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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사서 듣는 이유
게시물ID : music_938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얍테
추천 : 14
조회수 : 59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4/06/19 00:17:04
  뭐 사실 요즘 음반을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나는 이상할치만큼 음반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뭐 딱히 고 음질의 음악만을 들어야 한다거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어서 무손실로만 들어야 한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니다. 뭐 남들이 비싸다고 하면 비쌀 수도 있는 30만원짜리 해드폰을 하나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이녀석으로 들으면 무손실이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듣는거나 그렇게 큰 차이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도 왜 내가 음반을 이렇게 계속 사고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곰곰히 생각 해 보니, 몇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떠올랐다.


  우선 음악을 '소유'한다는 그 자체가 좋다. 음악 파일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는 그런 개념의 소유가 아니라, 실존하는 물건으로써 음악 자체를 소유한다는 그 행위 자체가 좋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유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니 뭔가 집착이 강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은, 어쨋거나 나는 내 손으로 만지고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음반이라는 형태가 참 좋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음반따위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모두 소액으로 스트리밍으로 결제해서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 쯤이야 올드타입인 나도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음악을 소유한다는 그 즐거움을 요즘 아이들은 즐기기 어려운 것 같다. 게다가 싱글음반은 왜이렇게 유행하는지. 물론 싱글컷이라는 것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싱글컷이나 정규반이나 가격차이가 이천원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걸 진정한 싱글컷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요즘 아이돌 음반같은 경우에는, 한 음반 활동을 할 때, 여러장의 음반을 낸다거나, 표지를 다르게 내 모두 사게 하는 상술을 펼치고는 하는데, 이런 점도 음반을 소유한다는 그 의의를 무색하게 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음악을 내가 소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의 사진집을 사는 기분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로는, 그래도 나를 즐겁게 해준 음악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도 영화 한편 보는데 7000원 가량을 내는데,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만 오천원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한다니, 이것처럼 합리적인 쇼핑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런 합리적인 쇼핑이, 음악가에게 가장 마진이 많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니, 음악가에 대한 감사표시로라도 음반을 사서 듣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세번째는 장식이다. 뭐, 첫번째 이유랑 똑같다고 하면 똑같겠는데, 하나하나 책장에 꼽혀 쌓여가는 음반을 보면 이렇게 흐뭇한 광경이 있을까 싶다. 서재에 읽지도 않는 책을 가득 채워넣는 것과 비슷한 행위이리라. 왠지 내가 하나하나 모아온 것이 책장을 점점 채워나가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사실 처음에 음반을 사기 시작했을때는, 어쩌다보니 한장 구매하게 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제는 그만 사야지 싶어도 도무지 이놈의 수집욕을 참을 수가 없다. 점점 채워져가는 책장을 보면 기분이 좋아서 그런것도 한목 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요즘 음반 나오는 형태가 마음에 안든다. 음반을 모아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길쭉하게 튀어나와있다던지, 아에 별모양으로 음반케이스가 나온다던지, 이런 형식의 음반은 싫은걸 넘어서 짜증날 정도이다. 어디다 수납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통일성도 없어서 지멋데로 튀어나와있고... 하지만 이런 측면이 요즘 음반 시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차피 음반 사는 사람들은 소수의 매니아들이고, 그렇다면 음반의 사양을 빵빵하게 올려 팬들로 하여금 아이템으로 가질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나같은 수집가로써는 짜증 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음반시장이 불황인지 생각 해 보게 된다. 이제 정말 몇년 지나지 않으면, 음반은 사라지고 전부 디지털 음반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런 음반시장 풍토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아니겠는가.

   음반 사서 듣는 사람들이, 진귀한 것이 아니라, 조금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조그마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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