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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기원
게시물ID : animal_114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비럴시비월
추천 : 2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06 17:04:23
고양이에 대한 기원입니다.

밤에 담배피다 본 고양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갈긴 단편입니다. ㅋㅋ

출처 : 나




애초에 신이 있었다.



신은 지구위에 나무를 만들었다.

 다양한 나무는 신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존재였다.

 그리고는

  나무를 위한 태양을 만들고

  나무를 위한 바다를 만들고

  나무를 위한 바람을 만들고

  나무를 위한 곤충을 만들었다.


가끔씩 신은 지구의 숲에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쉬기를 즐겼다.



그러나 얼마 가지않아 신은 심심해졌다.

 푸른 나무의 깊은 평온함과 바다의 고요함은 신의 똘끼를 결국 자극시켰다.

그래서 신은 지구를 태양에 더 가깝게 하였다.

 나무는 스스로 타들어가고, 사막이 만들어졌다.

결국 선인장과 같은 기괴한 식물들을 만들 수 있었지만, 신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신은 자신의 똘끼를 더 발현시킬 무언가가 존재하길 원하였다.

 그래서 신은 동물을 만들었다.

 나무에 어울리는 우아한 사슴과 앙증맞은 토끼를 만들고, 맹수를 만들어 이를 잡아먹게 하였다.

  신은 이를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빨간색이 흐르도록 하였다.


신이 처음 만든 맹수는 호랑이였다.

 나뭇잎을 밟아도 소리가 나지않는 발걸음.

 바람을 느끼고 감정을 조절하는 꼬리.

 나무를 떨게 만드는 우렁찬 울음소리.

  신의 모든 애정이 담긴 호랑이였다.


호랑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여 대지와 하늘과 숲을 상징하는 검은 무늬를 새겨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애정을 쏟았던 지구를 지배하게 하였다.


자신이 받은 사랑만큼, 호랑이는 자신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신에 대한 신앙이 각별한 나머지, 신이 지구에서 묵었던 숲에서만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신 외의 존재에 대한 지배욕이 너무 강하여, 자신 외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호랑이는 늘 숲 속에 혼자 있었다.



신은 호기심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피조물들이 자신의 모습에 어디까지 가까이 올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그는 인간과 그들을 위한 천사를 만들었다.


신은 인간에게 약간의 지능을 주었다.

 그리고 강인한 이빨과 피부를 주었다.

  이는 인간이 지구에서 생존하기 편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신은 인간으로부터 평화의 노래와 절규의 비명을 모두 듣기를 원하였다.


하지만 인간은 발전하지 못했다.

 뜯기지 않는 피부와 뜯기만 하는 이빨은 약간의 지능마저 퇴화시켜 버렸다.


신은 화가 났다.

 인간의 피부를 가장 얇게 만들어 추위에 떨게 하고,

 이빨을 약하게 만들어 생고기를 씹기 어렵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리를 잘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였다.


인간들은 절망했다.

 얇은 피부는 밤과 숲을 두렵게 만들었다.

 약한 이빨은 생쥐조차 뜯어먹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에게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꼬리가 없었기 때문에..


신은 인간이 호랑이들의 먹이로 멸종되길 바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신은 이번엔 연약한 사슴에게 지능을 주어야겠다 생각하고 지구를 찾아왔다.

 인간은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맨 처음 맞이한 것은 호랑이가 아닌 인간이었다.


신은 흥분하였다.

 연약한 인간은 밤이 무서워 벽을 쌓았고,

 고기를 못씹어 불에 익혀 먹었다.

 그리고 그들은 입에서 바람을 불어 감정을 표현하였다.

신에게 이것은 예상치 못한 재미였다.

 특히 고기나 식물을 익혀먹는 행위는 정말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신은 바로 인간에게 선물을 주었다.

 첫 번째는 인간의 밤을 위한 달이었다.

  그는 한 달 주기로 변해가는 달을 보며, 인간에게 시간의 개념을 갖게 해주었다.

 두 번째는 사막과 초원에서 뛰놀던 늑대를 착하게 만들어 개를 만들어 주었다.

  기특한 인간들은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생겼으나, 가끔 혼자 떨어져 안타깝게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은 개에게 자신보다 인간에게 충성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지구는 인간을 중심으로 신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었다.

 빈약한 지능을 보완하기 위한 종이와,

  허약한 다리를 보완하기 위한 바퀴는 불 다음으로 신이 감탄한 인간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초의 살인에 대해 신은 분노했으나,

  최초의 연쇄살인에 대한 신의 판단은 의외로 너그러웠다.



이렇게 신이 인간에게 애정을 쏟고 있을 때,

 숲에서 호랑이는 혼자 울고 있었다.

  호랑이는 신에게 관심을 받기 위하여 더 사냥을 열심히 하였고,

   결국 맛없는 인간도 잡아먹곤 하였다.

 

이에 신은 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신은 미래의 인간세상에 호랑이가 필요가 없어짐을 느꼈다.

 게다가 자신에게까지,

  호랑이는 많은 즐거움을 주었지만, 인간에 비하면 보잘것 없었다.


하지만 신은 호랑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호랑이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호랑이의 발걸음은 신의 작품 중에서 맘에 드는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은 호랑이를 아주 작게 만들었다.

 사슴이나 토끼는 힘들어도 쥐나 병아리는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작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인간에게 선물했을 때, 인간은 이를 고양이라 불렀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점이 있었다.

 일부 인간들은 고양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양이들은 아직 인간에 대한 질투가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인간은 지구에서 생존에 대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결국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인간은 신이 정성을 들인 고양이를 알아보고 영물 취급을 할 정도로 존중하였다.


하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인간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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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담배를 피다가 문득 고양이를 보았는데,


그 발걸음이 호랑이처럼 당당하고 눈빛이 날 무시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갈겨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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