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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오사태'에 대한 박찬운 한양대 교수(인권법전공)입장.facebook
게시물ID : sisa_940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sert_Fox
추천 : 12/8
조회수 : 2517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7/05/18 13:01:58

진보언론은 문재인 지지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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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요즘 이 공간에 들어오면 많은 글들이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이들 세 언론사를 세칭 한경오라고 하는 데, 나는 솔직히 이런 용어를 싫어한다. 이것은 이들 언론사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것으로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와 문재인 지지자들 간의 불편한 논쟁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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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킨 기사를 일일이 점검해 그 잘잘못을 따질 생각이 없다. 다만 개괄적으로 보면 호칭을 둘러싼 문제에서는 언론사가 진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해서도 선거 기간 중 일부 기사는 다른 후보를 의도적으로 밀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 있다. 선거 후의 어떤 기사는 새 정부에 쓸데없이 딴죽을 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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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지지자라면 마음 상하고 분했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나도 그렇다. 지난 한 주간의 문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 대통령의 결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쾌한 기분을 느끼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 대통령을 자랑스럽다 하는가? 그러니 이런 대통령을 폄하하는 진보언론사가 있다면, 지지자들 사이에선, 보수언론에서 느끼지 못하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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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과 같이 문재인 지지자들이 이런 공간에서 진보 언론에 대해 연일 공격하는 것은 과도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 시점에서 나를 포함한 문재인 지지자들이 진보언론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무엇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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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진보언론은 문재인 지지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와 같은 개인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심정적으로 존경하고 그와 공감한다. 그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그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다. 하지만 언론사는 그런 감정적 존재가 아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공감하는 기사를 써왔기 때문에 그 언론사를 좋아해도 그것은 그뿐이다. 언론사에게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지지자가 되어달라고 할 수 없다. 언론사는 죽으나 사나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고, 비판할 것이 있으면 가차 없이 비판하는 것을 생명으로 하는, 공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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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진보언론의 역사와 그 역할을 폄하할 수 없다. 지난 30년 간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없는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가. 지난 해 촛불시위가 일어난 이후 jtbc와 함께 이들의 보도가 없었다면 이번의 정권교체가 과연 가능했겠는가. 물론 일부 기사는 실수도 있었고, 일부 기사는 촛불시민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 평가를 한다면, 이들 언론은 간악한 정권에 맞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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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원래 언론이란 싸가지가 없는 것이다. 언론의 기본적 생리는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권위에 기는 순간 언론은 어용이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진보언론이 일정 역할을 하기 위해선 더욱 탈권위적이고 투쟁적이어야 했다. 수십 년 간 이런 것에 익숙하다보니 우리 진보언론은 싸가지가 없다. 나는 이것도 어느 정도 우리가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싸가지 없음이 결국 언론의 용기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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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우리가 진보언론에 바라야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가 아니다. 우리가 이들 언론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문재인을 욕하지 말고 딴지걸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진보성향의 언론답게 ‘정론직필’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할 것은 이런 것이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관심을 가져라’ ‘재벌독점의 폐해를 파헤쳐라’ ‘노동자, 농민, 빈민이 사는 현장에 가서 그들의 삶을 정확히 보고, 그들의 삷을 개선할 수 있는 기사를 써라’ ‘사실을 왜곡하지 마라’ ‘어떤 정권에서든 부정을 파헤쳐 세상에 드러내라’

이런 요구에 진보언론이 답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독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그것은 절독이고 종국적으론 언론시장에서의 방출이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chan.park.1238/posts/157036052965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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