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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10년 전에 들은 얘기
게시물ID : panic_93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19
조회수 : 387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6/13 22: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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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국 사람인데, 영국 작은 마을에 있는 대학을 다녔어. 관광산업이나 학교가 없었다면 이 마을은 아마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냥 목초지나 한적한 시골이었을 듯해. 
2학년 때 여자친구를 사귀었었어. 누군가를 사귀면, 알게 되는 친구들 폭이 더 넓어진다고 하잖아? 내 여자친구는 친구가 꽤 많았고 나도 걔네랑 친해졌어. 

걔 친구 중 한 명이었던 줄리아라는 애는, 마이클이라는 이상한 애랑 사귀었었어. 아직까지도 왜 줄리아가 걔랑 사귀었는지 모르겠어. 줄리아는 예쁘고 똑똑해서 주변에 사람들로 넘쳐났거든. 마이클은 좀 지루했어. 나쁜 애는 아니었지만 생긴 거나 하는 게 다 어색했어. 걔의 유일한 장점은 줄리아가 여자친구라는 거였어. 

내 여친이랑은 1년 정도 사귀다가 헤어졌고, 걔 친구들이랑도 연락이 많이 끊어졌어. 이별 후에는 걔네들 대부분과 아예 얘기한 적도 없었고. 

4학년 마지막 학기는 거의 폐소공포증에 걸린 상태였어. 유일하게 즐거운 생각이라곤 미국으로 돌아가는 거였어. 사람들도 덜 만나고, 친구들과도 소원해지고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 머릿속에서는 이미 집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한테서 이상한 문자가 왔어. 

"괜찮으면 술 한잔할래?" 

걜 본지 일 년도 넘었어. 걔에 대해서 생각한 적도 거의 없고, 걔도 아마 그랬을 거야. 하지만 갑자기 문자가 왔어. 말투도 뭔가 이상했어. "괜찮으면..."으로 시작하는 문자를 봤을 때, 뭔가 문제가 생겨서 보자고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 안 그래도 지루했고 뭔가 호기심도 생겨서 그날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어. 

어두침침한 펍에 여덟시쯤 도착했어. 마을에는 2, 30개 정도 되는 바나 펍이 있었어. 매년 그중 몇 개가 엄청 유명해져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곳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었어. 다음 해에는 덜 유명한 곳이 유명해지고. 지금 간 곳은 사람이 없는 곳이었어. 

마이클은 구석에 앉아 있었어. 펍에는 사람이 열 명도 없었어.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조용하게 웅얼웅얼 이어졌어. 창밖에 비 오는 소리 때문에 거의 들리지도 않았어. 

나는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았어. 

"잘 지내?" 나는 신나는 척 물었어. 

마이클은 올려다보지도 않더라. 툴툴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냥 괜찮다는 얘기 같았어. 형식적인 인사를 좀 더 이어갔는데 별로 반응이 없었어. 그래서 줄리아는 어떤지 물어봤어. 

"죽었어." 

되게 냉담하고 단호한 대답이었어. 나는 자리에서 굴러떨어질 뻔했어. 이런 소식을 듣는 걸 예상 못해서가 아니라, 내 기억으로 줄리아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야. 

"세상에. 정말 안됐다." 

또 거의 알아듣기 힘든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눈치껏 잘 반응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나도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먼저 연락한 건 마이클이었어. 이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 아니었을까? 

"어떻게 된 거야?" 

"말해도 못 믿을걸." 

이 얘기를 들으니 굉장히 궁금해졌어. 걔가 말하는 태도 때문에 소름이 쫙 끼쳤어. 갑자기 긴장하고 눈이 커지더니 뭔가 흥분한 듯했어. 

"그래도 한번 얘기는 해 봐." 

줄리아랑 마이클은 다른 대학에 다녔어. 마이클은 우리 학교였고, 줄리아는 차로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녔어. 돌아가면서 주말마다 상대방이 사는 데로 가곤 했대. 

그 주는 줄리아가 오기로 한 주였어. 목요일 오후에 마이클에게 전화를 했대. 마이클은 굉장히 신났어. 줄리아가 되게 자랑스러웠고, 말하자면 걘 주변에 잘난 여친 "자랑"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말이야. 또, 마이클은 본인에게 부족한 싹싹하고 애교있는 성격을, 여자친구의 끈기와 사회적인 지능으로 메꾸려고 했어. 하지만 이것 때문에 마이클은 자신의 약점이나 불안함에 대해서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대. 그래서 줄리아가 전화로 이번 주에는 못 간다고 말했을 때 마이클이 이렇게 반응했어. 

"뭐! 도대체 왜?" 마이클이 못마땅하게 물었대. 

