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번 공게에 글을 쓴적이 있었는데 간만에 읽어보니 허접하네요 ㅋ
사실 공게에 글을 쓸만한 사건을 실제로 겪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십여년 만에 신기한 일을 겪게 되어 글로 남겨봅니다.
터주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전 잘 몰랐는데 각 건물이나 땅 마다 나무나 구렁이 같은 생명체에
그 자리의 영적인 주인같은 것이 깃들어있는 뭐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가게를 시작하려고 터를 알아보실 무렵에 50평이 넘는 지하1층이 말도안되게 저렴한 가격에 나와있어서
가봤더니 화재로 불타 폐허가 된 지 5~6년째 된 곳이었는데 건물 뒷편에 꽤나 넓은 주차공간이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원래 불난 곳에서 가게를 시작하면 대박이 난다는 풍문이 있다고 했다는데 전 처음 들었지만 소문은 사실인듯 합니다.
가게가 대박이나서 집을 장만했거든요 ㅋ
아 이야기가 샜네요 ㅋ 그 건물이 4층짜리인데 그래도 1~4층은 꽤나 잘나가는 점포들이 많습니다. 그 점포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건물 뒤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그 주차장 한켠에 크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나무가 한그루 있었습니다.
그 나무가 제법 잔가지가 많고 잎이 풍성해서 새들도 자주 앉아서 지저귀거나 하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근데 주차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그 나무의 위치가 애매한 곳에 있다보니 그 나무를
베어버리면 차가 2대정도는 더 주차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1층에 배달음식점이 있었는데 소형차를 쓰는
주인입장에서 그 나무가 없으면 딱 본인만 쓸수있을만큼 적당한 주차공간이 점포 뒷문앞에 딱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어머니가 미신이나 그런 것에 좀 예민하신 분이었는데
건물 세입자들이 모여서 그 나무를 베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혼자 반대를 하셨다고 하네요
되려 저희 집만 차가 없어서 뒷편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있었는데
세입자들이 주차장도 안쓰시면서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서 걍 진행을 했답니다.
근데 나무를 베고나서 우연치고는 너무 거짓말 처럼
10일 정도 뒤에 사고가 나서 배달업체가 영업정지에 걸렸습니다.
단체 주문을 받았는데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해서 기관에서 위생뭐시기 점검을 왔다가 털렸나보더라구요
영업정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업계 소문때문에 가게가 문을 닫았고 다른 가게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 새로온 가게도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았고
1층의 다른 점포인 꽃집은 그날 이후로 우연인지 모르게 동네에 바가지 씌우는 집이라는 소문이 났습니다
저희 가게는 뭐 그냥 현상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되고 3년 정도가 지나 저희도 이제 가게를 슬슬 정리해야할 때가 되었는데
가게가 잘 매매되게 하기 위해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작게 굿 비슷한걸 하기로 하였습니다.
근데 굿을 하시는 무당이 어느정도 진행하고 나서는
계속 아이고 앉을 자리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거였습니다.
그때부터 또 신기하게도 제가 계속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겁니다.
전 항상 담배를 뒷편 주차장에서 피우는 편이라 굳이 나가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돈들여 굿하는데 중간에 담배피러 나가기도 그렇고 여튼 그렇게 굿을 끝냈는데
미쳐버릴 노릇인지 그날부터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한 3일동안 왜이렇지 원인이 뭐지 머리만 싸매고 앉아있는데 문득 앉을자리가 없다는 그 말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리고 잘라버려서 밑둥만 남은 그 나무가 문득 떠오르는 거였습니다.
어머니께 이 얘기를 하고 다시 그 무당을 찾아가서 사실 3년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터주가 앉아있던 자리를 내쳤으니 건물이 안무너진게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터주가 그래도 얄궂은 분이 아니라서 그냥 거지꼴로 집터를 헤매고 있다고 하더군요
굿을 다시 할 수는 없고 음식을 푸짐하게 한상 차려서 가게에서 밥을 먹으라고 하길래
잔치상을 차리듯 준비해서 가게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음식을 담아서 그 나무앞에 갖다놓기로 하여 어머니가 직접 음식을 담아서
주차장으로 걸어나가시는데
제가 그 어머니 뒷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너무 서럽고 슬퍼서 펑펑 울었습니다.
(이건 진짜 지금도 신기하네요 영문을 도통 모르겠는데 서러움이 갑자기 복받치는 경험이...)
어머니도 나무를 베고나서 처음 그 자리에 가보았는데
나무 밑둥에 대못이 2~30개가 박혀있었다고 하네요 아마 어디서 뭘 보고서 해놓은 미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였는지 뭔지도 모르게 어머니도 그걸보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밥을 먹고 쉬고있는데 어머니 친구분께서 어인일로 꽃화분을 작은걸 하나 사서 들고 오셨습니다.
왠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지나가다 예뻐서 하나 사서 오고싶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너무 신기한게 그러고 나서 며칠후에 그 잘린 나무 앞에 꽃이 몇송이 피었어요 진짜 신기했습니다.
아 끝을 어떻게 맺어야되지 ㅋㅋㅋ
근데 중요한건 그겁니다. 이 터주라는 분이 이 건물에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어머니 밖에 없다는 이유로
가게를 안팔리게 한대요 어머니를 안놔주신다고ㅋㅋㅋㅋㅋ 가게가 몇달째 안나갑니다.
자기의 존재를 알아봐주고 음식을 차려주는게 너무 고마운데 놔주지는 않는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이...
터주님 장사 잘되게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저희좀 놔주세요 ㅠㅠ
아 근데 공게글인데 안무서운데 어쩌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