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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선
게시물ID : panic_938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단강크루즈
추천 : 6
조회수 : 7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6/09 2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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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십수년 전, 정확히는 2001년, 더위가 가실 무렵의 주말이었다.

공부도 못해서 겨우 지방의 사립대에 합격한 지 2연째,

못났지만 그래도 아들이라고, 어머니는 학교 근처에 작은 자취방을 얻어주셨다.

당시엔 사글세, 혹은 삵월세라 해서 보증금 없이 반년이나 일년치 월세를 한번에 내고 사는 방식이 많았다.

혼자서는 심심하다며 친구 둘과 좁은 한 칸 방에서 지내던 어느 주말.

한 놈은 여자친구를 만난다며, 또 한 명은 먼 친척이 놀러온다며 방을 비웠다.

곧 제출해야 할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 몇 장을 뒤척이다가

'에이, 내일 하지' 하고 노트를 집어들고 집에 들어갔다.

막 햇빛이 달빛으로 바뀌던 때였다.

방에 들어와 어제 먹다 남은 치킨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TV도 없던 방에서 혼자 누워 소설책을 보던 중에

슬며시 인기척이 귓가에 느껴졌다.

현관을 등지고 누워있던 나는 별 생각 없이 뒤를 슬쩍 봤고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 느낌도 없어졌다.

문 밖에서 다른 누가 집에 돌아온 듯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돌아누워 책을 읽다가

예의 그 인기척이 둿덜미쯤에서 다시 느껴졌다.

이번의 인기척은, 이날 이후 한참이 지난 다음에서야 퍼뜩

'아, 그게 두 번째였구나' 싶었을 만큼 멀게 느껴졌다.



책에서 스치듯 읽었던 '인기척'의 뜻은

'사람이 있을법하다고 느껴지는 소리, 혹은 기색'이었다.

세 번째 인기척, 아니, 당시에는 두 번째라 생각했던 그 인기척에서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분명히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퍼뜩 일어나 문 쪽을 노려봤고

당연히, 또 아무것도 없었다. 인기척도 또 사라졌다.

무섭다기보다는 짜증이 났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었다.

'아 뭐야.. 누가 현관 구멍으로 보고 갔나?' 생각하며 다시 돌아누웠다.



네 번째는 곧장 내 뒤통수에 내리꽂혔다.

누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반사적으로, 누군가 뒷덜미를 낚아챈 듯 나는 뒤를 돌아봤고

뒤통수에 느껴졌던 그 인기척은 내 두 눈 사이로 옮겨왔다.


 
이번에는 그 인기척이 사라지지 않았다.

내 눈 앞에서 누가 날 보고 있는데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자신할 수 있다 누군가 날 바라보고, 아니 노려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싶었는데,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굳은 팔을 간신히 들어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고는 친구가 '내 친구 아침은 먹었니'하고 전화를 할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

시계는 아침 10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16년 전 이 날의 모든 행동이 기억이 나는데,

그 인기척이 언제 사라졌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무 살이 된 해에 내 삶 속 유일하게 겪었던 괴담이다.
출처 16년 전인데도 상상하고 있자면 소름이 살짝 돋는 경험담
(극적인 전개를 위해 반말을... 뎨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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