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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 낭만아자씨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에게 연재를 시작했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톡을 보냈다.
ㅡ읽어봐 주든동.
바로 답장이 왔다.
ㅡ글 아등바등 쓰지 마소. 다 소용 없으요. SNS에서 시 제일 잘 쓰는 ㅇㅇ ㅁㅁㅁ시인도 갔으요.
SNS에서 시 제일 잘 쓴다 카는 건 니 생각이고 가시나야. 속 비좁은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ㅇㅇ라면 그녀가 하도 찬사를 늘어놓길래 몇 편 읽어본 기억이 난다(이름은 이번에 알았음). 제대로 된 시인이라면 이 정도는 써야지, 머 특별하지도 않구만. 그때는 그런 생각이었다. 읽기는 했으되 기억에 남아 있는 구절이 없다는 이야기다.
ㅡ열정덩어리 그녀께서 웬 허무? 이유야 모르겠지만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야 되는 거지. 그냥반은 책도 한 권 냈다두만 그러면 된 거지.
이러고 말았다. 별로 슬프지 않았다. 타인의 아픈 별리가 내 그녀의 엉덩방아 보다 덜 안타까운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말이다.
우쨌거나, 우리나라에 시인이 6만 명이란다. 6천 명도 아니고. 자칭 '전직시인'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하는 말이니 영 빈 말은 아닐 것이다. 시인이 6만 명인 시대라......
내 기억력만 그런 것인가는 몰라도 시인(문학가를 통칭해서)은 아는데 뭐를 썼는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시인은 모르지만 구절이나 장면이 떠오르는 경우 보다 많다(물론 시인과 글이 다 기억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시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길 원할까, 이름은 몰라도 글을 기억해 주길 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