의미없이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은 가치가 큰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기에...

하... 그냥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와 관계형성을 하고, 아부떨고 청승맞게 웃고 지랄발광하며 술마시고,
친구들도 만나고 소개팅도 하고 연인도 만들고,
뭐 삶의 소소함이고 뭐 지극히 당연한 사람들의 행동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어떤 것도 짜증난다.
언젠간 바뀌겠지, 그때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도 찾았을 것이고.

참 정말 아이러니한 일들은 수없이 일어난다.
술취해서 떼정부리는 아빠가 들고 온 콜라 문구가 '사랑해'라고 쓰여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한 심경이 드는 걸까?

어느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정답인지 아닌지 찾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애매하다고... 그래서 너무나도 아이러니하다고...

나도 진짜 행복해지고 싶다.
혼자가 되니까, 너무나도 슬픈데
혼자가 되어서 너무나도 기쁘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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