"그냥 좀 몸이 별로라서 이번 주말에는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괜찮겠어, 자기야?" 

마이클은 싫다고 했어. 차라리 자기가 가겠다고 말이야. 가서 챙겨주겠다고. 하지만 줄리아는 완고했대. 

"자기야, 나 이번 주말에는 진짜 좀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아." 

"알겠어." 마이클이 대꾸했어. 

전화를 끊고 나서, 마이클은 나에게 자기가 자기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다고 했어. 나는 줄리아랑 사귀면서 만난 친구들 말고도 마이클한테 친구가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아무튼 몇 명한테 연락을 해서 오후 네 시쯤 놀러 나갔대. 수업이 없으면 낮술 하는 대학생들도 있으니까. 

저녁에 줄리아한테서 계속 전화가 왔었는데, 마이클은 좀 언짢은 것도 있고, 친구들이 옆에서 받지 말라고 해서 전화를 안 받았대. 시간이 더 지났을 때는 그냥 핸드폰을 꺼뒀대. 한시쯤 바가 닫았을 때쯤 집에 왔다고 하더라. 거절 받은 느낌을 지우려고 많이 마신 거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도착했을 때 뭔가 속이 매우 좋지 않았대. 자동응답기에 30개나 되는 새 메시지가 있었던 거야. 

첫 번째 메시지는 별거 아니었대. 줄리아가 그냥 확인차 남긴 거였어.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마이클은 두 번째 메시지를 들었어. 줄리아의 톤이 좀 더 다급했대. 최대한 빨리 전화해 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 다섯 번째 메시지쯤 되자 완전 겁에 질려 있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전화해달라고 했어. 

마이클은 수화기를 들어서 바로 전화했고, 줄리아가 바로 받았대. 

"자기야?" 마이클은 달래듯이 물었어. "무슨 일이야?" 

"마이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나 미칠 것 같아!"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매분마다 엄청 큰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밝은 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너무 무서워." 

"자기야, 그냥 몸이 안 좋은 거야. 거기 사람 많은 동네잖아. 그냥 창문으로 지나가는 차 헤드라이트 빛이 비친 걸 거야. 가서 블라인드를 내려봐." 

"이미 내렸어! 이해 못하겠지. 마이클,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서 집을 꽉 채웠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소리도 너무 끔찍해." 

마이클은 들은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었다고 하더라. 계속 줄리아에게 다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어. 화물차가 집을 가로지르는 것 같은 소리였대. 줄리아는 비명을 질렀어. 

"자기야, 나 차 타고 갈게. 지금 가!" 마이클은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었어. 

마이클은 바로 차를 탔어. 45분 동안 운전을 해야 하지만 말이야. 가면서 핸드폰으로 줄리아에게 전화해보려고 했는데 받지를 않더래. 운전해 가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봤는데, 똑같은 생각만 났대. 도착하기. 도착하기. 도착하기. 

마이클이 도착했을 때 집에 불이 다 꺼져 있었어. 정문으로 가서 초인종도 누르고, 계속 두드렸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어. 집 뒤편으로 걸어갔대. 줄리아네 집에는 잠겨있는 미닫이문이랑 연결되는 뒤쪽 현관이 있었거든. 마이클은 유리를 깨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가장 먼저 느낀 건 뭔가 이상한 냄새였대. 

주방으로 가서 불을 켰어. 바닥에는 동그란 카펫이 있었는데, 카펫 절반이 타서 재가 되어있었어. 죽어가는 깜부기불처럼 작은 불꽃이 남아있었어. 바닥에는 드문드문 열댓 개 정도 되는 구슬이 늘어져 있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대. 

일층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어. 줄리아도 없고, 누군가의 흔적도 없고. 부엌에서 방금 본 것 말고는 기이하게도 너무 정상적이었어. 지하실로 갔대. 지하실은 거의 집의 길이만큼이나 쭉 뻗어있는 직사각형 모양이었어. 줄 당겨서 켜는 전구들 몇 개만 있는 곳이었고.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잘 보이지 않는데 손을 뻗어서 첫 전등 줄을 찾으면서 내려갔대. 지하실을 지나가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소리가 들렸다는 거야.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카메라 렌즈가 윙윙거리는 것 같은 소리였대. 그러다가 뭔가 긁는 소리로 변했고, 지하실 저 끝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긁는 소리는 더 미친 듯이 커지기 시작했고, 더 가까워졌어. 지하실 전체에서 소리가 들려와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도 몰랐어.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치 바로 옆에서 화물차가 지나가는 것 같이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소리가 났대. 그러다 갑자기 멈췄대. 

