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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헬조선의 퇴마사 -9- 루시펠 강림
게시물ID : panic_93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고스7
추천 : 19
조회수 : 91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6/08 16: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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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군대 악령은 검붉은 오라를 뿜어내며 나와 최원장을 향해 다가왔다. 녀석을 막을 방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은 초고대의 악령. 예수 조차도 그를 몰아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 엄청난 악령이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죽여줄까? 목을 뜯어줄까? 팔을 뜯어줄까? 다 싫어? 그렇다면 심장을... 뽑아주지!”
 
땅을 박차고 박목사의 아내는 나에게로 달려왔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었다.
나의 몸은 놈의 영압에 짓눌려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절망, 경악. 그렇게 나의 죽음은 눈앞에 다가왔다.
 
푸욱!-
 
뒤이어 들려온 끔찍한 소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상하게도 고통은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도, 도망치게. 마전도사.”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최원장의 등이었다. 최원장이 내 앞을 가로막아 놈의 공격을 막아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를 다시 한번 경악케 만들었다.
 
“어리석은 것. 어차피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박목사의 아내는 최원장의 가슴 깊숙이까지 파고든 손을 뽑아냈다.
그녀의 손에는 최원장의 아직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 심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최원장은 피를 왈칵 토해냈다. 그리고 희미하게 떨리던 눈이 감았다.

그를 안지는 얼마 안됐지만, 이 탐욕스런 시대에 그와같이 선량한 의사또한 없을 것이다.
그는 양심에 따라 사는 사람이었고, 힘이 닫는데로 자신의 의술을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의 병원은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로 열악했지만, 언제나 찾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최원장은 그것으로 만족했고 그걸로 족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최원장은 그렇게 내 눈 앞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니코틴에 찌든 심장 따위 관심 없어.”
 
군대 악령은 최원장의 심장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저주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나는 분노했다. 이렇게 연약하고도 보잘 것 없는 나자신의 무력함에.
 
“야훼의 종놈. 특별히 들어주지. 말해봐라. 네 유언을.”
 
박목사의 아내는 내게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잠을 깨면 잊혀질 악몽과 같다.
그러나 잠은 깨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 이것이 나의 지옥.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틀렸다. 내게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설령 그것이 나의 영혼을 파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해야만 한다. 아니 반드시 하고 말 것이다!
 
“루시... 도와줘.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줄 테니.”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 외쳤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 지옥과 같은 성전을 울렸고 그것은 곧 ‘계약’이 되어 루시펠과 나를 하나로이었다.
 
“하아 이것도 운명이란 건가?”
 
루시펠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건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귀에 내 몸에 직접 들려온 생생한 육성이었다.
 
“이번 건 특별 서비스야. 내 개인적인 복수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대가는 받지 않겠어. 단지 한 가지만 약속해 줄래?”
 
루시펠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이미 알 고 있었다. 나는 이미 결심했다. 루시펠 그녀가 원하는 것을 해 주기로.
 
“천명... 천명을 죽여 주마. 약속한다.”
“좋아, 좋아 계약 성립. 그럼 나의 복수, 그리고 동업자 너의 복수 한몫에 해볼까?”
 
그리고 루시펠은 내 몸에 강림했다.
 
“뭐냐! 넌 뭐지?”
 
당황한 군대 악령이 말했다. 나는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이미 나의 몸은 루시펠의 제어하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최초의 타천사, 천군악장 루시펠의 힘을!
 
“나야, 나. 루시펠. 벌써 잊었어?”
 
나를 점령한 루시펠은 나의 입을 통해 말했다. 그리고 군대 악령이 빙의된 박목사의 아내는 허공으로 튕겨졌다.
 
“크아아아악!”
쾅!-
 
박목사의 아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수직으로 튕겨진 박목사의 아내는 성전 천장이 부딪힌 뒤 바닥에 처박혔다.
 
“크헉, 하아 하아- 어째서 무저갱의 깊숙이 봉인된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 군대 악령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루시펠은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놈을 향해 입술을 열었다.
 
“외출한 거야. 외출. 아주 화려한 외출이지. 아스트랄 바디가 없다 하더라도, 동업자가 있으면 이 정도야 껌이지.”
“그렇군. 그 인간이 바로 네놈의 화신 ‘안티 그리스도’인가?”
 
