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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형 - 여기에 명랑한 유리병이 있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93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로
추천 : 1
조회수 : 43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0/21 22:11:37


여기에 명랑한 유리병이 있습니다 - 권현형



여자는 유리로 손목을 긋는 고통을 지나왔다 

 

교차에 의해 승인되고

구겨지는 생의 질감들

여자와 새

새와 미농지

 

에이즈에 걸린 스물넷 여자는

네 살 딸아이가 무슨 약이냐고 물으면

건강에 좋은 약이라고 귓볼에 속삭인다

대답 대신 비눗방울을 호 불어준다

 

투명한 유리병의 심부는 고통으로 가득차서

눈앞에서 산산조각 날 때가 있다

카메라 앞에서 활짝, 우기雨期의 우산살처럼

웃음을 펼쳐 보이는 녹슨 잇몸

 

그냥 얼룩, 한 숟가락, 한 줄기

동백꽃과 함께 툭 떨어진 모녀의 한 컷

여기에 명랑한 유리병이 있습니다




저도 오유 가입 후 초반에 거의 책게에서 활동했던 것 같은데 

다른 게시판들 순행하느랴 책게는 잠시 뒷전에 밀어놓았던 것 같네요. 

베오베 글 보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번씩 시를 올리고 시의 의미에 대해

책게 여러분들고 토론하는 재미가 참 쏠쏠했어서 오늘도 시 한편 들고 왔습니다.


이 시는 웹진 시인광장에서 본 시인데요. 유리로 손목을 긋는 고통은 죽음의 고통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동시에 유리를 팔목에 그어 핏물을 내는 이미지에서 '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아래의 문구 '교차에 의한 승인'에 의해 삶과 죽음이라는 것은 결국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미농지'라는 것은 '닥나무 껍질로 만든  질기고 얇은 종이의 하나묵지()를 받치고 글씨를 쓰거나 장지문 

따위에 바르는 데에 쓰는 종이로, 일본 기후 (미노(지방의 특산물인 데서 생긴 이름이다.' 으로 

살짝 투명해서 겹쳐서 보면 아래가 보이는 종이라고 합니다. 


쓰다보니 간단하게 제 생각만 말하면 되는 게 너무 길어졌네요. 전 이쯤에서 줄이고 혹 다른 생각이 있으신 분이

댓글 적어주시면 댓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참 아름다운 언어로 짜여진 시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이 시가 들어있는 권현형 씨의 시집 '포옹의 방식'. 오랜만에 시집이나 사러 나가봐야겠네요.



+ 시집은 굉장히 쌉니다. 몇 해 동안 다른 책들의 가격이 올라가는 동안 시집만큼은 제 가격을 유지했습니다.

어느 출판사였던가요. 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며 시집 가격을 만 원 이상으로 책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에 찬성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소설가든 시인이든 전업을 글쓰기로 하며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책게에 오유분들이 요즘 많이 유입되시니 이런 말 새삼스럽고 쓸데없는

홍보글로 보이더라도 한 번 쓰고 싶었습니다. 한국 시집이나 소설집 많이 사랑해주세요. 표지는 별로 예쁘지 않지만

속 알맹이는 꽉꽉 차 참 예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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