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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오유 보다가 느낀점. 진보정당 운동의 미래가 암울.
게시물ID : sisa_9408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쩌다여기까지
추천 : 27
조회수 : 1842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7/05/18 22:21:19
98학번이고 나름 운동판 메이저캠이라는 곳에서 90년대 2천년대 학운판의 마지막을 했던 인간입니다. 진보정당 창당운동도 했었고, 총선도 2번 뛰었었죠. 전경한테 맞아서 머리 깨진 적도 있고요. 피 터지니깐 기자들 겁나 달려들어서 사진 막 찍어대드만, 정권의 힘으로 보도는 한장도 안됨(김대중 정부였음)
 
그 당시 학생운동 해본 사람은 뭐..극소수였지만, 참 암울했습니다. 대중동원력은 떨어지는데, 연합 수뇌부에선 자신들의 진로를 위해 출신캠 후배들을 쪼아서 인력 동원하려고 성화였죠. 자캠 인원이 집회에 참석한 숫자로 그들의 졸업후 진로가 정해지는 식입니다. 아니라고요? 대놓고 다들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운동했던 사람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아직도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가 옹립했던 그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은 없습니다. 그들은 진로를 찾아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장가도 갔네요. 그들을 밀어주느라 학점 빵꾸나고 등록금 털렸던 사람들은, 음 보자...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아직도 쏠로가 다섯이나 됩니다! 92 하나 93 둘, 95 하나, 저. 
 
몇명 되지도 않는 운동권에서 사라진 이들은 정말이지 허다합니다. 순전히 운동판에 있었기 때문에 3고 맞고 제적당하고, 그 안에서 방황하다가 운동에 복무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스펙쌓는 것도 양심에 걸려서 떠난 이들이 참 많습니다.
지 인생 지가 사는 거니깐, 그리 떠난 거에 대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근데 참 돌이켜 생각하면, 엿같은 게 너무 많더란 말이죠. 그래서 대가리 굵어지고 나선 그 바닥을 관찰은 하지만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보정당4단체 연합을 깼을 때 탈당했고, 아직도 무당파입니다.
 
99년 서지철 총파업때, 한전 노조가 최후의 순간에 통수를 쳐서 총파업이 무산됐을 때를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한전노조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전 노조가 무산시킨 총파업만 세번째라고 알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노무현 정권때 나이스 가지고 태클 걸던 때를 기억합니다. 교원평가를 해서 신자유주의적으로 자신들을 대상화한다고 버럭버럭대고, 참교육에 방해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봐도 조직이기주의로 보였지만, 운동권은 그들을 지지했습니다. 근데 지금 나이스 태클 거는 전교조 있나요?
 
의약분업사태때 그 잘나신 의사님들이 운동권에 지원요청을 해서 결합했었습니다. 전 그때 첨으로 의대 학생회를 봤네요. 이상하게 약사쪽 의견은 무시되고 의사쪽에만 운동권이 결합하더군요. 결국 의약분업이 실행되었고, 이젠 누구도 의약분업에 대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리고 운동권 의사라는 사람들은 그 이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어딘가엔 있겠죠. 있을라나? 운동권 누구도 그 당시에 대해 반성하는 이야기도 역시 들은 바 없습니다.
 
한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있었던 때를 기억합니다. 담당자가 운동에서 아웃하니, 장애인들 조직을 더 이상 아무도 케어를 하지 않더군요.
 
전노련(전국 노점상 연합회)도 그렇고, 알고보니 일당 5만원씩 뒷돈을 주고 학생들을 거래했던 총학이 그걸 알고도 묵인했던 농활 활동도 기억납니다.
 
"너는 맑스를 왜 공부하냐'는 질문에 '휴머니즘을 철학의 영역으로 올렸기 때문에'라는 제 대답을 들은 선배가 '과학이기 때문에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선배는 후배들 운동권으로 꼬시는데 열심이더니 삼성 가더군요.
 
'공산당 선언'은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가르치기 위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지침서입니다. 공산당 선언에서 프롤레타리아트와 공산주의자는 분리됩니다. 맑스와 엥겔스의 그 선언은 19세기에나 통할 이야기입니다. 68혁명은 교조적이고 관습적이고 수직적인 좌파에 대한 분노도 한몫 했습니다.
 
청년 맑스와 후기 맑스를 구분하는 좌파는 잡것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탈리아 빨갱이이자 테러리스트 대장짓 했던 안토니오 네그리는 '아우또노미아'를 이야기했습니다. 얼마전 김어준이 뉴스공장에서 말한 그 사람이죠.  다중 대중에 의한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네트워크인데 그 안에서 지도부는 없습니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자신의 운동방식이 틀렸음을 시인하고 앞으로의 운동은 다중 대중에 의해 진행될 거라는 철학적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네그리의 깨달음을 대한민국 진보세력이 업어왔죠. 그리고 그들은 우리 조직은 그런 조직이다라고 선언하고 강령에 적시하고, 하는 짓거리는 이전과 똑같습니다. 모두와 소통하는 열린 가슴이 되라고 하면서, 그렇게 되라고 갈굽니다! NL의 품성론이 그런 방식이고요.
정신병 환자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PD계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모두가 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도록 개성의 개조를 요구받습니다.
 
요 며칠 오유의 분위기를 훑으면서.. 아.. 이게 네그리가 이야기했던 아우또노미아인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진보정당이 앞으로 수권정당이 되기는 짧은 미래에는 힘들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가시적인 개혁이 벌어지고 나면, 과연 진보정당의 설 자리라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제대로 선 진보정당을 바라고는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엿보이는 이런 깨시민들이 있는 한, 과연 필요할까 싶습니다. 물론, 무조건 전교조를 욕하고, 노조를 욕하거나, 총파업을 탓하는 건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소통이 전제되는 한, 각자 생각의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과연 진보정당이 필요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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