놈의 말에 나의 사고는 다시 한 번 정지했다.
안티 그리스도란 신약성경 요한의 서에 나오는 말세에 야훼를 대적할 인류의 지도자를 뜻한다.
신학 전공인 내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러한 존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니 어처구니 없을 따름이었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 사실 안티 그리스도는 누구나 될 수 있지 않아?”
 
루시펠은 당황에 어쩔 줄 모르는 나의 영혼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시펠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적을 향해 분노했다.
 
“그건 됐고. 이 빌어먹을 잡귀야. 감히 내 이름을 사칭해?"
 
루시펠은 입맛을 다셨다. 그의 분노에 나 영혼은 갈기갈기 짖기는 듯한 고통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뭐 그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어차피 우린 거짓말쟁이들이니까. 하지만, 나의 동업자를 죽이려 한 것은 절대 용서못해!”
 
루시펠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박목사의 아내의 곁으로 다가갔다. 박목사의 아내의 몸에 있는 수천의 악령들이 떨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악령은 태초에 야훼와 대적한 타천사. 전지전능이라 일컬어지는 야훼 조차도 그를 소멸시킬 수 없었다.
 
“자 이 꽉 깨물어. 한방에 죽으면 재미없으니까.”
 
루시펠은 나의 오른손을 제어해 박목사 아내의 턱, 아니 군대 악마의 본체에 직접 타격을 날렸다.
 
빠아아악!
 
뼈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성전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루시펠의 어퍼컷에 맞은 군대 악령은 단숨에 빙의가 해제되어 박목사 아내의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이런 근성 없는 녀석. 한 방도 못견 뎌?”
 
루시펠이 실망한 듯 말했다. 루시펠의 힘이 담긴 주먹을 맞은 박목사 아내의 머리는 수박처럼 터져버렸던 것이다.
 
“네놈들 곱게 지옥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마라.”
 
루시펠은 이를 갈았다. 군대 악령들은 절규했다. 수천의 악령들은 일체화를 해제시키고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마리도 성전을 벗어나지 못했다.
 
“컥 뭐냐? 나갈 수 없다!”
“아아악 결계야. 결계. 루시펠의 결계다!”
“오 악령중의 악령 루시펠님. 제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전 그저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악령들이 미친 듯 성전 안을 범람했다. 그러나 루시펠은 전혀 거리낌 없이 외쳤다.
 
“악을 소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 줄 아냐?”
“아뇨. 미천한 저희가 어찌 그런것을...”
“내가 특별히 알려주지. 그건 말야, 훨씬 더 압도적인 악으로 짓밟는 거야. 이렇게 말이지!”
 
루시펠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영압이 폭발하듯 성전을 뒤덮었다.
 
파아아앙!-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루시펠의 영압은 순식간에 성전을 장악했다. 그리고 그 가공할 영압에 노출된 군대 악령들은 일제히 바닥에 처박혔다. 단 한 마리도 성전에서 벗 날 수 없었다.
 
“제발, 살려... 주...”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저희를 무저갱으로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악령들의 절규에 찬 외침이 성전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루시펠의 대답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닥쳐. 잠시나마 함께해서 젓 같았고, 다신 보지 말자.”
 
루시펠은 영압을 더욱더 끌어올렸고, 성전안의 악령 수천은 단숨에 존재감을 상실하고 그들이 있어야 할 곳 무저갱 깊숙한 곳으로 자취를 감췄다. 성전안은 이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죽음의 음침한 기운이 깃든 서슬푸른 공기가 전부였다.
 
“간만에 힘을 좀 썼더니 스트레스가 팍 풀리네. 땡큐 동업자. 약속은 꼭 지키고. 그럼 바이바이”
 
그리고 루시펠도 내 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루시펠로 인해 확장되었던 나의 오감은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
군대 악령의 방해를 받아 꺼져버린 성전의 천장 등이 다시금 작동하기 시작했다. 환한 LED 전등에 드러난 성전 안의 참상.
살아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남교수도 최원장도 박목사의 아내도, 모두 차참하게 죽어있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왜 이들은 여기서 이렇게 잔혹한 모습으로 죽어야 했을까?
 
“으아아아아아!”
 
나는 머리를 붙잡고 절규했다. 이것이 바로 나의 현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한 번 이 땅에서 지옥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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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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