마이클은 숨을 들이쉬고, 지하실을 벗어나서 현관문으로 나갔어. 좀 진정하려고 하다가,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고 하더라고. 이 얘기를 들을 때는 참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었을 것 같아. 이런 상황이었으면 나도 뭔가 더 잘 할 수는 없었을 거야. 마이클은 현관 계단에 앉아서 999번을 눌렀어. 

"무슨 일이십니까?" 

"아, 네. 제가 전화드린 이유는... 지금.." 마이클이 얼어붙었어. 

등 뒤에서 카메라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대. 뒤를 돌아보자 줄리아가 짐승처럼 네 발로 서있는 모습이 보였어. 잠옷은 찢어지고, 새까맣게 그을리고 더러워진 상태로 말이야. 손과 발을 봤는데, 물집 잡히고, 화상 입었고, 여기저기 긁히고 할퀴어져 있었어. 얼굴을 봤는데, 머리카락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어. 차가 지나가면서 멀리서 빛이 비쳤는데, 앙다문 이빨과 미친 것 같은 눈이 보였대. 동물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도 들렸고. 

갑자기 줄리아가 자기를 덮치려고 하자 마이클은 재빨리 피했어. 잔디 위로 넘어졌는데, 줄리아는 아래쪽 도로에 자기 머리를 박더니 움직이지 않더래. 

곧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줄리아는 병원으로 이송됐어. 줄리아의 부모님은 휴가를 가신 상태라 연락이 잘 되지 않았지만, 연락이 닿자 마이클은 줄리아가 상태가 좋지 않고, 넘어져서 다쳤다고 전했다고 하더라고. 

한 시간 정도 후에 의사가 와서 마이클에게 줄리아는 괜찮다고 했어. 머리 외상이나 뇌진탕의 흔적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밤새 지켜보겠다고 했고, 괜찮으면 마이클이 줄리아를 볼 수도 있다고도 말이야. 

마이클은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갔어. 

"자기야, 안녕." 줄리아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어. 목이 쉰 것 같았어. "내가 놀라게 했어?" 

마이클은 너무 걱정이 돼서 줄리아가 뻗은 손을 잡았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너가 나한테 화났던 게 기억나. 너한테 전화 몇 번 하고는 자러 갔던 것도." 

마이클은 의아하게 서있었어. "놀랐어." 그러고는 다가가서 줄리아의 이마에 키스를 했고, 줄리아는 안심하는 듯한 한숨을 내뱉었어. 그날 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마이클은 이상한 일들은 자기만 알고 있기로 했어. 마이클은 그때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나한테 얘기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줄리아 옆에 있기 무서웠다고 말이야.  

줄리아의 부모님이 그 다음날 도착하셨고, 줄리아를 집으로 데려가셨대. 일주일 동안 같이 계셨는데, 모든 게 다 정상으로 돌아간 듯했어. 줄리아는 부모님께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고 얘기하고는 일요일 저녁에 부모님을 배웅해 드렸어. 근데 월요일에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더라고 하더라. 몇몇 친구들이 확인하러 갔는데, 침대 위에 죽어있었대. 부검을 했는데도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어. 뇌에 출혈도 없고, 다른 내출혈도 없고, 감염의 흔적도 없고. 앞길이 창창한, 젊고 예쁜 학생이었는데, 그냥 그렇게 죽은 거야. 

마이클은 정말 힘들었을 거야. 줄리아가 죽은 후로 술 마시는 거 말고는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하더라. 남은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고 했어. 

"무슨 소용이지?" 마이클이 나에게 물었어.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서 네 삶에 있던 모든 걸 다 앗아갔는데,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어. 전 여친한테 전화해서 줄리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는 건 확인했어.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뭔가 초자연적인 것 말고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마이클이 얘기한 것의 대부분이 망상일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 뭔가 어떻게 마이클이 줄리아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고. 

그날 이후로는 다시 마이클을 본 적이 없지만 종종 걔에 대해서 생각하곤 해. 이 얘기를 듣고 나서 뭔가 내 삶에 감사함을 느꼈거든. 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 건강,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내 삶에 대해 감사함을. 

가끔씩, 며칠이나 몇 주 정도 줄리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어. 하지만 결국엔 항상 생각하게 돼. 정말 아무 때나 말이야. 특히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할 때 이 기억이 나곤 해. 그러면 뭔가 소리가 들려.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잠시 동안 카메라가 윙윙거리거나 미친 듯이 할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해. 어둠 속에서 보내는 불길한 경고처럼. 대부분 그러다가 그냥 잠에 들곤 하지만 말이야. 
출처 This story disturbs me 10 years later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6gpaia/this_story_disturbs_me_10_years_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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