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인생 포기했다..그냥 선고해달라"(종합)
[연합뉴스 2004-09-06 17:18]
"살인 멈출 생각 없었다..다음재판 안나오겠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김상희기자=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연쇄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4)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 찬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을 시인한 뒤 "오늘 재판 을 마지막으로 그냥 판결을 선고해달라. 인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언론에서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선 살인을 시작하는 단계였다"고 했고 검찰이 "잡히지 않았다면 수첩에 100명 정도 찰 때까지 계속 살인 을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는데"라고 묻자 "(살인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검찰 신문중 피해자의 신원과 범행 날짜, 방법 등 세부사항에 대해 차분 하게 자신이 적어온 메모지와 대조하며 바로잡는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유씨는 "피해자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수사과정에서 진술했는 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렇지 않다. 기회와 방법이 없었을 뿐 죄 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약간의 심경 변화를 드러냈다
일반 수의가 아닌 검은색 반소매 면 셔츠와 바지 차림에 수갑을 찬 유씨는 짙은 눈썹에 머리와 수염까지 길러 초췌했다.
유씨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자백해 수사가 가능했고 피고인은 공소외 5건의 살인사건도 스스로 밝혔다"며 "이는 피고인이 자신의 죄를 있는 그대로 드러 내며 반성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씨는 변호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냥 판결을 선고해달라. 인생을 포기했다. 다음 기일에 법정출석을 거부하겠다"고 말했으나 재 판장은 "돌아가서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라"며 돌려보냈다.
재판 후 유씨는 방청석을 향해 돌아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기회가 되면 사죄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417호 법정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10여명의 교도대원들이 대 기했고 법원은 2층과 4층에 검문대를 설치하며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유씨는 재판 첫머리에 재판장이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유리한 진술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피고인의 권리를 설명하자 "한가지 증거만 나오면 자백했 다는 보도가 나와 안타까웠다"며 나름대로의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유씨는 부유층 노인 연쇄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신었던 신발의 족적을 거실에 남긴 데다 제품 상자를 집안에 보관하는 등 허점을 드러내 꼬 리가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 재판은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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