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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너무 강해진 일본만화계
게시물ID : animation_296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구열
추천 : 11
조회수 : 149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1/05 22:14:23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특성화



회사의 일로, 혹은 지인의 부탁으로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전문학교나 학원, 대학 등에서 작품을 체크하거나 강연을 하는 일이 꽤 있다. 그런데 최근에 느껴지는 한 가지 현상이 있다. 만화에 관련된 학교 등을 방문한 동료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이 무언가 하면, 바로 학생의 과반수가 여자라는 점이다. 단순히 숫자만 그런 게 아니다.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여자 학생들의 퀄리티와 실력이 남자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한 전문학교의 졸업작품전에 참가해서 학생들에게 강평을 해주는데, 여자 학생들의 작품 중 둘에 하나는 바로 데뷔를 생각해도 될 만큼 테크닉이나 스토리 면에서 뛰어났다. 반면에 남자학생들은 숫자자체도 적었지만 기초적인 소양면에서 굉장히 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동기면에서 여자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차이가 났다. 자신이 만화를 왜 해야 하는지를 상의하러 왔다는 남자 학생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작화때문에 성별논란이 있었던 대표적인 예인 『도로헤도로』. 작가 하야시다 큐는 여자다!

작화때문에 성별논란이 있었던 대표적인 예인 『도로헤도로』의 작가 하야시다 큐는 여자다!

데스크에 앉아서 접하게 되는 신인작가의 원고 (콘테스트 투고, 편집부에 직접 투고되는 원고)도 상당수가 여성의 투고다. 여기서도 실력이 좋고 그림이 유려한 원고의 경우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해보면 대부분 여성이다. 그림체나 소재를 가지고 작가의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비단 신인작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제작 스튜디오의 여성 어시스턴트의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O 선생의 경우 수준 높은 극화풍 만화체인데, 최근 발표한 전쟁 SF만화는 100% 여성 스텝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연재분에서는 자잘한 컷의 총기나 군용무기 묘사에 실수가 많았다) 『프론트 미션』과『문라이트 마일』등으로 하드SF극화세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 된 오오타카키 야스오 선생의 스튜디오도 이미지와는 달리 여성 스텝만으로 운용 되고 있었다. 여성들의 경우 총기나 메카닉의 묘사에 대해서 남성들과는 흥미를 가지는 각도가 달라서 일일이 모든 컷에서 사진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리게 해야 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 만화편집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 제작현장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모 전자 만화 매체가 실시한 공모전에서는 수상자 8명을 뽑았는데, 1명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수상자가 여자였다고 한다. 여성향 잡지도 아닌데 말이다.

『시마과장』시리즈로 잘 알려진 주인공 시마 코사쿠가 잡지『모닝』의 커버에 실렸다.

『시마과장』시리즈로 잘 알려진 주인공 시마 코사쿠가 잡지『모닝』의 커버에 실렸다.

독자도 예외는 아니다. 앞에 “소년”을 붙이는 남성 장르잡지도 여성독자의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작인 『ONE PIECE』의 단행본을 사보는 소비자의 51%가 여성이다. 여성의 소비가 적은 장르는 이제 남성향 에로만화 정도라고 할까. 여성들의 파워가 하도 거세니, 절대로 여성들이 사보지 않을 것 같은 만화잡지 『모닝』(중년이상 남성들의 로망인 캐릭터 시마 코사쿠가 등장하는 작품 『시마 과장』이 연재 된 잡지다!)조차도 여성독자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여성향 만화를 속속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된 실정이다. 실제로 작품의 소비 패턴에 있어서도 여성의 작품소비는 꾸준한 면이 있어서 일회성 소비로 끝나기 쉬운 남자에 비해서 데스크 입장에서는 더 고려해야할 소비자 군이다.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원피스』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원피스』

여기에는 물론 일본 사회전체에 여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는 하다. 현재 일본은 이전까지 일본을 이끌어온 아버지 세대 (남성중심의 권위적 분위기의 세대)가 만들어낸 많은 모순 때문에 고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가정을 뒤로하고 오로지 회사에서 일만 한 아버지 세대 다음인, 지금의 가장들을 키운 어머니들은 “너는 아버지처럼 저래서는 안 된다”라고 가르쳤다고 하니, 남성들의 소극적인 사고방식도 이해가 되는 일면도 있고.

만화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여성들의 약진에는 그러나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예전이나 지금 일하고 있는 편집부에서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이 남자다. 여성 편집자는 아직도 소수다. 그리고 소년잡지나 남성 장르잡지의 편집장은 아는 한 전원 남성이다. 물론 이것은 극히 무리한 중노동을 강요하는 편집 일선의 가혹한 노동환경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아직은 존재하는 두터운 벽을 여기서 실감한다. 그러나 언젠가 캄캄한 밤에 같이 책상에 앉아서 원고를 기다리는 편집장이 여성인 시대가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여성이 너무 강해진 일본 만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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